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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박원순 시장이 하승창의 국회 입성을 막은 이유

[취재파일] 박원순 시장이 하승창의 국회 입성을 막은 이유

정성엽 기자 jsy@sbs.co.kr

작성 2016.01.20 10:23 수정 2016.01.20 13:43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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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서울시장이 새로운 정무부시장으로 하승창 싱크카페 대표를 임명했습니다. 전임 정무부시장인 임종석 전 의원이 총선 출마를 위해 자리를 내놓은 지 27일 만입니다.

차관급 대우를 받는 정무부시장은 국회, 시 의회 등 정치권과 언론과 업무를 협의하고 조정하는 자리입니다. 시장이 구상한 정책이 원활하게 집행될 수 있도록 윤활유 역할을 해야 한다는 거죠. 그래서 시장의 의중을  명확히 꿰뚫고 있어야 함은 물론이고, 정치권이나 언론에도 오지랖이 넓어야 합니다. 1995년 민선 이후엔 이해찬 전 총리, 박병석 전 국회부의장, 정두언 의원, 권영진 대구시장 같은 사람들이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지냈습니다.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원하는 정치권 인사는 상당히 많습니다. 워낙 얻을 게 많기 때문이죠. 일단 차관급 대우도 대우지만, 서울시의 방대한 행정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정치인으로서 행정 경험을 얻는다는 것은 더할 나위 없는 큰 자산일 수 밖에 없습니다. 여기에 자연스럽게 정무부시장직을 수행하면서 더해지는 오지랖과 인맥은 말 그대로 덤입니다.

그래서인지 임종석 전 부시장의 빈 자리를 희망하는 정치권 인사들이 많았고, 그 중에는 현역 국회의원도 있었다는 후문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박 시장이 최종 선택한 인물은 자신의 측근인 하승창 대표였던 겁니다.
하승창 신임 정무부시장
1961년생인 하승창 신임 정무부시장은 1990년대 시민운동계에 투신해 경실련에서 활동을 시작했고, 1999년부터는 '함께하는 시민행동'으로 독립해 예산 감시 활동에 집중했습니다. 저도 기자 초년병 시절 기억 때문인지 '박원순=참여연대'처럼 '하승창'하면 '함께하는 시민행동'이 먼저 떠오릅니다. 

시민운동가 하 부시장이 정치권에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것은 2011년부터라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나선 박원순 후보 캠프에 합류했고, 그 다음해엔 안철수 대선후보 캠프에서도 주요한 임무를 맡았기 때문입니다. 이후 2014년 박원순 서울시장 재선 캠프에 총괄기획 단장을 맡았고, 당선 뒤에는 서울정책박람회의 총감독을 맡는 등 박 시장이 시정을 이끌어가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해왔습니다.

박 시장과 같은 시기에 시민운동을 함께 했고, 박 시장이 정치권에 투신했을 때부터는 참모 역할을 담당했던 하 정무부시장이 박 시장의 측근임은 분명해 보입니다. 정무부시장이 시장의 정책 방향을 정확히 꿰뚫고 있어야 한다는 점에선 하 정무부시장은 적격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발탁에는 몇 가지 궁금증이 생깁니다.  '의외가 아닌 의외의 인사'라고 하는 가장 큰 이유는 하 정무부시장이 이미 오는 4월13일 있을 총선에 출사표를 던졌다는 점입니다. 이미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를 노리는 것으로 알려진 상태였습니다.

2011년부터 꾸준히 정치적 활동을 지속해왔고, 특히나 지금은 박원순(심지어 안철수까지)이라는 뒷배경을 갖고 있던 하 부시장에겐 지금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기회가 아니었을까요? 그런데 박 시장이 왜 그를 불러들였을까요? 마침 박 시장과 만날 기회가 생겼습니다. 그래서 그 이유를 물었더니 박 시장은 짧게 한마디로 답했습니다.

박 시장의 답변은 간단했습니다. "비례대표를 한다잖아요. 근데 그게 어디 쉽습니까?" 박 시장의 솔직한 발언에 다소 놀랐습니다. 박 시장의 의중을 좀 더 명확히 알고 싶은 마음에 박 시장 주변 사람들에게 들어본 속사정은 이렇습니다. 

박 시장은 하 부시장이 비례대표로 국회 입성할 가능성에 걱정이 많았다고 합니다. 개인의 역량의 문제가 아니라 현재 야권의 상황에 대한 우려 때문이라는 겁니다. "더불어민주당이 하 부시장을 챙겨줄 여력이 없어 보인다"는 말을 평소에도 했었다고 합니다. 여기에 박 시장의 고향과도 같은 시민운동계에서도 하 부시장을 좀 챙겨야 하는 것 아니냐는 부탁도 많았다고 합니다.

당 출신 정치인을 정무부시장으로 선택할 경우 총선 후보가 정해지고 난 다음까지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고, 그런 다음에 남겨진 사람을 정무부시장으로 내정해야 한다는 점은 박 시장 의중에는 맞지 않았을 거라는 얘기도 있었습니다. 이런 저런 이유 때문에 박 시장 측에서 하 부시장에게 정무부시장을 제안했고, 역시 국회 입성에 고심했던 하 부시장도 제안을 받아들였다는 겁니다.

이번 발탁으로 하승창 부시장의 국회 입성은 그 기간이 얼마가 될지는 알 수 없지만, 어쨌든 미뤄졌습니다. 대신 박 시장 곁에서 정치권 인사라면 탐낼 만한 서울시정을 돌보며 정치적 오지랖을 넓힐 수 있는 기회를 얻었습니다.

박 시장도 얻은 게 있어 보입니다. 비록 측근의 여의도 입성은 막았지만, 서울역 고가 공원화 사업, 청년수당 등 굵직한 정책을 함께 추진할 든든한 조력자를 얻었습니다. 여기에 문-안-박 연대를 거부하고 야권의 독자 세력을 구축해 박 시장이 섭섭함을 감추지 않았던 안철수 의원과의 긴밀한 소통 창구도 변함없이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하승창 정무부시장의 국회 입성은 좌절됐지만, 여전히 이번 총선에서 국회 입성을 노리는 박 시장의 측근들은 꽤 있습니다. 현재까지는 8명 정도라고 합니다. 앞서 언급한 임종석 전 부시장, 권오중 전 비서실장은 이미 예비후보로 등록해 활동 중이고, 기동민 전 정무부시장, 천준호 보좌관, 민병덕 변호사 등도 곧 지역을 정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민영 전 참여연대 사무청장과 오성규 전 서울시설공단 이사장도 더불어민주당에 영입됐습니다. 

이미 하 부시장의 사례에서 보듯 박 시장이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 후보 선정에 이른바 지분을 요구할 가능성은 별로 없어 보이는 만큼 각자의 지역에서 박 시장의 공언대로 각자도생을 해야 할 처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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