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 18일 '경제 비상사태'를 선포하면서 20억 유로(약 2조6천400억원)를 투입해 실업률을 낮추겠다고 발표했다.
올랑드 대통령은 테러 예방 및 테러와 전쟁만큼 실업 문제 해결을 중시하며 각종 정책을 쏟아 내고 있다.
사회주의 성향이 강한 프랑스에서는 전통적으로 노동자의 권리를 어느 나라보다 중요하게 생각해 왔다.
3주 이상씩 쓰는 긴 여름휴가에다가 '주 35시간 근로제'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그러나 만성적인 경기 침체와 투자 부진 등으로 실업률이 좀체 떨어지지 않으면서 좌파인 집권 사회당 정부가 나서 노동자의 권리를 축소하는 방향으로 노동 개혁에 나서고 있다.
◇ 좌파 사회당 집권 3년 반 실업률 상승 곡선 그려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제2의 경제 대국인 프랑스는 영국, 독일과 달리 유독 높은 실업률과 저성장에 시달리고 있다.
실업률은 올랑드 대통령이 집권한 해인 2012년 9.8%에서 작년 3분기(7∼9월) 18년 만의 최고수준인 10.6%까지 올라갔다.
작년 11월 10.1%로 다소 내려갔으나 이는 유럽연합(EU) 평균인 9.8%는 물론이고 5.2%의 영국이나 4.2% 독일의 배가 넘는 수준이다.
25세 이하 청년 실업률은 작년 3분기 24.6%였으나 10월 25.6%, 11월 25.7%로 높아지기만 했다.
올랑드 대통령은 실업률 곡선을 감소 추세로 돌려놓지 못한다면 내년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여러 차례 공언했다.
그러나 프랑스 실업자 수는 그가 집권한 3년 반 전보다 70만 명 이상 늘어 357만 명에 달한다.
또 작년 11월 파리 테러 영향으로 경기가 더욱 침체해 고용 여건이 나아지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올랑드 대통령은 지난 18일 실업 대책을 내놓고 고실업 불 끄기에 나섰다.
올랑드 대통령은 대선을 1년 반 앞둔 상황에서 실업률을 낮추고자 ▲ 실업자 50만 명 직업 교육 ▲ 중소기업 직원 신규 채용 시 보조금 지원 ▲ 실습 제도 활성화 등을 담은 대책을 내놓았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올랑드 대통령의 실업 대책에는 '노동개혁'이라는 핵심이 빠졌다고 지적했다.
질 뫼크 뱅크오브아메리카 메릴린치 수석연구원은 블룸버그통신에 "인력 훈련도, 중소기업 고용비용 절감도 좋다"며 "그러나 노동시장 구조라는 진짜 이슈는 피해 갔다"고 꼬집었다.
영국, 독일과 달리 프랑스의 실업률이 이토록 심각한 이유는 경직된 노동시장과 과도한 정규직 보호 때문이라는 지적에도 이 부분에는 손을 대지 않았다.
경영자 대표들은 올해 초 마뉘엘 발스 총리를 만나서 주 35시간 근로제 폐지와 해고 요건 완화 등 노동개혁을 주문했으나 올랑드 대통령의 발표에는 담기지 않았다.
◇ 좌파 정부 경제 위기에 각종 친기업 정책 내놓아…노동법 개혁도 추진 사회당의 올랑드 대통령은 프랑수아 미테랑 대통령 이후 17년 만인 2012년 좌파 대통령에 당선됐다.
좌파인 올랑드 대통령은 집권 초기 EU의 긴축 요구에 반감을 갖고 분배와 형평에 더 많은 관심을 두었다.
부유층이 경제 위기 극복에서 더 많은 역할을 하도록 최고 세율 75%에 달하는 많은 세금을 부과한다는 내용의 부유세는 사회당을 상징하는 제도였다.
그러나 집권 2년이 넘도록 소비와 기업 투자도 늘지 않고 경기 침체만 지속하자 올랑드 대통령은 2014년부터 경제 정책에서는 우파 쪽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올랑드 대통령은 2014년에 기업들이 2017년까지 50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면 400억 유로의 세금을 줄여주겠다는 내용의 '책임협약'을 발표했다.
올해 37세인 투자은행 출신의 에마뉘엘 마크롱 경제장관은 2014년 말 경제 활성화를 위해 상점의 일요일 영업 제한을 완화하고 높은 진입 장벽으로 많은 보수를 받는 공증인과 같은 직업군의 진입을 완화하는 경제 개혁법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프랑스 정부는 의회 다수파인 사회당 의원들이 반대표를 던질 것을 우려해 '마크롱법'이라고 불리는 이 경제 개혁법안을 헌법상 긴급 상황이라는 예외 조항을 적용해 의회 투표 없이 통과시켰다.
프랑스의 경제 살리기 관심은 이제 노동법 개혁에 쏠리고 있다.
정부는 사회당의 주요 노동정책인 주 35시간 근로제까지 일부 손을 보려고 하지만 사회당 내부와 좌파 주요 지지층인 노동단체 등의 반발이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프랑스는 2000년 좌우 동거정부 시절 사회당 리오넬 조스팽 총리의 주도로 노동시간을 줄여 일자리를 늘린다는 명분 아래 주 35시간 근로제를 도입했다.
임금삭감 없이 법정근로시간을 주당 39시간에서 35시간으로 줄이는 이 법은 당시 노동부 장관인 마르틴 오브리의 이름을 따 '오브리 법'이라 불린다.
그러나 이 법 제정 이후 기업인과 우파는 초과 근무수당이 증가해 기업 부담이 늘고 경직된 노동법으로 기업인 정신을 꺾는다면서 끊임없이 제도 폐지를 주장해 왔다.
마크롱 장관은 최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에 참가해 "주 35시간을 넘는 추가 근무시간에 대해 의무적으로 평균 시간당 급여에 최소 10% 이상 추가 수당을 지급하는 제도를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대로 시행하면 주 35시간 근로제가 사실상 유명무실해진다.
마크롱 장관은 "오래전에 좌파는 기업에 대항하거나 기업 없이도 정치할 수 있으며 국민이 적게 일하면 더 잘 살 수 있다고 판단했다"면서 "그러나 이는 잘못된 생각이었다"고 이 제도를 비판한 적도 있다.
노조와 집권 사회당 내 좌파 세력은 프랑스 사회의 기본 모델인 주 35시간 근로제를 바꾸는 데 대해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미리앙 엘 콤리 노동부 장관도 "최소 10% 추가 수당 지급 내용은 그대로 둬야 한다"면서 마크롱 장관에 반대 의견을 밝혔다.
엘 콤리 장관은 오는 3월 노동 시간 등에 대해 바뀐 규정을 담은 노동개혁법안을 제출할 예정이지만 주 35시간 근로제는 3천800쪽이나 되는 노동법에 그대로 살아남을 것으로 전망된다.
(연합뉴스)
프랑스 높은 실업률에 '주 35시간 근로제' 개혁 추진
좌파 사회당 집권 3년 반 만에 실업자 70만 명 이상 증가<br>각종 친기업 정책 내놔…정부 3월 노동개혁법안 제시 방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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