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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단골 욕심에…' 마약 넣은 중국 맛집

[월드리포트] '단골 욕심에…' 마약 넣은 중국 맛집
전날 술 한 잔 걸친 아침이면 칼칼하고 얼큰한 짬뽕 국물 생각이 절실하신 주당들 많으시죠. 저 역시 음주 해장 짬뽕 예찬논자 가운데 한 사람입니다. 해장 짬뽕 맛이 그리워 술 자리가 기다려지는 게 아닌가 하는 착각까지 들 정도로 자주 찾는 제 단골 중국집은 동네에선 ‘마약’ 타는 식당으로 불립니다. 그 만큼 그 맛의 중독성이 강하단 얘기겠죠.

얼마 전 타이완 총통 선거 취재차 며칠 간 타이베이에 머물 기회가 있었습니다. 출장의 하이라이트인 밤 술자리의 유혹을 이길 자신이 없던 터라 숙소에 짐 풀기가 무섭게 해장 음식부터 섭외했습니다.
국수 먹는 사람들
바다 건너 타국 땅에서 짬뽕 국물을 기대할 수는 없는 노릇이고 대신 민진당 선거본부가 있는 타이베이 중산구에서 꽤나 유명하다는 우육탕면 집을 찾아 냈습니다. 본고장에서 맛 보는 58도짜리 금문 고량주의 알싸한 여운을 달래는데 우육탕면만한 게 없을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역시 제 예상은 틀리지 않았습니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두툼한 고깃덩어리가 사르르 혀를 미끄러져 목 뒤로 넘어가더군요. 그 다음으로 찰지게 반죽된 하얀 면말을 젓가락으로 돌돌 말아 입에 넣고 잠시 우물우물하다 매콤한 육수 국물을 들이키자 간밤의 숙취는 어느새 봄눈 녹듯 사라졌습니다. 꽤나 내공이 깊어 보이는 그 가게 안에는 자신 만만한 선전 문구가 하나 붙어 있었습니다. ‘小心上?’ 즉, “마약 보다 강한 맛이니 중독되지 않도록 주의하세요!”
신비한 레시피를 앞세워 손님들로 문전성시를 이루는 ‘마약’ 식당은 맛의 천국인 중국 대륙곳곳에 산재해 있습니다. 문제는 이 가운데 정말로 마약을 탄 음식을 손님들에게 팔아 온 공포의 식당들이 숨어 있다는 사실입니다.

쇠고기나 양고기에 감자 등을 섞어서 냄비에 찐 핫팟으로 유명한 베이징의 한 식당이 중국 식품의약국 단속반에 적발됐습니다. 음식 맛이 중독될 만큼 환상적이라 발길을 끊을 수 없긴 한데 음식에 길들여 진 뒤로 자주 식은 땀이 흐르고 오한이 나며, 살까지 빠지는 것 같다는 첩보를 듣고 단속반이 주방을 급습해 뒤진 결과 비법이라던 양념 속에서 양귀비 열매 껍질(앵속각)을 발견해 낸 겁니다.
뿐 만 아닙니다. 난징에 있는 한 훠궈(중국식 샤브샤브) 식당에서는 시고 떫은 맛을 내는 앵속각을 가루로 내 국물에 넣어 온 사실이 발각됐습니다. "맵고 화 한 훠궈 특유의 감칠 맛을 가중시키는데 양귀비 만한 게 없었다"며, 문을 연 지 얼마 안 된 식당의 주방장은 단골 확보 욕심에 일을 저질렀다고 털어놨습니다.

앵속각(罌粟殼)은 음식에 넣을 경우 흥분과 편안함을 느끼게 해 또 먹고 싶게 만드는 효과가 강하지만 장기 복용 시에는 심장과 간을 해치고 본인도 모르는 사이 마약 중독자로 만드는 무서운 물질입니다. 이번 단속에 적발된 식당만 상하이의 만두 체인점에서부터 충칭의 국수가게에 이르기까지 중국 전역에 35곳이나 됩니다.
사실 중국에서 마약 탄 음식을 팔다 적발된 식당 사건은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지난 2014년에는 산시성에서 마약 검사에 양성 반응을 나타낸 한 남성이 아편 가루를 반죽에 넣은 국수가게를 고발해 국수가게 주인이 체포된 적이 있었고 2012년에는 닝샤 후이족자치구에서 아편 가루를 음식 재료로 사용한 식당 7곳이 폐쇄됐고 2004년에는 구이저우성의 식당 215곳이 한꺼번에 문을 닫기도 했습니다.

산시나 닝샤, 구이저우 등 중국 서부 지역에서는 양귀비꽃보다 아편 성분이 더 많이 함유된 양귀비씨 가루 1㎏을 우리 돈 6,7 만원이면 손쉽게 구입할 수 있다고 합니다. 실제로 이 지역에선 가게 간판에 '앵속각 훠궈' 라고 써 놓은 식당들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이 양귀비씨 가루를 고추기름이나 고춧가루와 섞어 양념으로 사용할 경우 구별이 어려워 사실상 단속이 불가능하다고 합니다.
그렇다보니 중국 식품안전 당국도 “외식할 때 특이한 향이 나거나 맛이 진한 요리는 양귀비가 들었을지 모르니 주의하라”고 당부할 뿐 뾰족한 대책은 내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먹을 거리 안전에 취약한 중국 땅에 이제 악마의 '마약' 레시피 식당들까지 활개를 치게 됐으니 앞으로는 맛 집 다녀와서는 다음날 아침 소변 검사부터 해야 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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