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는 한 남자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정치권이 들썩이고 있습니다. 미국 내 첨예한 갈등의 최종 해결자 역할을 해온 9명의 연방 대법관 중 한 명이 심근 경색으로 숨진 겁니다.
대법관은 대통령이 지명하면 상원의 인준을 받아 임명되는데 이 한 자리의 공석을 두고 또 다른 전투가 촉발됐습니다. 김우식 특파원이 취재파일에 담았습니다.
1936년생 우리 나이로 81살의 안토닌 스캘리아 대법관이 지난 주말 지인들과 텍사스의 한 리조트로 사냥을 하러 갔다가 뜻밖의 부고를 안겼습니다.
그는 지난 1986년 레이건 대통령 시절부터 30년간 보수진영의 논리를 대변해 왔는데요, 문제는 그의 사망으로 원래 보수 5명 진보 4명으로 구성됐던 연방대법원의 이념지형이 무너져 역전될 위기에 놓였습니다.
물론 대법관들이 무조건 이념 성향에 따라 모든 사안을 판단하는 것은 아니지만, 같은 편이 많아야 유리하단 건 두말할 나위가 없겠죠. 그래서 대법관 인선이 뜨거운 쟁점으로 떠올랐습니다.
공화당은 지난 80년간 대선이 있는 해에는 대법관 인준이 이뤄지지 않았다며 차기 대통령이 나올 때까지 빈자리를 놔둬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민주당은 무슨 소리냐며 오바마 대통령의 임기가 아직 11달이나 남아있단 점을 강조하면서 대법원에 중요한 안건들이 많이 걸려 있으니 최대한 빨리 후임을 뽑아야 한다고 맞서고 있는 겁니다.
특히,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당내 대선 주자들도 이 주제에 있어서만큼은 하나 된 목소리로 견해를 밝혔습니다.
[도널드 트럼프/美 공화당 대선후보 : 보수파가 필요합니다. 분명 훌륭한 사람들이 많이 있어요. 그런 훌륭한 분 한 분을 잃었지요. 후임은 딱 스캘리아 대법관 같은 사람이 되길 바랍니다.]
[힐러리 클린턴/美 민주당 대선후보 : 2017년 1월 20일까지는 오바마 대통령이 미국의 대통령입니다. 대통령은 새 대법관을 지명할 책임이 있고, 상원은 투표할 책임이 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조만간 후임을 지명하겠다고 못박았는데요, 이참에 진보 성향 법관을 한 명 더 앉히면 자신이 그토록 바라던 총기소유제한법과 이민개혁법을 완수할 가능성이야 높아지겠지만, 그렇다고 상원의 과반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공화당이 전면적으로 반대할만한 인물을 들이밀기는 또 부담스러울 겁니다.
이런 가운데 한국계 루시 고 판사를 비롯한 아시아계 판사들이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고 있어서, 사상 첫 아시아계 미국 대법관의 탄생 가능성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 [월드리포트] 우리 편을 심어라…후임 뽑자는데 반발하는 이유는? (대법관 죽음으로 본 美 대법원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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