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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최전방에서 탐지한 제논은?…출처 둘러싼 의문

풀리지않는 '제논133' 의문

북한이 핵실험을 한 지난 6일 오전, 우리나라 지진관측소는 북한에서 인공지진이 발생했음을 바로 탐지했고, 공중음파관측소에서도 북으로부터 들려온 미세한 폭발음을 잡아냈습니다. 지진이 시작된 진앙과 음파가 첫 발생한 곳이 일치했다고 지진연구센터는 밝혔습니다. 당연히 북한의 4차 핵실험 가능성이 사실로 굳어져 가는 증거자료였습니다. 물론 북한은 이날 낮 12시 30분에 수소탄 시험을 했다고 공식 발표했습니다.
지진이나 음파 관측보다 제일 확실한 핵실험 증거는 방사성 물질 탐지입니다. 지하에서 핵실험을 할 경우 폭발 현장에서 제논이나 크립톤은 갱도의 틈을 뚫고 공기 중으로 새어 나오는 대표적 핵물질입니다. 핵실험의 결정적 물증을 잡아내는 일은 대덕연구단지 내 원자력 안전기술원이 맡았습니다. 2006년부터 3차례 실시한 북한의 핵실험 때마다 반복된 일이기도 합니다. 물론 2006년 첫 핵실험 때만 제논을 탐지했고, 2009년과 2013년에 벌어진 2-3차 핵실험 때는 방사성 제논을 찾는 데 실패했습니다.
원자력안전기술원은 이번에도 매뉴얼에 따라 비상대책 상황반을 꾸리고 지상과 바다, 하늘에서 제논탐지에 들어갔습니다. 지상에서는 강원도 북쪽 최전방에 설치한 고정식 제논 탐지기 2대가 하루에 2회씩 공기 시료를 포집하고 분석했습니다. 바다에서는 함정에 이동식 포집기를 싣고 동해 최북단 바다로 나가 12시간 동안 5차례에 걸쳐 시료를 포집했으며 공중에서도 항공기를 이용해 북에서 날아온 공기 시료를 포집했습니다.
원자력 안전기술원은 1차, 2차, 3차에 걸친 해상시료 분석에서 제논133핵종의 검출에 성공했지만 4차와 5차 시료에서는 검출에 실패했습니다. 제논133핵종은 1차에서 0.30밀리베크렐이 검출됐고, 2차 때는 0.27, 3차 시료에서는 0.31밀리베크렐이 측정됐습니다. 지난 2006년 1차 핵실험 때 찾아낸 제논 133핵종 0.7밀리베크렐의 절반 가량 됩니다.
 
김무환 원자력안전기술원장은 지난 8일 밤 제논검출 관련 브리핑을 통해 제논133핵종은 지구상 자연상태에서는 없는 것이라며 자연방사능이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즉 핵실험이나 원자력발전소 등에서 누출되는 방사성물질이라는 설명입니다.
 
그런데 원자력안전위원회와 기술원은 같은 날 보도자료를 통해 “북한 핵실험관련, 방사성 핵종을 탐지, 분석한 결과 핵실험 징후인 4개의 방사성 제논 핵종 중 제논133이 미량(0.3밀리베크렐) 검출됐다”며 “이는 평상시 육상 두 곳에 설치된 고정식 방사성제논 탐지장비에서 측정되는 정도(최근 5일간 0.5밀리베크렐)”라고 밝혔습니다.
 
고정식 탐지장비는 휴전선 근처에 설치해놓은 것인데 최근 5일간 제논133을 0.5밀리베크렐을 탐지했다면 지난 6일 핵실험 이전에 도대체 최전방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요? 자연계에 없는 제논133은 어디에서 날아온 것일까요? 핵실험 당시 북한에서는 서풍이 불었습니다. 풍향으로 봤을 때 고정식 탐지장비가 제논을 측정하려면 북풍이나 북서풍이 불어야 합니다. 그렇다면 고정식 장비가 탐지한 제논133은 이번 핵실험에서 나온 제논이라고 볼 수 없는 것입니다.
이런 궁금증에 대해 원자력 안전기술원은 명확한 답변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브리핑 당일 김무환 원장은 나중에 분석을 해봐야 알 것 같다고 답변을 피했습니다. 그 뒤 대외협력팀을 통해 다시 확인했지만 아직 고정식장비가 측정한 제논133의 출처에 대해 설명이 없습니다. 다만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의 영향일 수도 있다는 말을 살짝 비치기도 했습니다. 후쿠시마 원전폭발은 지난 2011년 3월 발생했습니다. 과연 연관성이 있을까요? 또 제논의 반감기는 최대 12일입니다. 더구나 시간이 갈수록 공기 중 농도가 빠르게 옅어져 그만큼 탐지가 어려운 것입니다.
 
휴전선 근처 고정식 제논 탐지장비가 측정했다는 제논133핵종 0.5밀리 베크렐은 어디에서 나온 것일까요? 원자력안전위원회의 보도자료에 따르면 핵실험 이전에도 제논133이 탐지됐었다는 이야기인데, 왜 이 사실을 숨겼는지도 의문입니다. 더군다나 보도자료에까지 적어놓은 사실에 대해 보충 설명조차 할 수 없는 것이라면 자료의 신뢰성마저 따져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이런 궁금증에 대해 원자력 안전기술원은 여전히 보안, 비밀이라며 밝히길 꺼리고 있습니다. 도대체 그게 왜 비밀, 보안사항인지에 대한 뚜렷한 설명도 없습니다. 말 못할 속사정이 정말 있는 걸까요? 의문이 풀리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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