인출책을 자청해 보이스피싱 조직원을 속여 수천만 원을 가로챈 60대가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대전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보이스피싱 조직원에게 자신의 계좌를 빌려주며 돈이 입금되면 직접 찾아주겠다고 속여 피해액을 빼돌린 혐의로 62살 A씨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습니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해 6월 A씨는 인터넷사이트에서 "은행 계좌를 빌려주면 대가를 주겠다"는 글을 발견했습니다.
과거 보이스피싱 조직원들에게 계좌를 빌려줬다가 처벌을 받은 적이 있었던 A씨는 이 글이 보이스피싱 조직원들이 사기를 위해 은행 명의를 빌리는 것임을 직감했습니다.
A씨는 보이스피싱 조직원들을 속여 피해금액을 가로채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조직원들은 피해를 봐도 경찰에 신고하지 못할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는 글을 올린 보이스피싱 조직원에게 전화를 걸어 "계좌번호를 알려주는 것은 물론이고, 입금되면 은행에서 직접 돈을 인출해 주겠다"고 말했습니다.
보이스피싱 조직원들에게도 좋은 제안이었습니다.
조직원들이 체크카드와 비밀번호만 빌려 ATM에서 돈을 인출하려면 한 번에 최대 70만 원만 뽑을 수 있지만, 통장 명의자가 직접 은행 창구에 가면 한번에 2천300만 원을 찾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A씨는 다음날 서울 관악구 한 은행 앞에서 조직원 2명을 직접 만났습니다.
이 조직원들은 A씨에게서 돈을 건네받아 중국으로 보내는 '송금책'이었습니다.
이들은 A씨에게 "아들을 납치했다는 말에 속은 사람이 당신의 계좌로 2천300만 원을 입금했다"며 "돈을 뽑아서 가지고 나오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A씨는 이들의 지시에 따르는 척하며 은행 창구로 들어가서는 은행 직원에게 2천300만 원 전부를 자신의 또다른 계좌로 이체해달라고 했습니다.
밖으로 나와서는 A씨는 태연하게 거짓말을 했습니다.
조직원들에게 "은행에 현금 2천300만 원이 없어 돈을 인출하지 못했다"고 둘러댔습니다.
바로 다른 은행으로 이동해 돈을 인출하자는 조직원들에게 A씨는 또 거짓말을 했습니다.
그는 "불법 주차 단속을 당해 잠깐 차를 옮기고 오겠다"며 바삐 현장을 떠났고 그대로 자취를 감췄습니다.
A씨에게 깜빡 속은 송금책들은 결국 돈을 한 푼도 손에 쥐지 못했고, 예상대로 경찰에 신고도 할 수 없었습니다.
조직원들을 등친 A씨는 자신의 계좌로 빼돌린 2천300만 원을 마음놓고 사채빚을 갚는데 사용했습니다.
하지만 보이스피싱으로 피해를 본 사람의 신고를 받은 경찰이 수사에 착수, 결국 검거됐습니다.
경찰은 A씨의 여죄를 조사하는 한편 그와 접촉한 보이스피싱 조직원들의 뒤를 쫓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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