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키를 훌쩍 넘는 녹색 철책이 양옆으로 갈라지고, 제복을 입은 경비원들의 물샐틈없는 경계 속에 취재진을 태운 버스가 공장 마당에 들어섰습니다.
타이완 홍하이 그룹이 지난 2009년 9월 중국 충칭(重慶) 보세 구역에 폭스콘(Foxconn) 공장을 설립한 이래 언론 매체에 그 속살을 공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충칭 공장에선 다양한 전자 제품을 생산합니다.
다만, 폭스콘 측은 한국 취재진에 프린터 제조 공장을 제한적으로 개방했습니다.
폭스콘이 SK주식회사 C&C와 손잡고 스마트 팩토리 시범 사업을 벌이기로 한 현장이기 때문입니다.
충칭 공장의 전체 면적은 131만1천450㎡에 달합니다.
프린터를 생산하는 공장 부지만 34만9천859㎡로, 약 7천500㎡인 국제 규격 축구장의 50배에 가까울 만큼 광활합니다.
하루 평균 4만대 넘는 프린터를 만드는 세계 최대 프린터 생산기지라고 폭스콘 관계자는 귀띔했습니다.
중국 최대 명절 춘제를 보름여 앞둔 지난 21일 오후 프린터 공장은 분주하게 돌아가고 있었습니다.
바쁜 근로자들은 우르르 들이닥친 취재진에 관심을 둘 여유조차 없어 보였습니다.
프린터 공장은 크게 세 부분입니다.
플라스틱으로 프린터 껍데기를 찍어내는 사출(射出) 공장, 프린터의 두뇌라 할 수 있는 회로 기판(PCB)를 만드는 공장, 각종 부품을 조립해 완제품을 내놓는 공장 등입니다.
먼저 중국 서남부에서 가장 크다는 사출 공장에 들어서자 메케한 공기가 코를 찔렀습니다.
118개나 되는 집채만 한 사출 기계는 자동으로 플라스틱을 성형해 컨베이어 벨트로 실어 날랐습니다.
6m 높이 공장 대들보에 걸린 '예방위주'(預防爲主)라는 붉은 글씨의 구호는 정보통신기술(ICT) 시대를 맞아 공장 지능화로 앞서가는 폭스콘의 경영 전략을 상징하는 듯 했습니다.
PCB 공장도 상당히 자동화돼 있었습니다.
마이크로 칩을 기판에 배치하고 실납을 녹여 고정하는 전 과정이 기계로 이뤄졌습니다.
근로자들은 기계 사이를 오가며 공정을 거들었습니다.
방진 모자와 마스크 사이로 나온 근로자들의 무심한 눈빛에서는 한 때 '여자는 남자처럼, 남자는 기계처럼'이란 조롱을 듣던 열악한 노동 환경의 흔적을 좀처럼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겉에서 봤을 때 이 정도면 이미 충분히 스마트한 것 아니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SK 관계자는 기존의 자동화된 설비에 ICT 기술을 잘 접목하는 것이 진정한 스마트 팩토리라고 강조했습니다.
SK는 오는 5월까지 직원 70여 명을 이곳에 파견합니다.
생산과 판매를 예측해 재고를 줄이고, 센서로 이상을 감지해 불량률을 낮추고, 원가 절감과 품질 개선을 달성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사나운 맹수가 날카로운 발톱을 숨기는 것처럼 생산성을 높이는 시스템을 눈에 보이지 않게 공장에 탑재한다는 얘기입니다.
SK와 폭스콘은 충칭 공장에서 스마트 팩토리 실험이 성공하면 이 솔루션을 중국 전역으로 확대할 계획입니다.
중국 정부 방침에 따라 생산 주기가 30% 짧으면서도 불량률이 30% 적은 제조업을 꿈꾸고 있습니다.
세계 30위권 우량 기업으로 꼽히는 폭스콘은 한 단계 더 도약하려고 도움닫기 중인 셈입니다.
이와 공조하는 SK 역시 충칭 공장을 발판 삼아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에 진출하려는 야심을 갖고 있습니다.
김광수 SK 스마트 팩토리 사업개발 2팀 부장은 "물류 자동화율을 더 높이고 버려지는 빅데이터만 모아 분석해도 생산성을 지금보다 훨씬 향상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SBS 뉴미디어부)
누가 폭스콘의 발톱을 보았는가…中 충칭공장 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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