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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돋보기] 마이너스 금리 확산…내 예금은 어쩌나?

역(逆)금리의 반란 시작됐다

[뉴스돋보기] 마이너스 금리 확산…내 예금은 어쩌나?
초등학교 다닐 때 숫자는 당연히 양수만 있는 줄 알았던 시절, 앞에 마이너스(-) 부호가 들어간 음수를 처음 접하고 당황했던 기억이 있다. 음수 더하기 양수는, 음수 더하기 음수는, 음수 곱하기 음수는, 음수 나누기 음수는...

지금은 음수 연산에 익숙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수학에서나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이제 은행거래를 할 때에도 음수를 사용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지금까지 마이너스 금리라는 용어는 실질금리가 마이너스라는 의미로 주로 쓰였다. 시중은행들이 지급하는 예금금리가 물가상승률을 밑돌아 이자를 받아도 사실상 밑지는 장사라는 의미였다.

최근 확산하고 있는 마이너스 금리는 이런 실질금리가 마이너스라는 소리가 아니라 실제 사용되는 명목금리가 마이너스라는 얘기로 ‘역(逆)금리‘(negative interest)라고 표현하는 것이 맞을 것 같다.

지금까지 역(逆)금리란 백과사전에서의 풀이 그대로 “통화불안 때의 평가변경이나 고금리를 노리고 외자가 유입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비거주자의 예금에 대해서 마이너스의 금리를 부과하는 것"을 말했는데, 1960∼1970년대 초에 서독(현 독일), 프랑스, 스위스 등이 외자유입 규제책으로 실시한 적이 있다.
이런 징벌적인 의미로 통하던 역금리가 유럽에 이어 일본으로 번진 것이다. 덴마크(-0.65%), 스위스(-0.75%), 스웨덴(-1.10%)에 이어 지난해 12월 3일 유럽중앙은행(ECB)이 수신금리를 -0.3%로 내렸고, 지난주 금요일에는 일본 중앙은행(BOJ)이 수신금리를 -0.10%로 인하했다.

은행들이 운용하고 남은 돈을 중앙은행에 맡기면 이자를 받는 것이 아니라 역으로 이자(보관료)를 내야 하는 것이다. 유럽중앙은행은 다음달 3월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4%로 추가 인하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중앙은행의 수신금리 뿐 아니라 국가에서 발행하는 국채금리도 속속 마이너스 권역에 진입하고 있다. 독일과 스위스, 핀란드, 스웨덴, 일본 등의 5년에서 10년짜리 국채금리는 이미 마이너스 권역에 진입해, 실제 거래되는 마이너스 금리 국채는 5조5천억 달러어치나 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렇게 미국을 제외한 선진국 중앙은행들이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하는 것은 디플레이션을 막고 경기를 진작하려는 마지막 몸부림으로 분석된다. 금리를 인하해 자국의 화폐가치를 낮게(환율은 높게) 가져감으로써 자국 제품과 서비스의 가격 경쟁력을 높이고, 실물의 가격을 올려 디플레이션을 막는 동시에 침체된 경기를 살리려는 것이다.

금리를 낮추고 양적완화를 통해 막대한 돈을 풀어도 돈이 산업현장으로 공급되지 않고 은행권에서 맴돌다 다시 중앙은행으로 돌아오자 중앙은행에 돈을 맡기지 못하도록 페널티 금리(역금리)를 매기는 형국이라고도 할 수 있다.

국가 부채가 불어나면서 더 이상 경기진작을 위한 재정투입을 할 수 없게 되자 손쉬운 통화금융정책에 기대는 것으로도 풀이할 수 있다. 개방된 경제체제에서 재정투입보다는 통화금융정책이 더 효과를 발휘한다는 판단도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시건 대학의 킴벌(Miles S. Kimball) 교수 등 일부 경제학자들은 마이너스 기준금리가 플러스 금리 지대에서 금리를 낮추는 전통적인 통화정책과 동일한 효과를 낼 수 있다며, 마이너스 금리를 더욱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하고 있다. 시중은행들이 중앙은행에 돈을 맡길 때 적용하는 기준금리 뿐 아니라, 일반은행에서 고객들이 예금이나 대출을 할 때도 마이너스 금리를 적용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2010년 유럽의 경기침체가 발생했을 때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했다면, 지금처럼 각국 정부의 부채가 늘지 않았을 것이고, 경기는 훨씬 더 회복됐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킴벌 교수는 실제 경제활동에서 마이너스 금리를 적용할 수 있다며, 종이화폐를 전자화폐로 전환하면 된다고 말한다.

신용카드나 전자 상거래를 할 경우 마이너스 금리 적용은 컴퓨터가 자동으로 계산해 줘 아무 문제가 없다. 현금으로 물건을 살 경우에도 일정 기간 동안 마이너스 금리만큼 할인해서 현금의 가치를 계산해 주고, 일정 기간이 지나면 모두 전자화폐로 바꾸면 된다는 것이다.

가령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4%로 정했다고 하자. 연 -4% 금리로 1만 원짜리 3개월 만기 국채를 살 경우 3개월 후에 받는 돈은 1년의 4분의 1 기간만큼의 이자 1%(1백원)를 뺀 9천9백 원이다. 반대로 3개월 뒤에 1만원을 받으려한다면 먼저 1만1백 원을 내면 된다.

문제는 현금을 그대로 보유할 수 있다면 아무도 국채를 사지 않을 것이라는 것. 은행에 예금을 하면 마이너스 금리로 규모가 줄게 되지만, 현금의 규모는 그대로이니 시간이 갈수록 상대적으로 가치가 커지게 되는 만큼 모두들 은행 예금을 현금으로 찾아 장롱에 쌓아둘 것이다.
사진=게티이미지
킴벌 교수는 현금을 낼 경우에도 마이너스 금리만큼 물건 값을 더 받으면 된다고 주장한다. 금리가 -4%라고 가정하자. 1만 원짜리 물건을 사고 계산할 때 전자화폐를 내면 그대로 1만원만 받고, 현금을 낼 경우 연 4%의 할증률을 적용해 1만4백 원을 받는다. 마이너스 금리 기간이 3개월 이라면 1만1백 원을 받는 방식이다.

킴벌의 아이디어는 제로금리를 하한선으로 유지해 현금의 가치를 그대로 인정하기 보다는, 마이너스 금리를 적용해 현금의 가치를 낮춤으로써 물건의 값을 올리는 인플레이션 효과를 낸다는 것이다.

유럽의 경우처럼 제로금리를 유지하고 2%의 물가상승률을 유발하려 하기 보다는, 금리를 -2%로 내리면 당장 2%의 인플레이션 효과가 나타나고, 사람들은 가지고 있을수록 손해가 나는 현금을 보유하기 보다는 물건을 사려 할 것이라는 계산이다. 정부가 추가로 재정투입을 하지 않아도 되니 재정적자 걱정도 할 필요가 없다.

제로금리 정책에도 엄청난 현금을 쌓아놓고 투자를 하지 않는 기업이나 개인들에게 마이너스 금리는 징벌적 손해를 유발하고, 부채가 많은 기업이나 개인, 국가에는 부채를 경감하는 효과도 발생할 수 있다.

경제학자들은 경제활동에서 중요한 것은 명목금리에서 물가상승률(인플레이션율)을 제외한 실질금리라면서 마이너스 금리 지대에서도 통화정책은 작동한다고 말한다. 액면, 즉 명목 가격이 하락해도 중요한 것은 수량과 실질가격이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시중이자가 1%이고 물가상승률이 2%라면, 실질금리는 -1%로 예금을 하면 손해, 투자를 하면 이익이 나는 셈이다. 마찬가지로 시중이자가 -2%이고, 물가상승률이 -1%라면 실질이자율은 -1%로 같은 효과가 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마이너스 금리정책이 소비와 투자를 진작하는 효과를 낼 지는 미지수다. 제로금리와 양적완화에도 소비와 생산의 증가가 나타나지 않고 부동산 가격만 오르는 지금의 현상이 지속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마이너스 금리가 지속된다고 예상된다면 모두들 예금을 인출하고 대출을 받아서 물건을 사거나 부동산이나 채권, 주식 등에 투자를 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그리고 그런 현상이 한꺼번에 나타난다면 예금인출사태와 실물의 가격앙등으로 경제는 혼란에 빠지지 않을까.

채권자와 채무자의 지위를 바꾸어 놓는 혁명적인 발상에 사회적 혼란은 없을지도 고민이다. 역금리로 대출해 발생하는 금융기관들의 손실을 어떻게 보전할 지도 상상력이 필요하다.

통화정책으로 단기적인 경기부양과 인플레를 유발할 수는 있겠지만, 과잉설비와 과잉생산에 따른 초과공급이 상황이 개선되지 않으면, 어떤 통화정책도 지속가능한 경기진작 효과를 내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역(逆)금리 지대, 경제학자들은 그냥 숫자만 바뀔 뿐이라고 말하지만, 경제현장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아무도 단정할 수 없는 가보지 않은 곳이다. 어떤 역발상으로 비정상(abnormal)이 정상(normal)이 된 이 시대를 살아가야할 지 어지럽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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