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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통신사들이 단통법으로 아낀 1조 원은 어디로 갔을까

'황금알 낳는 거위' 단통법, 통신사엔 대박

[취재파일] 통신사들이 단통법으로 아낀 1조 원은 어디로 갔을까
통신 3사가 작년 실적을 차례로 발표했습니다. 2014년 10월 단통법이 시행된 이후 1년 동안 보조금을 얼마나 아꼈는지가 드러났습니다. SK텔레콤이 5천 2백억 원, KT가 3천 4백억 원, LG유플러스는 1천억 원을 각각 아낀 걸로 집계가 됐습니다.

세 회사를 합치면 무려 9천 6백억 원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액숩니다. 대박 사업을 찾아내도 벌어들일까 말까한 액수를 딱 법 하나 만들어서 손쉽게 금고에 쌓아둘 수 있게 됐으니, 통신사 입장에서 단통법은 대박법이란게 입증된 셈입니다.

● 20% 요금 할인 때문에 남는게 없다?

그런데 통신사들은 절대 단통법 때문에 이득을 보지 않았다면서 정색을 합니다. 특히 보조금을 받는 대신 20% 요금 할인을 해주는 제도 때문에 오히려 부담이 됐다고까지 이야기 합니다. 그리고 이걸 일부 언론들은 그대로 받아서 써줍니다. '통신사들 20% 요금 할인에 직격탄' 같은 제목을 써가면서 말이죠. 이 말, 맞는 말일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거짓말입니다. ARPU라는 용어가 있습니다. 손님 한 사람으로부터 통신비로 얼마를 벌어들였는지를 계산한 겁니다. 만약에 20% 요금할인으로 통신사들이 벌어들이는 돈이 줄었다면, 이 ARPU가 크게 줄어야 맞습니다.

● 통신비, 오히려 늘었다


SK텔레콤의 재작년과 작년 ARPU를 비교해 놓은 겁니다. 두번째 줄이 1인당 ARPU입니다. 1인당 3만 6,101원에서 3만 6,582원으로  480원, 1.3% 오히려 늘었습니다. 20% 요금인하 때문에 골치아프다더니, 오히려 통신비는 더 내는 셈입니다.

KT도 2.9% 늘었습니다. 다만 LG유플러스만 0.7% 줄었고요. 결과적으로 보면 단통법을 하면 통신비가 줄어든다더니, 소비자가 내는 통신비는 1년 전에 비해서 오히려 올랐습니다.

보조금은 1조원 아끼고 요금은 전보다 더 받는다, 단통법 매직, "꿈은 이루어 졌다"죠.

● 통신사들의 엄살, "가입비는 폐지했다!"

결국 통신사들이 엄살을 부린 셈입니다. 그런데 또 한가지를 우깁니다. 통신사를 옮길 때 붙던 가입비를 폐지했다는 겁니다. 이것 때문에 세 회사 합쳐서 1,700억원 정도 매출이 줄긴 했습니다.

하지만 이건,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된 이후, 2013년 초 인수위원회때부터 이미 하겠다고 공언했던 일입니다. 단통법의 대가로 통신사가 포기한게 아니고요.

그리고 이건 가입할 때만 해당이 되는겁니다. 단통법이 시작되고 번호이동이 힘들어진 지금, 어차피 손님을 자기 통신사에 가둬만 놓는다면 가입비는 안 받아도 되는거죠. 통신사 입장에서 가입비 안 받으면 당장 벌어들이는게 줄겠지만 울상까지 지을 필요는 없단 이야깁니다.

● 그래서, 1조원은 어디로 갔나

자 그러면 통신사들이 아낀 1조원은 어디로 갔을까요. 우선 3천 4백억원을 아낀 KT의 경우는, 2014년 4천억원 영업적자에 작년엔 1조 2천 9백억원 흑자로 돌아섰습니다.

단통법으로 1천억 원을 아낀 LG유플러스는 흑자가 2014년 5,763억에서 작년엔 6,323억원으로 560억원 늘었습니다. 두 회사는 단통법으로 남긴 돈이 영업이익으로 그대로 이어졌다고 봐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재미있는건 업계 1위, SK텔레콤입니다.

● SK텔레콤, 단통법에도 흑자 줄었다?

SK텔레콤은 영업이익이 2014년 1조 8,250억원에서 1조 7,080억 원으로 천억원 이상 줄었습니다. 그냥 봐선 단통법 때문에 재미를 본 것 같지 않습니다.

그런데 재무재표를 들여다 보면 그렇지 않습니다. 단통법으로 모은 5천억 원을 금고에 넣지 않고 신나게 잘 썼다는게 나타납니다.

우선 직원들 중에 연봉이 높은 사람들, 오래 다닌 사람들을 특별퇴직시키는데 돈을 썼습니다. SK텔레콤은 보통 매년 50개월, 4년치 기본급을 주면서 특별퇴직 신청을 받았었는데, 신청자가 10명이 될까 말까 했습니다.

그런데 작년엔 80개월치를 내걸었습니다. 평균적으로 3억원이 넘는 돈입니다. 그 결과 예년보다 30배 많은 3백명이 넘는 직원이 특별퇴직을 신청했습니다. 여기 쓴 돈이 1,100억원, 줄어든 영업이익과 맞먹는 돈이고 단통법으로 줄인 마케팅비 중에 5분의 1에 해당하는 돈입니다.

나머지는 어디에 들어갔냐면, 새로운 사업인 쇼핑사업을 확장하는 데 썼습니다. 11번가를 운영하는 SK플래닛과 스마트폰 매장을 직접 운영하는 PS&M에 직원을 뽑고 돈을 투자했습니다. 투자자금으로는 2760억원, 추가 인건비로는 천억원 정도가 들어간 걸로 추산이 됩니다. 결국 이 돈과 특별퇴직금을 합하면 얼추 5천억원에 맞아 들어갑니다.

결론적으로 SKT는 단통법으로 아낀 돈을 단순영업이익으로 쌓지 않고 직원들을 정리해서 미래에 들어갈 비용을 줄이고, 새로운 사업을 벌이는데 사용한 셈입니다. 
● 통신사들은 올해도 1조 원을 아낀다

정리하자면 결국 통신사들은 단통법으로 아낀 돈을 영업이익으로 쌓거나 직원을 정리하고, 자기들 먹거리를 불리는데 사용했습니다.

통신사들이 작년에만 돈을 아끼는게 아닙니다. 올해도, 내년에도, 단통법이 있는한 계속 아낄 수 있습니다. 그야말로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하나 잡은 셈이죠.

해마다 통신사들이 아끼는 이 1조 원, 만약에 단통법이 없었다면 어디로 흘러갔을까요. 소비자들이 새 스마트폰을 살 때 보조금을 더 받아서 부담을 줄일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제조회사들도 스마트폰을 더 팔아서 공장 돌리고 근로자들에게 돌아갈 수도 있습니다. 스마트폰 판매점 30%가 단통법 이후 문을 닫았는데, 이 사람들도 장사를 계속 할 수 있었을 겁니다.

그리고 국내 소비와 성장률 같은, 경제지표도 좋아졌겠죠. 그래서 기획재정부가 올해 경제정책을 발표하면서 단통법을 손보겠다고도 발표했었습니다.

하지만 미래부와 방통위가 막고 나선 상태입니다. 단통법이 성공적으로 정착하고 있는 좋은 법이라면서, 법을 만든 지 1년만에 고치는건 안된다고 말이죠.

단통법은 위에서 봤듯 성공적입니다. 통신사에게만 성공적이라서 문제죠. 그 사이 소비자는, 국가경제는 성공적이지 못했습니다. 비용만 늘고 혜택은 별로 나아진게 없습니다.

단통법에 가장 핵심조항인 보조금 상한선은 3년 한시적으로 적용됩니다. 이제 1년 반 지났고, 1년 반 남았습니다. 4월 총선이 끝나고 새로 구성되는 국회에서 민생문제를 다룰 때, 이 부분부터 논의를 하기를 기대합니다. 통신사에게 매년 1조원씩 도와주기엔, 국민들 사정이 넉넉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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