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년 전 4명의 소년이 각자 다른 사건에 연루되면서 살인자와 강도치사범으로 몰리는 영화와 같은 일이 생겼습니다.
10대 초반부터 오토바이를 타고 다방의 배달일을 하던 최모씨(31)는 2000년 8월10일 새벽 2시께 전북 익산시 영등동 약촌오거리 부근에서 오토바이를 몰고 가다 끔찍한 현장을 목격했습니다.
길가의 한 택시 운전석에서 기사 유모(당시 42)씨가 피를 흘린 채 쓰러져 있었던 것입니다.
예리한 흉기로 12차례나 찔린 유씨는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그날 새벽 숨을 거뒀습니다.
최초 목격자인 최씨는 경찰의 참고인 조사에서 "현장에서 남자 2명이 뛰어가는 모습을 봤다"고 진술했지만 경찰은 자꾸 그를 범인으로 몰았습니다.
경찰은 최씨가 택시 앞을 지나가다가 운전기사와 시비가 붙었고, 이 과정에서 오토바이 공구함에 있던 흉기로 유씨를 살해했다고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경찰 발표와는 달리 최씨가 사건 당시 입은 옷과 신발에서는 어떤 혈흔도 발견되지 않았고 재판은 정황증거와 진술만으로 일사천리로 진행됐습니다.
'익산 약촌오거리 택시기사 살인사건' 범인으로 전락한 최씨는 징역 10년을 선고받고 2010년 만기출소했습니다.
수감 생활 중에 진범이 잡혔다는 소식도 접했습니다.
경찰은 사건 발생 2년 8개월이 지난 2003년 3월 이 사건의 진범이 따로 있다는 정보를 확보했습니다.
당시 용의자로 지목된 김모(당시 22)씨는 경찰에 붙잡히자 "유흥비를 마련하기 위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자백했습니다.
그의 친구 임모(당시 22)씨로부터는 "사건 당일 친구가 범행에 대해 말했으며 한동안 내 집에서 숨어 지냈다"는 진술까지 확보했지만 구체적인 물증이 발견되지 않은데다, 김씨와 그의 친구가 진술을 번복하면서 수사는 흐지부지됐습니다.
직접 증거가 없어 검찰은 기소조차 못 했지만 대법원은 지난해 12월 이 사건에 대해 재심 결정을 내려 최씨는 실낱같은 희망을 걸고 있습니다.
이른바 '삼례 나라슈퍼 강도치사사건'의 범인으로 몰려 옥살이를 한 30대 청년 세 명도 무죄를 주장하고 있습니다.
임모(37)씨, 최모(36)씨 등 동네 선후배 3명은 1999년 2월 6일 오전 4시께 완주군 삼례읍 나라슈퍼에서 발생한 3인조 강도치사사건에 연루돼 옥살이를 했습니다.
당시 강도들은 주인 유모(당시 76) 할머니를 질식사시킨 뒤 현금과 패물 등을 훔쳐 달아났다는게 경찰 발표였습니다.
경찰에 붙잡힌 '삼례 3인조'는 가정형편이 어려운 지적장애인데다가 많이 배우지도 못한 19∼20세의 청소년이었습니다.
경찰 수사 과정에서 범행을 자백한 이들은 각자 징역 6년에서 4년을 선고받고 만기출소했습니다.
그런데 같은 해 11월 이 사건의 다른 용의자 3명이 부산지검에 검거돼 범행 일체를 자백했지만, 전주지검에 이첩된 뒤 자백을 번복해 결국 무혐의 처분을 받았습니다.
사건이 발생한 지 17년이 지나 공소시효는 지났고 사건 기록도 모두 폐기됐습니다.
이들을 무료변호하는 박준영 변호사는 지난해 3월 유가족이 보관 중인 현장검증 동영상과 진범으로 지목됐던 인물들의 사건기록을 근거로 전주지법에 재심을 청구했습니다.
이들 중 한 명은 "흐릿한 기억이지만 현장검증 때 한 경찰은 '너희는 배우고 나는 감독이다'란 말까지 했다"고 억울함을 토로했습니다.
이 와중에 또다시 사건 결과를 뒤엎을만한 반전이 생겼습니다.
진범으로 지목됐던 이모(48)씨가 지난달 말 자신이 범인이라며 자백하고 피해자의 묘소를 찾아가 참회했습니다.
이씨는 최근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당시 검찰에서 조사받을 때 죄를 인정하고 자백했지만,검찰은 우리가 범인이 아니라고 했다. 당시 제대로 처벌받았다면 이런 마음의 짐은 없었을 것이며 감당할 수 없는 무거운 짐을 마음속에 얹고 살다 보니 죄책감으로 스스로 위축됐다"라고 고백했습니다.
이씨는 '삼례 3인조'에게도 무릎 꿇고 사과했고 유족도 이들을 적극적으로 돕고 있습니다.
박 변호사는 "경찰관들이 조사하는 과정에서 지속적인 폭력을 휘둘러 경찰관의 직무상 범죄가 확실하며 진범들이 범인이 아니라면 도저히 할 수 없는 진술을 한 점 등을 근거로 재심 청구를 했다"며 "여러 증거를 보면 이들은 결코 범인이 아니다"고 강조했습니다.
최씨는 "정말 누명을 벗고 억울함을 풀고 싶다"며 "저희를 폭행한 형사들에게 똑같은 세월을 살게 해 주고 싶다"고 눈시울을 붉혔습니다.
이 사건은 전주지법 제2형사부 변성환 부장판사가 맡았으며 이르면 3월 재심 개시 여부가 결정됩니다.
(SBS 뉴미디어부)
살인·강도사건에 억울하게 휘말린 소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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