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 정국을 뒤흔든 나집 라작 총리의 8천억원대 비자금이 '사우디아라비아 왕가의 선물'이라는 검찰의 수사결과 발표가 사실이라면 왜 사우디가 거액을 선물한 것인지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영국 BBC방송은 26일(현지시간) 익명의 사우디 내 소식통을 인용해 2013년 말레이 총선에서 집권연합 국민전선(BN)의 승리를 도우려는 목적으로 사우디 왕가가 나집 총리에게 이 돈을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나집 총리의 통일말레이국민기구(UMNO)가 주도하는 BN은 1957년 독립 이후 60년 가까이 장기 집권 중이지만, 2013년 총선 당시 야권 3당 동맹인 국민연합(PR)의 거센 도전을 받았다.
말레이에서 6천㎞ 넘게 떨어진 사우디의 신경을 거스른 것은 PR에 범말레이시아이슬람당(PAS)이 참여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PAS의 창당 멤버들은 이슬람 원리주의 세력인 무슬림형제단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우디 정부는 무슬림형제단을 테러 조직으로 규정하며 다른 나라에서 세력을 확장하는 데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다.
따라서 사우디 왕가는 2013년 5월 말레이 총선을 앞두고 같은 해 3월 말∼4월 초에 나집 총리의 개인 은행계좌로 비밀리에 6억8천100만 달러(현재 환율로 약 8천174억원)의 거액을 지원했다고 BBC는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이 자금은 사우디 최고통치자였던 압둘라 전 국왕의 승인을 받아 전달됐으며, 국왕의 개인 자금과 국가 펀드로부터 조성됐다.
압둘라 전 국왕의 아들인 투르키 빈압둘라 왕자는 말레이에서 대규모 사업을 벌였다는 보도도 나온다.
이 자금의 구체적인 용도에 대해 소식통은 나집 총리와 집권 연합이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도록 국제적으로 선거 경험을 갖춘 홍보팀을 고용하고, 사라왁 주의 선거 승리에 집중하며, 집권당의 사회프로그램에 자금을 지원하는 목적이었다고 설명했다.
나집 총리는 넉달 뒤 이 돈의 91%에 해당하는 6억2천만 달러(약 7천448억원)를 갚았지만, 나머지 6천100만 달러(약 733억원)에 대해서는 뚜렷한 용처를 밝히지 않고 있다.
사실 사우디 왕가가 정치적 목적으로 다른 나라에 막대한 '오일 머니'를 선물한 것은 처음이 아니다.
이 소식통은 BBC에 "말레이에 대한 이번 기부는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사우디가 수많은 나라에서 해온 방식과 매우 비슷하다"라며 요르단, 모로코, 이집트, 수단 등도 사우디 왕가로부터 수억 달러대 선물을 받은 적이 있다고 밝혔다.
특히 무슬림형제단의 발원지인 이집트에서는 군부가 무슬림형제단 출신인 무함마드 무르시 전 대통령을 축출하는 과정에서 사우디가 지원을 아끼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영국의 한 기업 전문가는 사우디 왕가가 나집 총리에게 준 자금은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지도자들이 소유한 한 스위스 은행의 싱가포르지점을 통해 송금됐다면서 "매우 수상쩍은 이번 사건은 사우디와 말레이가 모든 송금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 이상 완전히 밝혀지지 않을 것"이라고 BBC에 말했다.
(연합뉴스)
"사우디, 말레이 총리에 8천억 비자금 선거자금 건네…총선개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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