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봄 네가 태어나서 지금 첫 겨울을 넘기도록 잘 자라주어 고맙구나. 이제 곧 봄이 되면 아쉽지만 너를 떠나보내야만 한단다. 너른 세상으로 나가서 벗들과 어울리고, 짝을 찾아서 일가를 이뤄야겠지.
어떻게 먹을 것을 찾고, 어디 가서 쉬고, 위험한 건 뭔지 지금 잘 배워야 한단다. 아비 어미가 지금 가르쳐 주는 걸 잘 보고 배우거라. 겨울엔 들판에 먹을 게 없어서 이렇게 사람들이 주는 옥수수로 배를 채운단다. 이 물고기는 강에서 잡은 송어란다. 훌륭한 반찬이지! 하늘에서 수리 떼가 날아와서 채가니 뺏기지 않도록 해라.
원래 홋카이도엔 사람이 거의 안 살았거든. 그런데 20세기 시작 무렵에 일본이 광대한 자연을 개척한답시고 대거 본도에서 사람을 들여보내서 우리가 살던 습지를 망가뜨렸단다. 우리에게 총질도 하고 덫도 놓고, 학살이 벌어졌지.
우리 일족이 이 땅에서 거의 사라질 뻔 했는데, 다행히도 마음 착한 몇몇 농부와 어린 학생들이 굶주리는 우리를 불쌍히 여겨서 자기들 양식을 나눠주기 시작한 게 계기가 됐단다. 1950년 즈음에서야 우리도 조금씩 사람을 겁내지 않게 됐고 말이지. 홋카이도에 지금 우리 일족은 1,550마리로 늘었단다.
여차하면 우리는 이 지구에서 영영 사라질 운명이야. 귀하신 몸이지! 덕분에 멀리서들 우리를 보러 사람들이 모여들어서 우리 사진도 찍고 아주 기뻐들하지. '생태관광'이라고 해서 쏠쏠하게 도움도 된다고 하는데, 나라마다 지역마다 사정이 다르다는구나. 일본 홋카이도 쿠시로 사람들은 유별나게 우리를 잘도 이용해서 덕을 잘 보는 셈이지.
우리가 습지의 다른 생명들과 더불어 잘 사는 모습을 기뻐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을 터이니, 그들을 고맙게 여기자꾸나. 아가, 우리 두루미는 습지와 자연의 대표라는 자부심을 갖거라. 두루미와 인간이 어울려 살아가는 곳이라면, 그곳이 곧 지상의 낙원이 아니겠니? 지금 부모가 가르쳐 준 것, 머리에 가슴이 깊이 새겨서 새 봄에 훌륭한 어른 두루미로 독립하게 되기를, 흰 날개 모아 간절히 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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