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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반려동물 천만 시대…'펫로스 증후군' 심각

[취재파일] 반려동물 천만 시대…'펫로스 증후군' 심각
서울의 한 애견 카페에서 만난 권현주 씨는 8년 전 세상을 떠난 반려견 생각에 인터뷰 도중 눈시울을 붉혔습니다. 권 씨와 부모님이 21년을 키운 반려견은 가족이나 다름 없었고, 인생의 절반을 함께 한 존재였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을 만나서 웃고 떠드는 것조차 괴로워 대인기피증이 찾아왔고, 우울증은 물론, 일까지 중단해야 할 정도였습니다.

경기도 양주에 사는 임은성 씨는 석 달 전 8년간 키운 반려견이 만성신부전증으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임 씨는 아직 슬픔에서 헤어나오지 못한 채, 유골함을 집 안 가장 잘 보이는 곳에 두고 개를 그리워하고 있었습니다. 또 손목 안쪽에 반려견의 얼굴을 문신으로 새겼습니다. 어딜 가도 나와 ‘항상 함께한다’는 생각을 갖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인천에서 미용실을 운영하는 임정옥 씨는 2년여 전 14년간 키우던 반려견을 잃었습니다. 지금은 죽은 반려견의 새끼를 키우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훌쩍 커버려 마음이 공허해진 임 씨에게 반려견은 다시 그녀의 손길이 필요한 존재, 자식이나 다름 없었습니다.

그랬기에 반려견을 잃은 뒤 임씨의 고통은 아끼는 자식을 잃은 것만큼 지독했습니다. 화장을 한 뒤 남은 유골을 고온으로 녹여 만든 ‘메모리얼 스톤’을 퇴근하자마자 가장 먼저 꺼내 들고 인사하는 게 그녀의 하루 일과 중 하나입니다.

취재를 위해 만나본 세 분 모두 반려견을 잃은 뒤 상당한 슬픔에 잠겨 있거나, 고통을 겪은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었습니다. 이른바 ‘펫로스(Pet Loss) 증후군’입니다. 가족처럼 아끼던 반려동물을 잃은 뒤 나타나는 극도의 스트레스와 불안감, 정신 장애를 일컫는 말로, 최근 들어 펫로스 증후군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합니다.
실제로 저와 인터뷰한 정신과 전문의도 요즘 들어 우울증으로 치료를 받으러 온 환자들 가운데 상담 과정에서 최근 반려동물을 떠나 보냈다는 고민을 털어놓는 사람들이 늘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지난 2000년 전후로 국내에서 개나 고양이 같은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급증하기 시작했는데, 현재 이 동물들의 나이가 14~16세로 수명을 다하는 시기가 됐기 때문에 ‘펫로스 증후군’을 경험하는 사람도 늘고 있다고 분석합니다.

현재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는 천만 명으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주변의 인식은 아직 이 수치를 따라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개(혹은 고양이) 하나 죽었다고 왜 이렇게 유난이야?’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아직 많다는 뜻입니다.

주위의 시선이 이렇기 때문에 반려동물을 잃은 뒤 경험하는 우울증이나 스트레스를 쉽게 털어놓을 수 없는 겁니다. 빨리 슬픈 감정이나 우울감을 털어내고, 심할 경우 치료를 받아야 ‘펫로스 증후군’도 다른 정신장애와 마찬가지로 쉽게 극복할 수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권현주 씨의 경우 반려견이 죽은 뒤 큰 홍역을 앓고, 다신 개를 키우지 않겠다고 결심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권 씨는 1년 뒤 우연히 유기견을 임시로 맡아 보호하는 봉사 활동을 하게 되면서 생각이 조금씩 달라졌습니다. 아무도 데려가지 않고, 찾지 않는 유기견들을 돌보는 것에 보람을 느꼈기 때문입니다. 특히 병들고 아픈 유기견의 경우 주인을 찾기가 힘들기 때문에, 유독 관심이 가고, 정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지금까지 모두 7마리의 개를 돌봤고, 4마리를 떠나 보낸 뒤, 현재 3마리를 키우고 있습니다. 권씨는 아픈 유기견들의 마지막을 보다 건강하게, 더욱 사랑을 주면서 돌봐준다면, 동물 입장에서도 편안하게 눈을 감을 수 있을 거라고 믿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권씨의 펫로스 증후군도 점차 치유되고 있었습니다.

그녀의 방법만이 옳다는 건 아닙니다. 어떤 사람들은 운동으로, 일로, 긍정적인 생각으로 다양하게 상처를 보듬고 치유할 겁니다.

방법이야 어찌됐든, 펫로스 증후군은 이를 털어놓고, 극복하고, 치료해야 나을 수 있는 병입니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건 주변에서도 반려동물의 죽음을 위로하고 이해해줄 준비가 돼 있어야 합니다. 누군가에게는 자식 대신이며, 누군가에게는 자신의 외로움을 채워주는 존재이기 때문에, 그 슬픔은 가족이나 소중한 친구를 떠나 보내는 것과 다름 없습니다. 

▶ 가족 잃은 것 같은 슬픔…'펫로스 증후군' 심각
▶ 반려동물 천만 시대…'펫로스 증후군'도 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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