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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미 마약조직, IS 전술 모방 …충원·훈련·운영 방식 배워

악명높은 중미지역 마약범죄 집단이 세계를 테러리즘의 공포로 몰아넣은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를 교본으로 삼고 있다?

미국 국방대학의 더글라스 파라 객원연구원은 최근 외교안보 전문매체 포린 폴리시 기고문에서 중미의 이른바 '북부 3각지대'에 근거지를 둔 마약거래 조직 '마라 살바트루차(MS-13)'가 IS, 알카에다, 콜롬비아 반군인 콜롬비아무장혁명군(FARC) 등의 전술을 모방하는 방식으로 조직 역량을 키워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파라 연구원은 엘살바도르 경찰이 MS-13의 안가를 급습했을 때 입수한 압수물 가운데 알카에다와 IS, FARC 등의 군사전술에 관해 인터넷에서 내려받은 인쇄물들이 들어 있다고 설명했다.

마약조직이 이들 무장단체의 이념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조직원 충원, 교육, 조직 운영 방식 등을 모방하고 있다는 뜻이다.

중미 '북부 3각지대'는 엘살바도르, 온두라스, 과테말라 세 나라를 가리킨다.

세 나라는 MS-13, 바리오 18 등과 같은 마약 범죄조직들이 기승을 부리는데도 국가는 무능하고 부패한 정부 때문에 제 기능을 하지 못해, 일부 지역에선 마약조직이 학교 무상급식 등 국가기능까지 대신하면서 정치적 정통성도 얻고 있다.

MS-13과 IS간 "놀라운 유사성"에는 MS-13의 조직원 충원 방식이 눈에 띈다.

IS처럼 MS-13도 개인 접촉이나 사회관계망 서비스를 통해 경제적으로 궁핍한 젊은 남성 실업자들에게 인생의 보람과 성공을 약속하는 방식으로 조직에 끌어들인다.

비 조직원을 가리키는 "민간인들"과 경쟁단체 조직원들에 대해 무기를 들라고 사이비 종교단체처럼 호소하는 장면이나 야만적인 폭력 장면을 담은 영상물을 보여주는 방식으로 신입 조직원들의 의식 교육을 하는 것도 닮았다.

기계톱과 칼로 머리를 베거나 사지를 절단하고 잔혹한 고문을 하는 장면을 찍은 영상을 유튜브에 올려 경찰, 군 등을 무서워할 필요 없음을 보여줌으로써 조직원들을 끌어들이는 효과를 노리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사실, 정부가 무능과 부패에 찌들어 국민 보호라는 본연의 기능을 못하는 사이에 거대 마약 범죄조직들이 농단하면서 일반 국민은 궁핍과 폭력의 희생자가 되는 현실 자체가 시리아 등에서 국가 기능이 붕괴한 가운데 IS가 득세해 국가 기능을 대신하고, 폭력과 궁핍에 시달린 주민들이 대거 나라를 등지는 상황과 유사하다.

마약조직들이 주민들에 저지르는 잔혹한 폭력과 경쟁조직들 간 패권 쟁탈전 등으로 인해 중미 북부 3각지대는 살인율이 모두 세계 5위 안에 든다.

그중 지난해 인구 10만 명당 105명을 기록한 엘살바도르가 세계 1위다.

MS-13은 불과 수년전만 해도 엘살바도르에서 남루한 차림의 10대가 주 구성원인 거리의 깡패 수준이었다.

무기라고 해봐야 수제 권총이나 드물게 1980년대 내전의 유물인 AK-47 소총과 수류탄 정도였다.

그러나 이제는 상당수 지역조직이 군용 돌격소총뿐 아니라 차량, 안전가옥, 암호화된 위성전화를 갖추게 됐다.

일부 조직은 경찰과 경쟁 갱단의 움직임을 감시하는 무인기까지 운용할 정도로 급성장했다.

이들은 마약 거래로 막대한 수입을 얻는 외에도, 국가로부터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은 채 자신들의 '영토'에서 상인 등으로부터 보호를 명목으로 돈을 뜯어내고, 자체 통금을 실시하며 접근로를 통제하는 검문소를 운용한다.

초보적인 자체 사법체제도 갖췄다.

경찰에 대한 밀고 행위는 물론, 절도, 배우자 학대 등의 '범법자'들에 대해 가혹한 매질에서부터 공개 처형까지 처벌 규정을 뒀다.

온두라스에 있는 일부 조직은 빈곤층 어린이들을 위한 학교 급식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도 한다.

수프 한 그릇에 빵 한 조각이지만 나라가 해주지 못하는 일이다.

덕분에 이들은 지역에서 정통성과 정치적 지지를 얻게 되고, 이는 더욱 이들의 세력 확장을 촉진하는 효과를 내고 있다.

MS-13은 지난 2012년부터 2014년 사이에 엘살바도르 정부의 중재로 이뤄진 갱단간 휴전기간을 활용, 조직을 재무장, 재조직하고 지역의 마약 유통조직망과 관계를 강화하면서 최근 급성장의 기반을 닦았다.

조직원들을 경찰과 군대에 입대시키고 법학과 회계학을 공부토록 하는 등 조직 내부와 대외 이미지의 일신 작업도 해왔다.

지난해 엘살바도르 군은 MS-13 조직원으로 의심되는 223명을 군에서 쫓아냈으나, 더 많은 조직원이 "여전히 남아 계급이 올라가고 있다"고 파라 연구원은 설명했다.

MS-13은 한때 조직원들을 식별하는 필수사항이었던 문신도 금지했다.

경찰이 무서워서가 아니라 과거의 유물이라는 판단에서다.

온두라스 제2의 도시 산 페드로 술라의 일부 지역에선 MS-13이 축구 경기 중 위험한 행위을 하거나 심판을 위협한 조직원들을 경기장에서 불러내 폭행하는 처벌을 가한 사례도 있다.

축구경기 규칙을 못 지키는 사람은 조직 규율도 지키지 않게 된다는 이유에서다.

파라 연구원은 사법 당국과 정보기관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 MS-13이 수입 확대와 자금 세탁을 위해 반합법 기업으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금 수입이 많이 발생하는 버스 등 대중교통업과 제빵점, 주유소, 기타 소매사업에 적극 진출하는 것은 자금세탁이 손쉽기 때문이다.

수만 명의 조직원을 거느린 MS-13은 정부를 상대로 조직원이 갇혀 있는 교도소에 매춘부 출입 허용, 휴대전화 자유 이용, 교도소 내부에서 경찰 철수 등과 같은 터무니없는 요구들도 관철시킨다.

정부가 거부하면 "말을 들을 때까지 길거리에 시체 더미를 쌓아놓으면" 되기 때문이다.

중미 북부 3각지대의 이러한 현실은 지난 2014년 미국에서 발생한 인도주의 위기와 직결돼 있다.

당시 엘살바도르, 온두라스, 과테말라 3국 출신 어린이 5만 2천 명이 미국 입국을 위해 미국-멕시코 국경에 몰려들어 미국 사회에 큰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이들은 부모가 동반하지 않은 '나홀로' 행렬이었다.

2009년만 해도 3국 합해 3천300명이던 것이 갑자기 15배로 불어난 것이다.

직전 해에 비해서도 2배나 증가했다.

멕시코 출신은 6년 사이에 1만 1천700명-1만 6천100명 수준으로 큰 변화가 없었다.

미국외교협회(CFR)는 지난해 3월 이 문제를 다룬 글에서 주로 13-17세 미성년자들이었지만, 6세-12세도 급증 추세였다고 전했다.

그 요인들로 강탈, 납치, 마약 거래 등과 같은 갱단관련 폭력, 극빈과 불평등, 과거 미국으로 이주한 중미지역 출신 미국 거주자 300여만 명의 가족 재회, 미국이 어린이들은 모두 받아들인다는 잘못된 소문 등 4가지가 지목됐다.

유럽연합(EU)의 해체 위기론까지 불러온 중동·북아프리카 난민 행렬과 미국에서 인도주의 위기를 불러일으킨 3각지대 어린이 입국 행렬의 모습은 닮아있다.

이들이 고향을 떠나 미국 국경에 이르기까지 "죽음의 기차"를 타고 북상하면서 온갖 고초를 겪는 장면 역시 유럽행 난민들이 배를 타고 수많은 난민을 수장시킨 죽음의 바다(지중해)를 건너는 장면과 겹친다.

지난해 8월 퓨 자선기금이 운영하는 비영리 온라인 매체 스테이트라인은 미국행 어린이의 물결이 멕시코 당국의 남쪽 국경 단속 강화 등을 통해 절반 정도로 감소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파라 연구원은 중미 북부 3각지역 "부모들은 평생 모은 돈을 브로커에게 줘서라도 자식들을 폭력과 빈곤의 땅에서 떠나 미국에서 더 나은 삶을 살도록" 해주려 한다며 이 지역 여건이 개선되지 않는 한 나홀로 미국 국경에 몰려드는 어린이들의 물결이 조만간 2014년 수준 이상으로 치솟을 것이라고 예고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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