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의 한 계열사는 시무식에서 매년 해오던 신임 임원들에 대한 꽃다발 증정을 올해는 생략했습니다. 예산도 지난해 말 30% 줄인데 이어 올해들어 또 50%를 줄였습니다. 연말 인사 분위기가 인력 재배치에 초점이 맞춰져 그나마 위안입니다.
LG의 이같은 신년 분위기에서 '절박함'이 읽힙니다. 구본무 회장의 신년사는 1년 전과 크게 달라졌습니다. 구 회장은 지난해 한차례도 쓰지 않던 '위기'라는 단어를 올해는 3번 썼습니다. '위협'이라는 단어도 한차례 등장했습니다. 매년 신년사 앞부분에 들어갔던 임직원들의 노력과 성과를 치하하는 메시지도, 일자리 창출과 동반성장 등 국가와 사회에 대한 책임 부분도 빠졌습니다.
오히려 "성장은 고사하고 살아남기조차 어려울 수 있다"고 까지 말했습니다. "뼈를 깎는 실행의 과정이 필요하다"는 대목에선 비장함마저 느껴집니다.
LG의 주력사업인 전자와 화학 등은 신흥국 경기둔화로 우려가 크고, 화웨이와 샤오미 등 중국기업들은 공격적인 경영으로 글로벌 시장 판도를 바꾸며 위협해오고 있습니다.
구본무 회장은 이 고비를 어떻게 넘길까요?
지난해 신년사에서 '시장 선도'를 가장 많이 언급했던 구 회장은 올해는 '변화'와 '혁신'을 아홉차례나 강조했습니다. 같은 맥락에서 '전혀 다른', '차원이 다른'과 같은 표현도 눈에 띕니다.
신년사 이후 구 회장은 "지금까지와는 180도 다른 사업방식을 만들라"고 주문하고 있습니다. 상품기획에서부터 연구개발, 생산, LG의 약점으로 인식되는 마케팅까지 모든 경영을 고객감동에 철저히 맞출 것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성장 가능성이 보이는 사업에는 과감히 집중할 것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구 회장은 동생인 구본준 부회장을 지주사인 LG의 신성장사업추진단장에 임명했습니다. 가시적 성과를 내고 있는 자동차 부품과 신에너지 분야와 같은 신사업 키우기에 총력을 다한다는 의지입니다.
특히 구 회장은 "내부의 힘만으로 부족하면 외부 역량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제시해 자동차부품 등 핵심 사업과 관련해 인수합병(M&A) 가능성도 열어 뒀습니다.
구 회장은 24년 전, 일본의 선발업체에 뒤져 전기차 배터리 사업을 접어야 하는 상황에 처했을 때 "포기하지 말고 꼭 성공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다시 시작하라"며 투자를 고집했습니다. 그리고 지난해 말 LG화학은 역대 최대 규모의 배터리 공급 계약을 성사시키며 배터리 분야 세계 1위를 공고히 했습니다.
구본무 회장의 '변화와 혁신'이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 지 주목받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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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CNBC 윤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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