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보호자인 척 대학병원을 돌아다니며 빈 병실만 골라 상습적으로 금품을 훔쳐온 6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지난해 9월 부산의 한 대학병원 병동.
편안한 남방 차림의 김모(63)씨는 슬리퍼를 신은 채 병실 복도를 어슬렁거렸다.
한 손에는 휴대전화를 들고 통화를 하는 듯한 모습이 영락없는 환자 보호자였다.
김씨는 복도를 오가며 두리번거리더니 빈 병실로 들어가서 지갑 2개를 훔쳐 비상계단으로 달아났다.
치료 때문에 병실을 잠시 비운 모녀는 지갑이 없어진 것을 발견하고 망연자실했다.
암 말기로 시한부 삶을 사는 딸을 간호하느라 심란한 나날을 보내던 50대 여성은 30여 만원이 든 지갑까지 잃어버리자 경찰에 눈물로 호소했다.
김씨는 하루에도 몇 번씩 대학병원이나 종합병원 등을 돌며 병실에 침입해 절도 짓을 벌였다.
겨울이 되자 외부인이라는 의심을 피하려고 점퍼도 입지 않았다.
지난해 8월부터 올해 1월까지 김씨는 이 같은 수법으로 17차례에 걸쳐 1천만원 상당의 금품을 훔쳤다.
병원에서 도난 신고가 쇄도하자 경찰은 폐쇄회로TV 등을 확인해 김씨를 붙잡았다.
김씨의 소행인 줄 몰랐던 병실 피해자들은 애꿎게 다른 환자나 병문안 온 친지를 의심하기도 했다.
경찰 조사 결과 김씨는 기초생활수급자로 부산진구의 한 여인숙에서 홀로 살고 있었다.
경찰의 추적을 피하려고 인근의 다른 여인숙을 주민등록지로 등재하고 휴대전화를 사용하지 않는 치밀함을 보였다.
범행에 사용한 휴대전화는 미개통 상태였다.
김씨는 같은 수법의 범죄로 징역을 살고 출소한 지 6개월 만에 다시 절도 행각을 벌였다.
부산 서부경찰서는 12일 상습절도 혐의로 김씨를 구속하고 여죄를 수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말기 암환자 지갑까지 슬쩍…빈 병실만 골라 절도행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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