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이 아버지께..
병술년 유월 초하룻날 집에서
'둘이 머리 희어지도록 살다가 함께 죽자' 고 하셨지요. 그런데 어찌 나를 두고 당신 먼저 가십니까.
"이보세요 부인, 남도 우리같이 서로 이렇게 많이 사랑할까요? 남도 우리와 같을까요?" 하고 당신이 속삭였던 것 기억하시나요?
당신이 한 순간에 이렇게 가버리시니 아무리 한들 내 마음 같이 서러울까요? 당신을 여의고는 아무리 해도 나는 살 수 없어요.
꿈 속에서 당신 말을 듣고 싶어서 이렇게 써서 넣어드립니다. 하고 싶은 말 많지만 다 못 써서 이 정도로 적습니다.
1998년 4월, 고성 이씨 문묘를 이장하던 중 관 속에서 발견된 편지의 내용 일부입니다.
병에 걸려 세상을 떠난 남편을 그리워하는 원이 엄마의 심정이 잘 드러나 있습니다.
머리카락과 삼으로 엮은 미투리도 발견되었습니다.
원이 엄마가 남편의 병이 낫기를 기원하며 엮은 것입니다.
여백을 활용해 글을 꽉 채워 쓰는 이런 편지는 종이가 귀하던 당시 시대상을 반영합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글쓴 이의 마음, 즉 할 말이 이토록 많다는 의미가 있지요.
위 실화를 바탕으로 한 책, 뮤지컬, 테마길 등도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400년을 뛰어 넘은 조선시대 사랑이야기는 약 400년이 지난 현재에도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습니다.
(SBS 스브스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