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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플러스] "족쇄에서 풀려났다"…마음을 치유하는 '심리부검'

사람이 죽었을 때 사망 원인을 밝혀내기 위해 시신을 해부해 검사하는 걸 부검이라고 하는데요,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경우 사인은 당연히 자살이지만, 도대체 왜 그런 극단적인 선택을 했는지 그 심리적인 과정까지 알아내는 걸 심리 부검이라고 합니다.

이 심리 부검을 하면 고인의 죽음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될 뿐 아니라 남겨진 가족들의 상처를 어루만져 추가 자살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는데요, 11년째 OECD 국가 중 자살률이 가장 높은 우리나라도 이런 심리 부검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안서현 기자의 취재파일 보시죠.

죽은 자는 말이 없다고 했죠. 하지만 죽기 전에는 많은 말을 남깁니다. 그래서 세상을 떠난 사람의 삶을 다시 한 번 되돌아보며, 생전에 어떤 메시지들을 전했는지 귀를 기울여보는 작업이 바로 심리 부검인데요, 처음에는 사랑하는 이의 갑작스런 죽음을 받아들이는 것조차 힘이 들지만 이러한 심리 부검을 하다 보면 얼마나 끊임없이 붙잡아달라는 신호를 보냈는지 깨닫게 됩니다.

먼저, 내가 없어도 건강히 지내라며 죽음을 직접적으로 암시하거나, 총이 있으면 편하게 죽겠다며 자살 방법을 언급하거나, 천국은 어떤 곳일까? 하며 사후 세계를 얘기하는 것처럼 언어적인 경고가 있었을 수 있고, 염색을 하지 않는 등 외모 관리에 무관심해지거나 잠을 못 자고 밥을 못 먹고 음주나 흡연이 느는 등 행동적 경고가 있었을 수도 있습니다.

또 무기력, 대인기피, 흥미 상실 같은 정서적 변화도 있었습니다. 살면서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이상한 부분들이 사실은 자살 징후였던 겁니다.

이렇게 마음껏 회상하는 시간을 갖다 보면, 유족들은 충격과 원망이 치유됨은 물론, 마지막 모습 때문에 모조리 잊혀질 뻔 했던 고인과의 좋은 추억을 되찾게 되고 무엇보다 이런 마음을 공유함으로써 자책감을 내려놓게 됩니다.

남들이 손가락질 할까 봐 주변에 도움을 청하거나 슬픔을 털어놓지도 못해 이중고를 겪었던 자살 유가족들이 족쇄에서 풀려날 수 있게 되는 겁니다.

핀란드에서는 1980년대부터 국가 주도 아래 심리 부검을 실시했습니다. 당시 전문가 240여 명을 투입했다고 하는데요, 그 결과 1991년 자살예방대책이 세워졌고 20년 만에 자살률이 절반으로 감소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도 아직은 직원 11명으로 걸음마 단계에 불과하지만, 재작년 중앙심리 부검센터가 출범했습니다.

[백종우/중앙심리 부검센터 부센터장 : 굉장히 용기를 내서 저희 센터를 찾아서 힘든 얘기를 해주셨거든요. 다른 사람의 자살을 막을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해주셨거든요. 그런 계기가 될 수 있도록 우리 사회가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좋겠습니다.]

▶ [취재파일] "족쇄에서 풀려났다"…마음을 치유하는 '심리부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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