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그 가운데 한명이 양심선언을 하면서 금품로비 의혹이 불거졌습니다. 이 아파트 주민은 “한 번 만나서 3백만원, 다시 만나서 2백만원을 건넸고, 50만원은 식사비용으로 건넸다는 것이 양심 선언 내용”이라고 밝혔습니다. 현재 주민 몇 명이 이 사건을 검찰에 알려 수사를 앞두고 있는 상황입니다.
● 먹어야 할 돈과 먹지말아야 할 돈
취재진이 만난 한 아파트 단지 주민은 "입주자 대표회의 일을 하게 됐을 때 한 전임자가 먹어야 할 돈과 먹지 말아야 할 돈이 있다고 설명해줬다"고 털어놨습니다. 그는 "주민들한테 피해가 갈 돈은 먹지 말아야 한다고 그랬다"라며, "회장에겐 리베이트라는게 전혀 없을 수 없지만, 주민들한테 피해를 입혀가면서까지 먹을 필요는 없다고 하더라"며 어이없어 했습니다.
또 다른 주민은 “주민 몇 명이 경비용역, 청소용역 입찰 평가를 주관적으로 할 수 있다”며, “평가 방식이 그렇기 때문에 로비가 계속 이뤄지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또 다른 아파트 단지 주민 역시 비슷한 얘기를 하면서 "각종 용역, 시공 업체들이 리베이트를 비용에 포함시켜 (공사비를) 비싸게 받아내는 상황에서 주민들에게 피해가 없는 돈이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습니다.
● 아파트 4곳 중 1곳이 관리비 부실 운영
실제로 국토부가 최근 서울지역 3백가구 이상 아파트의 감사보고서를 공개했는데, 1023곳 중 26%인 267곳이 부적합 판정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배우 김부선 씨의 아파트 난방비 비리의혹 폭로로 지난해 개정된 주택법에 따라 3백가구 이상의 아파트는 매년 회계감사를 받고 내용을 공개해야 합니다.
이 자료에 따르면 서울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는 부녀회가 법적 절차를 지키지 않고 매년 천만원 이상을 썼고, 또 다른 아파트 부녀회장은 수익사업으로 벌어들인 5천만원을 자기 통장에 가지고 있다가 적발되기도 했습니다. 입주자 대표회의가 관리나 공사를 맡기면서 입찰 없이 수의계약을 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또 잘 알려졌듯이 아파트의 일부 집들만 전기료나 수도료를 아예 내지 않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런 부실운영 주체를 관리사무소와 입주자 대표 2곳으로 나눌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송주열 아파트선진화운동본부 회장은 "(관리비 부실 운영의 주체는) 아파트마다 모두 다른데, 우선 입주자 대표들 모르게 관리사무소 직원들이 해먹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관리사무소가 부실 운영을 하는 경우에는 입주자 대표들이 공사나 용역의 구체적인 내용을 잘 모른다는 점을 이용해, 공사비를 부풀리거나 장부 조작을 하는 경우가 있다고 합니다. 물론 영수증을 거짓으로 만들어 서류상으로만 봐서는 알기 힘든 경우도 많다고 합니다. 송 회장은 "또 다른 하나는 입주자대표회의가 작정을 하고 해먹는 아파트가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는 관리사무소는 그냥 어쩔 수 없이 따라 간다"고 설명했습니다.
● "내부고발자 포상제도라도…"
정부가 관련법을 강화해 회계감사를 받도록 하고, 보고서를 제출하도록 했지만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송주열 아파트선진화운동본부 회장은 “(비리는) 서류상에 나타나지 않는다. 현금 흐름표를 제출한다고 해도 노출되지 않는다"라고 강조합니다. 은밀하게 이뤄지기 때문에 특혜나 부정입찰을 찾아내기는 쉽지 않고, 그걸 회계감사로 찾아내기는 쉽지 않다는 겁니다.
처벌을 강하게 하면 어떨까. 하지만, 앞서 말씀드린 양심선언 같은 내부 고발이 나오지 않으면 검찰이든, 경찰이든 형사처벌에 나서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현금으로 은밀하게 이뤄지는 거래의 증거를 잡기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걸린 사람은 재수 없는 경우"라는 말까지 있다고 합니다. 결국 같은 입주민인 대표회의 구성원들이 내부 제보를 해야한다는 얘기인데, 이 때문에 내부 고발자에 대한 포상제도가 대안으로 제시되기도 합니다.
정부가 국무총리실을 중심으로 감사보고서가 부실한 아파트를 대상으로 현장조사를 벌이고 있습니다. 또 몇몇 사건은 현재 서울의 일부 검찰청에서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벌써 "결국 형사 처벌을 피해갈 것이다", "행정처분만 받아 과태료 내고 끝날 것이다"라는 얘기가 들립니다. 이런 비뚤어진 목소리가 쏙 들어갈만한 사법당국과 정부의 강한 처벌 의지가 시급해 보입니다.
동영상 기사
동영상 기사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