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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례 없이' 중국 압박하는 미국…블링큰·장예쑤이 '담판' 촉각

14일(현지시간)부터 시작되는 토니 블링큰 미국 국무부 부장관의 아시아 방문 가운데 가장 주목되는 동선은 중국 베이징 방문이다.

북한의 4차 핵실험에 따른 대북 제재의 수위와 폭이 판가름나는 미·중 간의 '담판'이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무부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블링큰 부장관이 일본과 한국, 미얀마에 이어 내주에 중국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블링큰 부장관은 방중 기간 장예쑤이(張業遂) 중국 외교부 상무부부장과 만나 북핵 문제에 대한 공동 대처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블링큰 부장관이 일본과 한국을 차례로 찾는 것은 이미 대북 제재에 대한 한·미·일의 기존 협력체제를 다지는 것 외에는 실질적 측면에서 큰 의미는 없어 보인다.

그러나 중국은 대북 제재의 실효성 확보에 결정적 존재이기에 이번 방중이 갖는 의미는 중요할 수밖에 없다.

지난해 9월 미·중 정상회담을 통해 북핵 문제에 대한 협력을 다짐한 양국이지만, 이번 4차 핵실험 이후 관계가 다소 서먹해진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북한이 4차 핵실험까지 강행하게 된 `과정'을 두고 양국이 서로에게 책임을 미루고 있기 때문이다.

핵실험 이후 한반도 주변 4강(强)의 국가지도자 가운데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하지 못한 것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유일한 것도 이런 분위기를 보여준다.

미국은 이른바 '중국 역할론'을 연일 공론화하며 한국과 함께 대중 압박 모드에 돌입한 상태다.

특히 존 케리 국무장관은 지난 7일 중국 왕이(王毅) 외교부장에게 전화를 걸어 중국의 기존 대북 접근법이 사실상 실패했다고 비판하면서 대북 제재에 적극적으로 동참할 것을 촉구했다.

한 외교소식통은 "이번에는 미국의 대중국 압박이 과거보다는 훨씬 더 강도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중국 내에서는 오히려 미국의 대북 강경 정책에 주된 원인을 돌리며 '미국 책임론'까지 제기하는 논평들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번 핵실험 이후 한·미·일이 주도하는 고강도 대북 제재에 대한 중국 정부의 태도는 시간이 흐를수록 더 거리를 두는 모양새다.

초기에는 격앙된 반응을 보이며 북한을 비판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 주변국에 냉정과 자제를 촉구하는 소극적 태도로 돌아서고 있다는 게 워싱턴 외교소식통들의 관측이다.

왕이 부장은 지난 8일 윤병세 외교장관과의 전화통화에서 "중국은 일관되게 한반도 비핵화 실현, 한반도 평화와 안정 수호,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이라는 세 가지 원칙을 견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왕 부장이 기존의 원칙적 입장을 재확인한 것은 중국이 '일정한 선'을 넘어서는 대북 제재에는 동참하지 않을 가능성에 무게를 실어주는 발언으로 해석되고 있다.

중국의 이 같은 태도는 일단 북한이 갖는 '전략적 가치'와 한반도 상황의 안정을 중시하는 '현상유지' 정책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국제사회의 요구대로 북한을 '과도하게' 압박해 한반도의 불안정성이 커질 경우 이는 중국의 국가안보에 직접적 위해가 된다는 판단에서라고 할 수 있다.

보니 글레이저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동북아 선임연구원은 "김정은 정권이 급작스럽게 붕괴해 한반도 통일이 추진될 경우 주한미군이 38선 이북으로 진주하는 상황을 베이징은 가장 우려하고 있다"며 "미국과의 '힘의 균형'이 불리하게 형성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이 2013년 시진핑 주석체제가 출범한 이후 북한 김정은 정권에 대한 불신을 표명하고 일정한 대북 제재를 취하면서도 '선'을 넘지 않고 있는 것은 이런 맥락에서라는 풀이가 나온다.

중국이 대북 제재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데에는 한·미·일 주도의 대중 포위·압박 구도가 강화되고 있는 데 따른 위협감을 반영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미 남중국해 문제를 비롯한 역내 영유권 분쟁을 놓고 미국과 대립 구도가 조성된 상황에서 미국이 대북 압박 이니셔티브를 쥐고 역내 상황을 주도하는 흐름을 불편하게 받아들일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특히 북한의 핵실험 직후 일시적인 B-52 전략폭격기의 한반도 상공 전개와 더불어, 핵항모 한반도 전개 및 미사일 방어(MD) 카드를 비롯해 다양한 군사적 옵션이 한국과 미국 정부에서 흘러나오는 것이 중국이 느끼는 위협감을 키우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한국은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의 검토 가능성을 시사했고 미국은 한국과 일본을 비롯해 동북아 전반의 MD 체계 강화를 논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주목할 대목은 중국으로서도 4차 핵실험 이후 국제사회 내에서 '중국의 역할'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이 곤혹스럽다는 점이다.

워싱턴의 한 외교소식통은 "중국으로서는 기존의 스탠스만을 계속 고수하기만은 어려운 딜레마에 놓였다고 할 수 있다"며 "내부적으로 최종 입장이 정리되지 않은 것 같다"고 추측했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블링큰 부장관의 이번 방중은 대북 제재에 대한 중국의 '태도변화'를 가늠해볼 수 있는 중요한 외교적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우리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황준국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14일 베이징을 방문해 중국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우다웨이(武大偉) 외교부 한반도사무특별대표와 만나 중국 측의 적극적 협력을 주문했다.

중국의 대북역할을 이끌어내기 위한 한·미 간의 공조가 본격화되고 있다는 게 외교가의 관측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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