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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말로만 '즉시 환급'…유커 "실망했어요"

"인터넷에선 된다고 보고 왔는데…"

[취재파일] 말로만 '즉시 환급'…유커 "실망했어요"
우리나라 과자가 맛있긴 맛있나 봅니다. 특히 '허니~'로 시작되는 이름의 과자들은 아예 상자째 담고 있었습니다. 지난주 서울역의 한 대형마트를 찾았을 때 목격했습니다. 내국인보다 더 많아 보이는 외국인들은 스마트폰으로 열심히 검색해가며 우리나라 과자와 라면, 초콜릿, 김 등을 카트에 쓸어담고 있었습니다. 유통업계와 우리 정부가 왜 유커 유치에 공을 들이는지 느낌이 '팍' 왔습니다.

그런데 현장에서 만난 중국인 관광객, 유커는 실망감을 드러냈습니다. 인터넷에서 우리나라의 '세금 즉시환급' 시행 소식을 듣고 왔는데,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얘기였습니다. 뭔가 일이 꼬였습니다.

먼저 외국인 관광객에게 적용되는 면세의 개념부터 알아보면, 면세점은 우리나라 사람들도 출국할 때 이용하는 '사전면세점'과 우리 국민과는 사실상 관련히 없는 '사후면세점'으로 나뉩니다.

둘 간의 가장 큰 차이는 관세가 붙느냐, 안 붙느냐 입니다. 소위 명품들도 관세가 안 붙기 때문에 더 싸게 살 수 있는 거죠. 그 다음으로는 부가가치세와 개별소비세를 들 수 있습니다. '사전면세점'에서는 이미 물건 값에 세금이 빠져 있기 때문에 따로 세금을 환급 받을 필요가 없지만, '사후면세점'에서는 우리들과 똑같은 가격에 일단 물건을 구매한 후, 외국인임을 증명하면 부가가치세 등을 환급해 주는 겁니다.

우리 역시 해외 여행 다닐 때, 귀국을 앞두고 해당 국가 공항에서 '택스 프리' 창구를 찾으신 경험 있으실 겁니다. 백화점이나 마트, 혹은 상점에서 '추후 면세' 증명서를 발급 받은 뒤 공항에서 한꺼번에 세금을 돌려받는 방식이죠. 비행기 탑승 시각은 다가오는데, 긴 줄은 줄어들지 않고 마음 졸이신 적 한두번쯤은 있을 겁니다.

우리 정부가 이런 번거로움을 없애, 외국인 관광객들의 국내 소비를 늘리겠다며 도입한 것이 바로 사후면세점 '즉시 환급제'입니다. 사전면세점이 아니라 백화점이나 마트에서도 물건을 살 경우 그 즉시 세금을 환급해 주는 겁니다.

아직 시행 사실을 모르는 유커들조차 대환영의 의사를 밝혔습니다. 게다가 공항에서 환급받아 중국으로 돌아가면 우리나라 돈, 쓸모가 없기 때문에 환급받은 돈은 곧 바로 물건을 더 사는데 쓰겠다는 얘기도 하더군요.
우리 물건을 더 팔 수 있는 좋은 제도임에는 분명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취지는 좋은데, 정부 발표만큼이나 현장 상황이 뒤따라주지 않은 데서 문제가 비롯됐습니다.
정부가 올해 1월 1일 전면 시행을 발표했지만,백화점, 마트, 편의점 할 것 없이 모든 사후면세점에 아직 시스템조차 깔리지 않은 상황입니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아직도 언제부터 실시한다고 말씀드리기도 어려운 단계"라고 설명했습니다. 시스템 개발이 완료돼도, 현장에 실제로 적용해봐야 하고, 처리 과정에 문제는 없는지 시범운영기간도 둬야 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 정부 부처에는 제대로 전달되지 않은 모양입니다. 혼이 날까봐 제대로 보고를 하지 않은건지, 관련 부처의 수장들은 여전히 국내외 홍보에 매진하고 계시네요. 김종덕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최근 중국 베이징에서 가진 '2016한국관광의해' 행사에서 '즉시 환급' 시행을 홍보했고, 유일호 경제부총리 역시 신년 대통령업무보고에서 '즉시 환급' 1월 중 시행을 자신했습니다.

애초에 기대를 심어주지 않았다면 실망할 일도 없지만, 일단 발표를 해 버렸다면 기대와 현실의 괴리가 생기고 그 만큼의 불만이 생겨납니다. 제가 지어낸 얘기가 아니고, 이준영 상명대 교수가 인터뷰에서 밝힌 내용입니다. 좋은 취지의 제도를 섣불리 홍보부터 했다가 굳이 실망감을 안길 필요가 있었을까요. 우리나라에 대한 신뢰, 이미지 추락은 물론이요, 개별 백화점, 마트 등 우리 기업들의 브랜드 이미지마저 깎아먹을 수 있는 상황입니다.

메르스로 인해 급감했던 유커들의 발길을 다시 되돌리려는 마음 급했겠죠. 개인의 사사로운 욕심이 아니라는 점, 제도의 취지가 좋다는 점, 게다가 일본은 이미 2014년부터 시행하고 있는만큼 도입을 서두르려는 마음까지도 100%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더 안타깝네요. 세상 일이 욕심만 앞선다고 어디 되던가요. 지금이라도 홍보에 앞서, 현장부터 둘러보시길 권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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