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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뇌 수술' 받으며 연주한 기타리스트

[월드리포트] '뇌 수술' 받으며 연주한 기타리스트

임상범 기자 doongle@sbs.co.kr

작성 2016.01.28 14:51 수정 2016.01.28 18:42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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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중국 광둥성 선전시에 위치한 선전 제2 인민병원 뇌과 수술실에서 아주 특별한 수술이 있었습니다. 올해 57살의 중년 남성 이 모씨는 부분 마취만을 한 채 수술대 위에 누웠습니다. 가지런히 정돈된 수술도구며 무균 마스크를 쓴 집도 수술팀의 표정까지 얼핏 봐서는 여느 수술과 다를 바가 없었습니다.

수술이 시작되자 의료진 한 사람이 수술대 위에 누운 이 씨에게 기타를 건넸습니다. 기타를 받아 든 이 씨는 천천히 코드를 잡은 뒤 악성 베토벤의 1810년 작품인 '엘리제를 위하여'를 연주하기 시작했습니다. 나지막한 기타 선율이 흐르는 가운데 3시간 가량의 수술은 진행됐습니다.

이 씨는 왕년에 잘나가던 고전기타 연주자였습니다. 그러던 이씨는 20년 전 '뇌신경근육경련증'이라는 희귀병을 앓게 됐습니다. 평소에는 이상이 없다가 집중을 해서 연주를 하려고 하면 갑자기 오른손 손가락들이 경련을 일으키며 근육이 굳어지고 말았습니다.

뇌에서 시작해 신경을 거쳐 근육으로 이어지는 명령체계에 이상이 발생해 생기는 이 병은 한창 공부할 나이의 학생이나 손으로 정교한 가위질을 하는 미용사나 이 씨와 같은 음악가들에게는 어느 질병보다 무서운 재앙입니다.

특히 현악기를 연주하는 음악가들에게 종종 이런 질환이 나타나 일명 '음악가의 경련'으로 불립니다. 용하다는 병원은 다 찾아가보고 이런저런 약물 치료도 받아봤지만 소용이 없자 이 씨는 결국 생업이던 기타리스트 일을 접어야 했습니다. 그렇게 실의에 빠져 세월을 보내던 차에 '뇌심부전기자극수술이라는 최신 수술 기법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 수술대에 오르게 된 겁니다. 임상 자료가 충분치 않은 어려운 상황인데도 흔쾌히 수술에 동의한 집도의는 이 씨에게 수술 시간 동안 기타를 연주해 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연주하는 동안 뇌가 보내는 신호를 정확하게 기록하며 동시에 뇌에 전기 자극을 보내 환자의 이상 신경을 진단해 어깨 밑에 충전식 전극을 심었습니다. 어깨 근육을 사용하는 데 맞춰 뇌에 전기 자극을 주는 방식으로 심어 놓은 전극의 사용 연한인 10년이 지나면 배터리를 갈 듯 충전식 전극을 교체해야 하지만 수술은 성공적이었다고 병원 측은 밝혔습니다.

마취도 없이 몸에 박힌 독화살을 빼내며 태연하게 바둑을 뒀다는 삼국지 관우의 고사는 들어봤어도 뇌 수술 받으며 기타 친 사람은 처음이라며 중국 언론들이 호들갑을 떨었습니다. 하지만 기타와 함께 뇌 수술을 받은 사례는 이미 브라질에서도 있었습니다. 지난해 5월 서른 세 살의 은행원이자 기타리스트인 안토니라는 남성은 브라질 남부 산타카타리나 주에 있는 투바라웅 병원에서 뇌종양 제거 수술을 받았습니다. 6명의 의사가 9시간 수술하는 동안 안토니는 기타를 치며 전설의 록밴드 비틀스의 감미로운 곡 ‘예스터데이’를 불렀습니다. 안토니는 모두 6곡을 연주했고 연주하다 힘들면 의료진과 농담까지 하며 여유를 부렸고 심지어 앙코르곡까지 멋지게 소화했다고 합니다.

● 안토니의 예스터데이 연주 동영상
 

뇌는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뇌수술이라고 해도 정작 뇌를 뺀 나머지 부위에 부분 마취를 한 채 환자가 기타를 치거나 노래를 부르며 수술을 진행할 수 있다고 합니다.

자가 뇌 수술 중 기타 연주를 하거나 의료진과 대화하는 게 감각·운동·언어 같은 뇌의 중요한 기능들이 손상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고 설명하는 의료인들도 적지 않습니다. 중국 최초로 뇌수술 도중 기타 연주를 해낸 이씨는 수술 경과가 양호해 손가락을 정상으로 움직일 수 있다고 합니다. 전처럼 멋진 연주를 할 수 있을 지는 두고 봐야겠지만 눈물로 접어야 했던 자신의 꿈을 뒤늦게나마 맘껏 꽃피울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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