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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대남 전단에 파손된 차량, 누가 배상하나요?

[취재파일] 대남 전단에 파손된 차량, 누가 배상하나요?
 저는 '국민학교'를 다닌 세대입니다. 1980년대 말, 국민학생들에게 대남 전단(당시는 '삐라'라고 불렸죠)은 마치 복권과도 같은 존재였습니다. 산에서 전단을 주워 경찰서에 가져다주면 책받침과 줄자를 받았습니다. '반공'이 국시(國是)였던 시절에나 가능했던 일이었습니다. 그랬던 대남전단이, 이번엔 손해 배상의 이슈가 됐습니다.
북한군, 전단 넣은 대형풍선에 타이머·폭발장치 달아
●대남전단에 파손된 SUV 차량

 14일 새벽이었습니다. 경기도 고양시의 한 전원 마을에서 소란이 벌어졌습니다. 하늘에서 전단 뭉치가 떨어져 SUV 차량 위로 떨어진 겁니다. 한 마을 주민은 "펑펑 소리가 났다"고 말할 정도였습니다. 

 9500장의 전단이 담긴 뭉치의 위력은 상당했을 겁니다. 게다가 높은 하늘에서 떨어졌으니 말입니다. 무게를 고스란히 감당한 차량 지붕은 말 그대로 '뻥' 뚫렸습니다. 엿가락처럼 군데군데 휘어졌습니다. 유리 파편도 좌석에 가득했습니다. 아마 선루프가 장착된 차량이라서 피해는 더 컸을 겁니다. 결국 차량은 불과 몇 시간만에 주변 정비소로 옮겨졌습니다.

●누가 배상해야 하나

문제는 여기서 시작됩니다. 수리비는 과연 누가 내야할까요. 이 차량의 예상 수리비는 확인 결과 약 360만 원입니다. 적지 않은 금액이죠. 이론상으로라면 차량을 파손한 측에 최종 책임이 있습니다. 전단을 띄운 북한이 돈을 내야 한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현실은 다릅니다. 북한에 구상권을 청구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해당 보험사도 고민에 빠졌던 것으로 보입니다. 정비업체 관계자는 "차 주인은 애초 '자차보험'으로 처리하려 했는데, 보험사에서 다른 방법을 찾아보겠다면서 수리를 미뤄달라고 했다"고 말했습니다. 구상권을 청구할 대상을 찾아보려 했던 것으로 풀이됩니다. 보험 처리를 받게 되는 차주 입장과는 별개로 말입니다.

대부분의 보험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을 '천재지변'으로 봤습니다. 교통사고 전문가인 한문철 변호사는 "하늘에서 새가 떨어져 차가 파손된 것과 비슷한 상황"이라고 빗댔습니다. 새나 북한이나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기는 마찬가지라는 겁니다. 결국 보험사도 어쩔 수 없는 현실을 인정하고 수리비를 손실처리하기로 했습니다.
북한 대남전단살포
●대남전단의 역사

'삐라'는 원래 영어의 'bill'에서 나온 말입니다. 일본 사람들은 '비루'라고 썼고, 한국에선 '삐라'라고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6.25 전쟁을 지나며 전단은 남북 체제 경쟁의 상징이 됐습니다.

북한이 날려 보낸 대남전단엔 전통적으로 남한 체제와 대통령을 비판하는 내용이 담겨졌습니다. 미국의 대북정책을 비난하는 내용도 단골 소재입니다. 예전엔 "월북한 사람들이 북한에서 이만큼 잘 살고 있다"며 선전하는 내용의 전단도 많았습니다. 이번에 발견된 전단의 내용들도 과거와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한 때 대남전단을 보고 월북하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전단이 영향력을 행사했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요즘도 그런지는 의문입니다. 관련 기사에 한 네티즌이 단 댓글이 기억에 남습니다. "이런 것 누가 볼까요, 차라리 블로그를 운영 하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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