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당신은 임신 중절 합법화에 전적으로 찬성한다고 말했는데요." 미국 공화당의 아이오와 주 코커스(당원대회) 직전 아이오와 마셜타운의 한 고등학교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의 기자회견에서 NBC방송의 피터 알렉산더 기자는 과거 트럼프의 인터뷰를 거론하며 말문을 열었습니다.
트럼프는 질문이 채 끝나기도 전 "인터뷰 전문을 읽으라"며 "당신은 전문을 다 읽지 않았다. 내가 거기서 뭐라고 했느냐"며 무섭게 쏘아붙였습니다.
예상 밖 일격에 당황했던 기자가 곧 평정심을 되찾고 당시 트럼프가 "낙태라는 개념이 불편하긴 하지만"이라는 전제를 달았다는 사실도 언급하자 트럼프는 곧바로 말꼬리를 잡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왜 아까 질문할 때는 내가 낙태 개념을 싫어한다는 얘기를 하지 않았느냐?"며 "내 발언을 읽지 않은 데 대해 사과할 것이냐?"고 기자에게 여러 차례 사과를 종용했습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날의 대화를 묘사하며 "놀라운 점은 이러한 풍경이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라는 것"이라고 표현했습니다.
'막말'의 대명사인 트럼프에게 인신공격성 모욕과 협박을 당한 언론인은 폭스뉴스의 여성 앵커 메긴 켈리만이 아닙니다.
AP통신의 질 콜빈 기자는 트럼프로부터 "진짜 나쁜 기자 중 한 명"이라는 소리를 들었고, 뉴욕타임스의 에이미 초지크와 매기 하버먼은 "3류 기자", CNN의 분석가 S.E.
컵과 애나 나바로는 "정치계에서 제일 멍청한 두 사람"으로 비하됐습니다.
허핑턴포스트 창립자 아리아나 허핑턴에게는 "진보적인 광대", 포브스의 클레어 오코너에겐 "멍청이", CNN 진행자 앨리신 카메로타에겐 "재앙", WP 블로그 제니퍼 루빈에게는 "멍청한 블로거"라는 막말을 쏟아냈습니다.
여성 언론인들에게 집중된 이러한 막말 탓에 일부 여성 기자들은 트럼프 유세 현장 취재를 두려워하기도 한다고 WP는 전했습니다.
기자들을 험하게 대하기는 트럼프뿐만 아니라 일부 트럼프 지지자들도 마찬가지여서 한 기자는 트럼프 지지자들이 트럼프의 말투를 그대로 흉내 내 악성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고 전했습니다.
CBS의 영상·디지털 기자인 남아시아계 소판 데브는 지난달 트럼프 유세 현장을 촬영하던 중 트럼프 지지자로부터 "이슬람국가(IS)를 위해 촬영하는 것이냐"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데브가 "난 CBS 기자이고, 당신의 말은 부적절하다"고 정중해 말하자 상대는 "여긴 미국이다. 당신이 여기에 있는 걸 기쁘게 생각하라"고 비꼬았습니다.
트럼프의 거친 발언 탓에 트럼프를 취재하고 보도할 때는 "침묵이 최상의 방책"이라는 말까지 나옵니다.
허핑턴포스트와 버즈피드, 퓨전TV 등은 트럼프에 대한 비판적인 보도 이후 트럼프 관련 행사에서 여러 차례 취재 금지 조치를 당했고 유니비전과 NYT의 기자는 심지어 행사 도중 쫓겨나기도 했습니다.
(SBS 뉴미디어부)
'모욕, 협박, 그리고 더한 모욕'…트럼프 취재기자들의 고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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