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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PGA 유망주 김시우 "비거리 늘고 성적이 쑥쑥"

"아버지한테 배운 스윙으로 돌아와 자신감 회복"

[취재파일] PGA 유망주 김시우 "비거리 늘고 성적이 쑥쑥"
지난 18일 하와이에서 끝난 PGA 소니오픈에서 단독 4위로 개인 최고 성적을 올린 김시우는 어린시절  '골프 신동'으로 불렸던 국가대표 에이스였습니다. 1995년 6월 28일생인 김시우는 '싱글 핸디캡' 골퍼인 아버지로부터 7살 때 골프를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국가대표 상비군을 거쳐 고등학교 1학년 때 국가대표에 발탁될 때까지 김시우의 스윙 코치는 아버지였습니다. 골프의 기초 이론과 기본기를 모두 아버지 김두영 씨에게 배웠습니다.

김시우는 고등학교 2학년이었던 2012년 12월, 만 17세 5개월의 나이에  PGA투어 퀄리파잉을 역대 최연소로 통과해 주목받았습니다. 아버지한테 배운 골프 실력으로 국내에서 프로테스트를 거치지 않고 단번에 미국 PGA투어 시드를  따냈다는 사실만으로도 당시에 큰 화제가 됐습니다.

김시우는 미국 진출 첫해인 2013년 미국 PGA 웨스트의 헤드코치인 브라이언을 찾아가 1년간 교습을 받으면서 스텝이 꼬이기 시작했습니다. 브라이언 코치는 스윙을 전면적으로 뜯어고치려고 했고, 여기에 적응하지 못한 김시우는 하루하루 고통 속에 점점 자신감을 잃어갔습니다.

게다가 만 18세가 되기 전까지는 PGA 정회원이 될 수 없다는 나이 제한 규정에 묶여 2013년 PGA투어 출전 대회는 고작 8개에 불과했습니다. 김시우는 이 8개 대회에서 한 번도 컷을 통과하지 못했고 2부 투어로 밀려났습니다.

2년 동안 2부 투어를 뛰면서 고생은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 내비게이션에 잘 나오지도 않는 시골의 대회 장소를 찾아가기 위해 비행기를 두 번이나 타는 일이 많았고 골프장에 도착하기도 전에 몸은 지쳐버렸습니다.

김시우는 고민 끝에 스윙 코치와 1년 만에 결별한 뒤 다시 아버지에게 배운 예전의 스윙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골프 신동'으로 불렸던 예전의 샷 감을 되찾았습니다. 지난해 2부 투어 25개 대회에 출전해 우승 1회, 준우승 1회 등 18개 대회에서 컷을 통과하며 상금랭킹 10위로 2015-16시즌 PGA투어 출전권을 따냈습니다.

PGA투어에 복귀한 뒤 김시우는 소니오픈까지 6개 대회에 출전해 톱 25에 4차례나 들며 일취월장한 기량을 선보였습니다. 세계랭킹은 지난주 273위에서 198위로, 페덱스컵 랭킹은 50위에서 20위로, 시즌 상금랭킹은 67위에서 25위(47만 6천달러)로 껑충 뛰어올랐습니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것은 드라이버 샷의 비거리입니다. 이번 소니오픈에서 김시우의 평균 드라이버샷 거리는 312.1야드로 측정됐습니다. 투어 평균(299.5야드)을 훨씬 웃도는 수치이고 전체 순위에서도 13위에 해당합니다.

3라운드 18번 홀(파5)에서는 티샷을 339야드나 보내 전체 출전선수 가운데 최장타를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핀까지 남은 거리는 187야드였는데 김시우는 여기서 7번 아이언으로 가볍게 두 번째 샷을 날려 깃대 3.5미터에 붙인 뒤 이글을 잡아내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김시우와 보이스톡을 통해 비거리가 늘어난 비결을 물어봤습니다. "잘 먹고 꾸준히 운동하다 보니 거리가 늘더라고요. 매일 맨손 스쿼트와 팔굽혀펴기,복근 운동을 꾸준히 하면서 드라이버 샷의 비거리가 예전보다 15~20야드 정도 늘어났습니다. 비거리가 느니까 골프가 좀 더 쉬워진 느낌이 들어요. 두 번째 샷을 4번 5번 아이언으로 하는 것과 7번 아이언으로 하는 것은 차이가 크거든요."

김시우는 소니오픈  4위로 27만8천 달러, 우리 돈으로 3억3천5백만 원의 상금을 받았습니다. 지난 3년 동안 미국 무대에서 벌어들인 상금 총액과 맞먹는 액수입니다.

김시우가 이번 대회에서 얻은 가장 큰 수확은 자신감과 경험입니다.

"이제는 세계적인 선수들과 같은 조에서 맞붙어도 떨리지 않고 해볼 만하다는 자신감이 생겼어요. 많이 배우기도 했고요. 마지막 날에 우승자인 파비앙 고메스와 같이 쳤는데 7개 홀 연속 버디를 만들어내는 걸 보고 참 느낀 게 많았어요. 어떤 위기 상황에서도 어떻게든 버디를 만들어 내더라고요. 특히 10번 홀(파4) 버디 장면에서는 전율이 느껴졌어요. 고메스의 티샷이 왼쪽으로 감겨서 공이 나무 밑 러프에 떨어졌는데 파 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었죠. 핀을 직접 공략하려면 나무와 나무 사이 좁은 공간을 통과해서 드로(draw) 구질의 샷을 날려야 했는데, 우승을 다투던 긴박한 상황에서 공격적인 샷으로 핀 1.5미터에 붙여 그림 같은 버디를 잡아내더라고요. 그런 샷들을 옆에서 보고 있으면 정말 배우는 게 많습니다."

아직 만 21세가 안 된 김시우는 2부 투어와 정규투어의 차이를 묻자 신이 나서 자동차 얘기부터 했습니다.

"공항에 내리면 PGA 직원이 마중 나와서 자동차로 안내를 해줘요. 이번 소니오픈 때는 현대 제네시스를 탔는데 이전 대회에서는 벤츠도 타보고 BMW도 타봤어요. 공식 호텔도 훨씬 넓고 깨끗하고 할인도 받고…대회장에 가면 사람들이 북적이고, 용품 업체 직원이 찾아와서 필요한 거 없는지 점검해 주고 클럽도 손 봐주고 하니까 2부투어와는 완전히 차원이 다르죠. '그동안 고생했던 보람이 있구나.' 자부심도 막 생겨요."
 
기자는 3년 전 미국 진출 직전의 고교생 김시우를 만나 취재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 영어 공부를 열심히 했던 기억이 나서 실력이 좀 늘었냐고 넌지시 물었습니다.

"리스닝(듣기)은 거의 다 들리는데, 스피킹(말하기)이 아직 잘 안돼요. 매일 미국 드라마 보면서 연습하고 있습니다."

김시우는 하와이에서 소니오픈을 마치자마자 그날 밤 10시 비행기를 타고 다음 대회 장소인 캘리포니아 팜스프링스로 이동해 연습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이번 주 대회는 라퀸타에서 열리는 '커리어빌더 챌린지'입니다. 지난해 '휴매나 챌린지'에서 이름이 바뀌었습니다.

"이번 대회 목표는 일단 컷 통과입니다. 컷부터 통과하고 그다음 목표를 정하려고요. 너무 욕심을 많이 부리면 꼭 망치게 되더라고요."

미국의 <골프 다이제스트>는 최근 김시우를 '2016년에 주목해야 할 9명의 선수' 중 한 명으로 꼽았습니다. 키 180cm, 몸무게 85kg. 310야드가 넘는 장타력에 유연성까지 갖춘 '약관' 김시우의 가능성과 잠재력은 무궁무진해 보입니다. PGA투어에 '한국산 몬스터'의 탄생을 기대합니다.   

(사진=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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