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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주의 친절한 경제] 대통령 한마디에 확 바뀐 정책…'면허 강화' 속사정

<앵커>

친절한 경제입니다. 우리나라 면허 시험에서 면허 따기 너무 쉽다는 얘기 많았었잖아요. 다시 어려워진다면서요?

<기자>

지금은 수동 걸고 앞으로 50m만 가면 그냥 운전면허 주거든요. 그래서 떨어지는 사람이 이상한 수준이어서, 아까 블랙박스로 본 세상 코너도 봤지만, "야, 운전을 어떻게 저렇게 하나?" 싶은 장면들 많은데 사실은 쉬워서 그런 게 한몫했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그래서 다시 손보기로 했는데, 그러면 애초에 왜 그랬던 거냐, 사실은 대통령 말 한마디에서 시작된 일이었습니다.

<앵커>

그게 이명박 전 대통령 때죠?

<기자>

네, 8년 전입니다. 그때 대통령 처음 되고 나서 각 부처 업무 보고를 받는데, 법제처, 법을 다루는 법제처 업무 보고가 있었거든요.

그때 3월이었는데 대통령이 여기서 한마디를 한 겁니다. "법을 잘 만들면 국민들 생활이 편해질 수 있지 않겠느냐면서 운전면허 얘기를 꺼냈던 거예요. 예를 들면서.

사람들이 다 학원 다니는 것 보니까 1백만 원은 들던데 시간도 그렇고 경제적으로 손해 아니냐, 그래서 미국처럼 간편하게 시험 보고 '합격, 꽝' 할 수 있는 그런 방안을 찾아봐라. 이렇게 얘기를 한 거에요.

그런데 정작 면허 업무를 맡고있는 경찰은 "이거 면허 쉽게 주면 안 되는데"라고 버텼지만, 법제처한테 명령을 내린 거잖아요.

그래서 법제처가 밀어붙여서 3년 만에 2011년 여름에 운전면허 시험 쉽게 내주기 시작했습니다.

그냥 깜빡이 켜고, 와이퍼 잘 돌아가나 하고, T자 없애고 오르막 없애고 해서 브레이크만 잘 밟으면 되는 걸로 통과를 시켰던 거죠.

<앵커>

요새 브레이크 잘 못 밟는 사람도 많아요. 게다가 너무 쉬워지니까 중국에서까지 와서 우리나라에서 면허 땄죠.

<기자>

1년에 4, 5천 명씩 와서 따가서 오히려 중국 지방정부가 옛날엔 한국 면허 잘 바꿔줬었는데 중국 면허로, 못 바꿔준다고 하는 일까지 생겼거든요.

그래서 어렵게 하반기부터 바뀌는 건데, 50m 가는 거에서 300m로 한 여섯 배 늘었습니다. 그리고 언덕과 주차할 때 필요한 T자 코스가 다시 살아나는데, 이것도 쉽다, 어렵게 하려면 제대로 해야 된다는 얘기가 벌써 나오고 있어요.

어쨌든 5년 동안 전 국민이 쉬운 운전면허 실험을 했고, 실패로 돌아간 셈인데, 이 얘기를 드리는 이유가 대통령이 잘못했다. 이런 거라기 보다는, 대통령도 잘못할 수도 있죠.

그런데 나라든, 회사든, 어떤 조직이든, 위에서 잘못된 얘기를 했을 때 중간에 아닌 건 아니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어야 불필요한 낭비나 이런 소모가 없을 텐데, 과연 지금은 나라라든가, 아니면 우리 회사라 같은 데 이런 일이 없을까, 있거든요. 어디나 있기 때문에 최대한 줄이려고, 없애려고 노력을 해야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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