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하루가 멀다 하고 부부싸움이 잦은 가정이 있습니다. 가정주부인 아빠와 직장을 다니는 엄마, 아이들 학원비 때문에 자꾸 목청을 높이는 일이 잦아진 겁니다.
결혼 전, 엄마는 아빠에게 아이들 학원비를 줄 테니 걱정하지 말고 학원에 보내라고 약속했습니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결혼 후 엄마는 학원비를 잘 주지 않고 있습니다.
아빠는 아이가 일단 학원에는 다녀야겠기에 학원에 보냈습니다. 나중에 어떻게든 엄마가 변통해주겠거니 생각하며 말이죠.
그런데 여러 해가 지나도록 엄마는 아이들 학원비에 대해 어떻게 해보겠다는 얘기가 없습니다. 그러는 사이 아빠는 돈을 빌려다 아이들 학원비 대느라 빚이 늘어갔고요, 엄마는 지난해부턴 대놓고 아이들 학원비는 아빠가 알아서 해결하라고 합니다.
아빠는 처음 약속과 말이 다르다며 계속 따지고, 엄마는 아빠로서 책임을 지지 않으면 법적 대응까지 하겠다고 맞서고 있습니다.
지난해에 이어 또 논란이 되고 있는 누리 과정 문제를 부부싸움 상황에 빗대 설명해보면 이렇습니다. 엄마는 정부 즉, 교육부고 아빠는 교육청, 학원비는 누리 과정 예산으로 생각하면 다소 복잡한 누리 과정 문제를 좀 더 이해가 쉬울 것 같습니다.
누리 과정은 만 3~5세 유아에게 국가가 어린이집 보육료나 유치원비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입니다. 이명박 대통령 재임 마지막 해인 지난 2012년 만 5세를 대상으로 처음 추진됐고, 그해 말 치러진 대선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무상 보육 확대를 핵심공약 중 하나로 내걸었죠.
[박근혜 대통령/대선 후보 당시 : 5살까지 아이는 국가가 무상 보육을 책임지겠습니다.]
이에 따라 누리 과정은 2013년부터 만 3세에서 5세까지로, 소득 하위 70%에서 전 계층 지원으로 대상자가 확대됐습니다.
지원이 늘면서 필요 예산도 4조 원으로 늘었는데 문제는 여기서 비롯됐습니다. 늘어난 비용을 어디서, 어떻게 마련하느냐는 겁니다.
정부는 세금으로 거둔 돈에서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라는 이름으로 20% 정도를 떼어내 교육청에 줍니다. 교육청은 이 돈으로 누리 과정 예산으로도 쓰고 초·중·고 운영을 위한 인건비와 시설비 등에도 씁니다.
정부는 처음 누리 과정을 추진할 때는 앞으로 경기가 더 좋아지면 세금이 더 걷히고, 덕분에 교육청에 나눠주는 돈도 늘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하지만 실상은 반대여서 2011년 이후 실제 세금이 걷히는 것은 예상 수치에 미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누리 과정 사업은 이미 확대 시행 중인데 당장 중앙정부에서 받는 돈은 줄어드니 교육청은 일단 정부를 믿고 지방채를 발행해서, 즉 빚을 내 충당했습니다.
그만큼 교육청 빚은 늘어갔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지난해 10월, 지방재정법 시행령을 개정해 유치원뿐 아니라 어린이집 누리 과정도 교육청이 책임지도록 바꿨습니다.
아이가 다니는 기관에 따라 유치원은 교육청, 어린이집은 복지부 소관이었는데, 어린이집 누리 과정 예산까지 책임지라고 하니 그렇지 않아도 버거운 교육청은 더욱 반발했습니다.
일부 교육청은 예산 편성 자체를 거부했습니다. 중앙 정부에서 책임지겠다고 해놓고 왜 자꾸 교육청에 떠넘기느냐는 것이죠.
정부는 교육청을 상대로 다른 사업에 앞서 누리과정부터 예산을 투입하라고 요구하고 있고, 교육청은 시설 보수 같은 곳에 써야 할 돈을 누리과정 예산으로 돌릴 수는 없지 않느냐고 반박하고 있습니다.
[이영/교육부 차관 : 과다 계상된 인건비·시설비 등 세출항목을 조정하면 누리과정 예산편성이 가능하다고 우리는 판단하였습니다.]
[장휘국/전국 시도교육감협의회 회장 : 이미 일부 시도교육청은 40%가 넘는 부채 비율로 재정위기 단체로 지정이 될 위기에 처해있고 학교 운영비 등이 삭감됨에 따라 초·중·고 교육 전반이 위축되는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러는 사이 학부모들은 보육 대란이 정말 닥치는 거 아니냐며 노심초사하고 있습니다. 자, 그렇다면 누리 과정 예산 문제 어떻게 풀어야 할까요?
분명한 건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지 근본적인 해결책을 내놓지 않고 다른 예산으로 돌려막거나 빚을 지는 땜질식 처방만 계속해서는 누리 과정 문제는 해마다 반복된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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