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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소비자가 원해서?'…친환경 차를 만드는 이유

[취재파일] '소비자가 원해서?'…친환경 차를 만드는 이유
포르쉐, 페라리, 멕라렌. 엄청난 성능을 자랑하는, 이른바 ‘슈퍼카’ 업체라는 것 말고, 이들에게는 또 한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바로 내연 엔진과 전기모터를 같이 쓰는 ‘하이브리드’ 차량을 만든다는 겁니다.

업체들은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성능을 더 좋게 하고, 연비 효율을 좋게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그런데 모두 ‘억’ 소리가 나는 가격인데, 이 브랜드의 차를 사는 사람에게 연비가 큰 의미가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요즘 자동차 업계의 화두를 꼽자면, 고급차, 친환경차, SUV입니다. 고급 자동차는 자동차 제작사에 많은 마진을 남겨주기 때문이고, SUV는 성능과 승차감 향상, 레저문화 확산으로 전세계적으로 인기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찾는 사람이 많으니 많이 팔 수 있다는 것이죠. 그럼 친환경 차도 그렇게 수요가 많거나 회사 입장에서 큰 이익이 남는 것일까요?
 
● 오히려 줄어든 친환경 자동차 시장
 
현재 친환경 차라고 할 수 있는 차종들을 보면 하이브리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기차, 수소연료전지차 등이 있습니다. 수소연료전지차는 제품들이 나오고 있지만 아직 보급이 많이 되지 않았고, 기술상으로도 갈 길이 좀 남아 있습니다. 때문에 현재는 전기모터를 이용한 친환경 차량들이 대부분입니다.

연비를 보면, 이른바 ‘뻥연비’ 논란도 있었지만, 아무래도 전기를 함께 사용하기 때문에 가솔린이나 경유 차량보다 좋겠죠. 특히 친환경이라는 단어에서 볼 수 있듯이, 온실가스 배출량이 상대적으로 적어 대기오염을 줄인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친환경차 시장 규모는 아직 작은 편입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팔린 친환경차 통계를 보면 1월부터 11월까지 3만6,540대입니다. 2014년이 3만6,845대였으니 거의 비슷한 규모입니다. 전 세계 통계로 보면 2014년이 195만대였고 지난해가 188만대였습니다. 오히려 3% 이상 줄었습니다.

전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친환경차가 차지하는 비중을 보면, 전체 시장 규모가 9천만대 정도 한다고 하니까, 친환경차는 2%에 불과한 것입니다. 여러 가지 요인이 있습니다. 친환경차 기술 개발이 아직 진행형이다 보니 성능이나 안전성, 부품 교체에 대한 소비자들의 의구심이 있습니다.

그리고 전기모터와 전지 등을 추가로 설치하니 가격이 비싸질 수 밖에 없고, 충전소 같은 인프라도 아직 미비합니다. 여기에 특히 최근 저유가의 영향도 컸다고 볼 수 있습니다.
 
● 그래도 친환경 자동차 출시는 계속된다
 
14일 오전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현대지동차 신차발표회에서 국산 최초 친환경차 전용 모델인 '아이오닉(IONIQ) 하이브리드'가 등장하고 있다.
그런데 글로벌 시장조사업체들의 전망을 보면 오는 2020년이면 친환경차 시장 규모는 지금의 3배인 6백만대 정도로 급성장할 것이라고 합니다. 우리 정부도 2020년 108만대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자동차 제작사들도 친환경 자동차 개발과 출시에 온 힘을 쏟고 있습니다.

어제 아이오닉을 출시한 현대차는 2020년까지 26개 친환경차를 만들 계획입니다. 친환경차의 선두주자인 토요타는 친환경차 개발에 매년 1조엔 이상을 투자한다고 밝혔습니다. 국내 시장에 출시를 예고한 국내외 제조사의 친환경 차도 어림잡아 10개에 이르고 있습니다.
 
폭스바겐 사태를 계기로 ‘클린디젤’의 명성이 무너졌고, 대신 친환경과 연비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고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설명이 부족해 보입니다. 어제 아이오닉 발표회에서도 얘기가 나왔듯, 기존의 친환경차는 아직 주행성능에 있어서는 내연기관 엔진보다 다소 떨어지는 측면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정부의 정책이 큰 영향을 미친다고 말합니다.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김필수 교수는 “소비자들이 자동차를 선택하는데 있어 연비를 중시하는 경향이 분명히 커지고 있지만, 온실가스 배출량까지 신경 쓰는 사람은 아직 많다고 할 수 없다.

친환경이란 이슈는 각국 정부 차원의 문제다”라고 설명했습니다. 환경 문제가 갈수록 중시되는 상황에서, 그리고 기후협약의 본격적 시행을 앞두고 대기오염을 줄이는 것은 정부의 당면 과제입니다. 대기오염물질 배출원을 보면, 자동차가 절반을 차지합니다.

때문에 각국 정부는 친환경차를 위한 당근과 채찍을 동시에 사용하고 있습니다. 친환경차를 사면 주는 보조금이 바로 당근입니다. 또 제조사들에게 친환경차 개발을 위한 R&D도 지원하면서 충전소 같은 인프라 설치에도 나서고 있습니다.
 
● 정부 환경 규제에 맞추려면
 
하지만 제조사들에게는 규제가 더 큰 이슈입니다. 자동차 평균 온실가스, 연비 기준이란 제도가 있습니다. 각 제작사에서 해당 년도에 판매되는 차량의 온실가스 배출량과 연비 실적의 평균치를 정부가 제시한 기준에 맞춰 관리하도록 한 제도입니다.

풀어 설명하면요, 한 자동차 회사가 고급세단과 SUV, 전기차 등을 합쳐 한해 100만대 팔았다고 가정해 봅시다. 정부는 이 판매한 차량들의 배출량을 모두 더한 다음, 100만으로 나눠 평균치를 구하도록 합니다. 그리고 이 평균치가 정부가 제시한 기준에 맞도록 요구하고 있습니다. 연비도 마찬가지 방식입니다.
 
지난해까지 우리나라 정부가 제시한 온실가스 배출량 기준은 140g/km, 연비는 17km/ℓ였습니다. 모든 제작사들이 이 기준을 맞췄습니다. 정부는 2020년까지 이 기준을 97g/km, 연비는 24.3km/ℓ로 강화합니다. 상당히 강해지는 것이죠.

자동차 제작사는 배출량이나 연비 기준 중 하나를 선택해 달성해야 하는데, 기준을 달성하지 못하면 과징금이 부과됩니다. 유럽 기준은 더욱 엄격해서 2021년까지 배출량 91g/km를 맞춰야 합니다. 우리나라 자동차 생산량의 70% 정도를 해외에 수출하는 상황을 감안하면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단 얘기죠.
 
그러면 이 기준을 맞추는 방법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획기적인 엔진 개발로 모든 차들의 배기량을 낮추면 좋겠지만, 고급차 같은 경우는 한계가 있습니다. 따라서 전기차 같은 친환경차를 만들어 평균치를 낮추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라는 게 업계의 설명입니다.

정부도 친환경차의 보급을 위해 배출량이 낮은 친환경 차량은 한대를 팔아도 1.5~2대 판 것으로 인정해줄 예정입니다. 결국 자동차 업체 입장에서는 마진이 많이 남는 고급차를 많이 팔기 위해서는 친환경차의 판매 또한 그만큼 중요하다는 것이죠.
 
환경 보호란 것은 정부만의 문제가 아닌 우리 모두의 문제입니다. 정부의 규제 때문이든, 소비자가 원해서든, 친환경 차량이 다양해지는 것은 좋은 일입니다. 하지만 일반 차량과 비교해 아직 보조금 없이 사기는 부담스럽고, 불안하고 불편한 점도 남아 있습니다. 자동차 제작사들의 끊임없는 기술 개발과 정부의 정책적인 지원이 계속 돼야 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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