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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이 막 무너지는데 40년간 손을 댈 수 없었어요"

"공장이 막 무너지는데 40년간 손을 댈 수 없었어요"
"40년간 아무것도 할 수 없었어요. 공장을 늘리지도 고칠 수도 없었지요. 새로운 첨단 대형 기계를 들여놓으려고 결국 공장 바닥을 파기까지 했습니다." 펌프, 선풍기 등 모터관련 제품을 전문적으로 만드는 경기도 부천의 대표적 향토기업 신한일전기(일명 한일전기·소사구 송내동 431)의 강남규 상무이사는 28일 수십년 쌓인 고충을 털어놓기 시작하자 멈추지를 못했다.

최근 국토교통부의 수도권정비위원회가 주거 용도인 이 회사 부지의 일부를 준공업 용도로 변경하는 안을 의결, 공장 증개축이 가능해졌다.

40년이 걸렸다.

회사는 24개의 크고 작은 노후 공장을 완전 철거하고 2층 높이의 공장 2채(연면적 1만4천850㎡) 건립을 서두르고 있다.

이 회사가 그동안 겪은 고충과 애로사항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다.

회사가 부천에 둥지를 튼 것은 51년전인 1964년 12월이다.

강 상무는 "당시 공장 주변은 허허벌판이고 복숭아와 채소밭이 뒤덮고 있었다"며 "인근에 목장 창고와 주택 한채 만이 덩그러니 있었다"고 회고했다.

지금은 공장과 주택이 밀집해 있는 전형적인 원도심이다.

당시 2만4천여㎡의 공장 터가 공업용지였고 공장을 짓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1980년초 공장을 확장하려는데 행정 당국으로부터 불가능하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공장 용지의 절반 가량(1만2천500여㎡)이 주거지역으로 편입된 상태였기 때문이다.

강 상무는 "공장을 증축할 수 없다고 해 알아보니 우리도 모르게 공장 용지 절반이 주거용지로 바뀌어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1976년 당시 건설부가 현지의 상황은 파악하지 않고 책상머리에서 전체 공장 가운데 한쪽은 공장용지, 다른 쪽은 주거용지로 정해 선을 그어 버렸다"고 개탄했다.

이후 40년 동안 주거용지는 회사의 족쇄가 돼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무너지기 직전인 신한일전기
법규상 주거용지에는 공장을 새로 짓거나 증축할 수가 없다.

개축도 불가능하다.

회사는 가정용·농수용 펌프의 수요가 주거 형태의 변화와 농업인구 감소 등으로 크게 줄어들어 주요 품목을 산업용 펌프로 돌렸다.

산업용 펌프는 용량이 커 프레스 등 기계장비 또한 클수 밖에 없다.

그러나 공장이 1960년대 지어져 지붕이 낮고 협소해 대형 장비를 설치할 수 없어 생산에 차질이 생겼다.

강 상무는 "공장을 증축할 수 없어 바닥은 파고 지붕은 철제 패널로 높여 최신 대형 장비를 '편법으로' 앉혔다"며 "우리 같은 공장은 아마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멘트 블록으로 지어진 대부분 건물은 너무 낡고 방수가 제대로 안돼 비만 오면 빗물이 안으로 스며들었다.

전선이 외부로 노출돼 있다보니 금방 삭아 누전으로 불이나기까지 했다.

벽과 골조의 균열이 점점 커져 콘크리이트 조각이 바닥으로 떨어지고 붕괴 위험이 높아져 일부 공장은 출입을 막아놓고 있다.

건물 2층 바닥은 약해 곳곳에 지지대로 받쳐놓은 상태다.

단열이 되지 않아 여름은 덮고 겨울은 춥다.

최근 영하 16도까지 떨어졌을 땐 직원들이 너무 추워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할 정도였다.

강 상무는 "80∼100명이 작업하던 1천500여㎡의 공장이 언제 무너질지 몰라 지지대로 천정을 괴고 창고로 쓰고 있다"며 "그러니 회사는 얼마나 속이 탔겠느냐"고 되물었다.

공장을 증개축하기 위해 1980년대 초부터 수도 없이 부천시, 경기도, 정부 등에 주거용지를 공업용지로 원상 회복해 줄 것을 요청했으나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부천시가 2007년 부천상공회의소 등과 '신한일전기 애로지원 태스크포스'를 구성, 지원에 나섰으나 법 개정이 되지 않는 이상 불가능하다는 경기도와 정부의 답변만 들어야 했다.

기계 설비는 갈수록 노후돼 제품 경쟁력은 하락했다.

수출량은 늘어나는데 시설이 부족해 할 수 없이 인천 남동공단에 3천여㎡의 공장을 빌려 직원 80여명을 출퇴근시키며 제품을 생산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급기야 인도로 공장을 옮기는 방안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계속 시와 경기도의 문을 두드렸다.

인도 이전은 동남아시장 개척을 위해 고려하고 있지만 공장 증개축만 되면 굳이 옮겨가지 않고도 판로를 뚫을 수 있기 때문이다.

마침 기업규제를 철폐해야 한다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부천시는 2014년 8월 부시장 주재로 공장 증설 관련 현장회의를 하고 같은 해 11월 행정자치부 주관 경기지역 규제개혁 끝장토론회에 안건으로 상정, 불합리한 규제라는 결론을 끌어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1월 이 같은 규제 해소를 위해 지자체가 공업지역의 총 면적을 줄이지 않는 범위에서 토지 용도를 변경할 수 있게 관련 지침을 개정했다.

이를 바탕으로 최근 국토교통부의 수도권정비위원회가 이 회사 일부 공장부지 용도 변경을 최종 승인했다.

강 상무는 "부천시가 적극적으로 나서 정부와 경기도에 우리 애로 사항을 알리고 철폐를 주장해 마침내 공장을 새로 지을 수 있게 됐다"며 "향토기업으로 우수제품을 생산하고 고용을 늘려 지역 사회에 보답하겠다"고 다짐했다.

'물 걱정을 마세요~'라는 한일자동펌프 CF로 한때 유명했던 신한일전기는 모터를 주요 부품으로 하는 자동펌프·선풍기·주방용 렌지후드를 생산하는 대표적 업체다.

독일의 글로벌 기업과 국내 시장을 나눠갖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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