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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올림픽 축구대표팀 11개월의 여정…그리고 와일드카드

와일드카드로 '수비 강화!'

[취재파일] 올림픽 축구대표팀 11개월의 여정…그리고 와일드카드
세계 최초로 8회 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의 쾌거를 이뤄낸 올림픽 축구대표팀이 한일전에서 아쉬운 패배를 기록하며 최종예선을 마무리했습니다. 우승으로 화려한 피날레를 장식하려던 계획은 어긋났지만 리우 올림픽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한일전 패배는 좋은 보약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올림픽팀이 역대 최약체라는 평가를 이겨내고 기적처럼 리우행 티켓을 따냈듯이 한일전 패배의 경험과 아픔이 성장의 밑거름이 될 것입니다. 지난 11개월 여정을 되돌아보면 올림픽까지 남은 6개월 간 또 한 번 도약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신호를 엿볼 수 있습니다.
● 발품으로 구성한 23인의 태극전사

올림픽팀 신태용 감독은 지난해 2월 이광종 전 올림픽팀 감독이 백혈병으로 투병하게 돼 ‘소방수’로 전격 등장했습니다. 팀을 만들기에는 턱없이 모자란 단 11개월의 준비 시간이 신 감독에게 주어졌습니다.

선수 구성도 난제였습니다. 1992년생을 대표하는 손흥민(토트넘) 김진수(호펜하임) 이종호(전북), 1997~1998년생인 이승우 백승호(이상 바르셀로나 후베닐 A) 등과 달리 올림픽팀의 주축인 1993~1994년생 중에서는 특급 유망주들을 찾아보기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골짜기 세대’라는 꼬리표까지 따라 붙었고, 최약체 전력으로 리우행 본선행 티켓을 따내야 하는 어려운 ‘미션’이 시작된 겁니다. 신태용 감독이 새로운 선수들을 찾아 나선 과정에서 웃지 못할 해프닝도 많았습니다.

“준비하는 과정에서 상당히 열 받았죠. 소속팀에서 경기 뛰는 선수가 거의 없어서 갑갑했습니다. 코치들과 주말에 선수를 보기 위해 K리그 경기장에 가면 그 선수가 교체 명단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습니다. 너무 황당한 거죠. 선수들에게 경기에 뛰기 위해서 소속팀 감독님에게 ‘아부’라도 해서 어떻게든 경기에 출전하라고 얘기할 정도였습니다.”

신 감독은 그럼에도 꾸준히 K리그와 J리그를 살폈고, 해외 무대로도 눈을 돌렸습니다. 이 과정에서 발견한 선수들이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뛰는 박인혁과 스페인 알코르콘의 지언학, 독일 상파울리의 최경록, 그리고 오스트리아 리퍼링(현재는 잘츠부르크 소속)의 황희찬이었습니다.

결과적으로 박인혁과 지언학, 최경록의 경우 소속팀의 반대로 최종예선행이 무산됐고, 주전 미드필더였던 광주의 이찬동, 일본 베갈타 센다이의 김민태는 부상으로 중도 하차했지만, 황희찬은 최종예선에서 발군의 활약을 하며 신 감독이 판 발품을 더욱 빛나게 했습니다. 

11개월 뒤, ‘신태용호’는 당당하게 리우에 입성하게 됐습니다. 이제 나머지 선수들의 올림픽 차출만 허락된다면 올림픽팀의 전력도 배가 될 수 있습니다. 신 감독이 선수들을 발굴하는데 보낸 시간들이 올림픽에서 힘을 발휘할 때입니다.
● 벽을 허물고 선입견을 깨다

신 감독은 최종예선을 거치면서 몸무게가 5kg이나 빠질 만큼 많은 스트레스와 중압감에 시달렸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라운드의 여우’라는 별명처럼 다양한 전술로 상대를 ‘요리’했고, 화려한 언변과 구수한 ‘육두문자’로 우리 선수들을 ‘조리’했습니다. 물론 짧은 시간에 그 벽을 허무는 과정은 쉽지 않았습니다.

“선수들에게 다가가기 위해 가끔 재미있는 육두문자를 사용했습니다. 그러면서 선수들이 감독을 편하게 대하는 걸 느낄 수 있었죠. 스킨십하려고 목욕탕에서 선수들이 있는 냉탕에 내가 들어가면 선수들이 온탕으로 도망가고, 내가 온탕에 가면 또 냉탕으로 이동하고, 왔다갔다 하면서 또 도망다니고.. 선수들과 감독 사이에 보이지 않는 벽이 있다보니 그걸 허물기 위해 많이 노력했죠. 점차 서로 믿음이 쌓여 이번에 좋은 성적이 난 원동력이 된 것 같습니다.”
선수 구성 마무리단계에서 신 감독은 마지막 퍼즐 찾기에 나섰습니다. 경기 흐름을 단숨에 바꿀 수 있는 공격수가 필요했습니다.  고민 끝에 마지막에 눈여겨 본 선수가 황희찬이었습니다. 당초 신 감독은 선입견 때문에 황희찬을 선발할 계획이 없었다고 했는데 극적인 반전이 이때부터 시작됐습니다.

“희찬이 같은 경우는 19세 대표 때 연습경기를 잠깐 봤는데 공격은 좋은데 수비를 전혀 하지 않더라고요. 선수들에게 희생정신을 강조하는데 제 철학과는 다른 선수라는 생각이 들어서 머리 안에서 지워버렸죠.”

프로축구 포항의 유소년팀인 포항제철고를 다니던 황희찬이 포항과 갈등을 빚으면서까지 유럽에 진출해 ‘배신자’라는 낙인이 찍힌 것을 보며 신 감독은 인성에도 문제가 있을 것이라고 판단한 것이죠. 그래도 최전방 공격수를 찾기가 워낙 힘들다보니 마지막 기회를 한 번만 주자는 생각으로 지난해 9월 호주와 평가전에 발탁 했습니다. 신태용 감독은 황희찬에게 이런 말을 했다고 합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공격수가 웨인 루니(맨체스터 유나이티드)다. 루니는 공을 빼앗겨도 추격해서 다시 공을 찾아오는 투쟁력이 좋다. 난 그런 선수를 원하고 네가 그런 역할을 해주길 기대하겠다.”

황희찬은 단숨에 신 감독의 눈을 사로 잡았습니다.

“내가 루니에 대해 얘기한 부분을 희찬이가 호주와 평가전에서 보여주더라고요. ‘아! 얘가 달라졌구나’라는 걸 확 느꼈죠.”

황희찬이 최종예선에서 골을 기록하지는 못했지만 카타르전에서 후반에 교체 출격해 존재감을 뽐내며 올림픽팀의 본선행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신 감독의 평가도 달라졌습니다.

“황희찬이 팀에서 저돌적으로 움직이면서 공격진들이 수월하게 움직일 수 있었습니다. 이제는 내 선수라는 생각이 듭니다.”
● 수비 강화에 사용할 와일드카드

5골로 대회 득점 2위에 오른 권창훈과 4골의 문창진, 그리고 류승우와 김현, 진성욱 등 공격수들이 이번 대회에서 다양한 득점 루트를 선보였습니다. 반면 우리팀 수비수들은 순간 집중력이 흐트러지고, 침투 패스에 뒷 공간을 자주 내주는 취약점을 보였습니다.

특히 2골차로 앞서가다 내리 3골을 내준 일본전에서는 이른바 ‘멘붕’이 왔다고 할만큼 수비가 엉망이었습니다. 경기가 끝난 뒤 신태용 감독은 선수 교체 타이밍에서 실수가 있었다고 인정했습니다.

“연제민이 전반에 헤딩을 하다 코를 다쳐 교체를 하려고 했지만, 계속 뛰겠다고 했습니다. 주장이고 의지가 강해 계속 뛰게 했지만 결과적으로 일찍 바꿨어야 했습니다. 감독이 정에 휘둘리면 안된다는 걸 또 한번 배웠습니다.”

올림픽에서는 최대 3명까지 24세 이상의 선수들을 선발할 수 있는 와일드카드 제도가 있습니다. 각 팀별로 가장 취약한 포지션의 선수를 선발해 전력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이번 대회를 통해 신 감독의 와일드카드 구상도 확실해졌습니다. 신 감독은 3장의 와일드 카드 가운데 2장을 수비 보강에 활용할 계획입니다. 특히 신 감독은 경기의 중심을 잡아줄 ‘리더’를 찾고 있습니다. 일본전에서 만회골을 내줬지만, 확실한 리더가 있었다면 곧바로 동점골을 내주는 상황이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판단한 겁니다.

중앙 수비수와 수비형 미드필더 선발도 유력합니다. 특히 중앙 수비수와 측면 수비, 수비형 미드필더까지 모두 소화할 수 있는 국가대표팀의 장현수가 최적의 카드로 꼽히고, 김영권과 홍정호, 김기희 등도 후보군에 포함될 수 있습니다.

수비형 미드필더로는 한국영이 거론되는 가운데 남은 한 장의 와일드카드 주인공이 병역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토트넘 손흥민이 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최종예선이 마무리됐지만 신태용호의 올림픽 본선 준비는 이제부터입니다. 대한축구협회는 3월과 6월 A매치 기간 중에 올림픽팀 평가전을 추진할 계획입니다. 2개 대회 연속 메달을 바라보는 올림픽팀의 힘찬 도전이 시작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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