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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핵실험 지진 규모 4.3에서 4.8…왜 대폭 상향 됐나?

[취재파일] 핵실험 지진 규모 4.3에서 4.8…왜 대폭 상향 됐나?
● 북한 핵실험, 속초 지진계가 가장 먼저 알아챘다

지난 6일 북한 핵실험을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알아챈 건 사람이 아닌 지진계입니다. 10시 30분 폭발 이후 48초 만에 속초에서 진동이 감지됐고, 1분 4초 후에는 서울에서, 2분 후에는 제주도에서 까지 진동이 감지됐습니다.

하지만 해외 언론이 한국 언론보다 상황을 먼저 파악했습니다. 미국과 유럽이 북한에서 규모 5의 지진이 발생했다고 보도했는데, 사실 규모 5나 되는 강진이 발생하면 기상청은 우리나라 언론에 즉시 알려주도록 시스템이 갖춰져 있습니다. 그런데 20분이 지나도록 우리 언론엔 아무런 정보가 없었죠. 그 이유는 하나였습니다. 발생한 지진이 핵실험으로 인한 인공지진이었다는 겁니다.

● ML 규모 4.3에서 MB 규모 4.8로 최종 수정

폭발 30분 뒤인 11시부터 북한 핵실험 보도가 시작됐는데, 기상청은 초기에 지진의 규모를 4.3이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오후 2시에 실시된 공식 브리핑에선 규모를 4.8로 최종 수정했죠.

지진은 흔히 규모(Magnitude)로 세기를 표현합니다. 자연지진은 통상 ML 규모(Magnitude local)를 사용합니다. 반면에 인공지진은 MB 규모(Body wave Magnitude)를 사용합니다. 당연히 핵실험으로 인한 인공 지진도 MB 규모를 사용합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기상청이 오전 11시 18분에 통보한 규모 4.3은 <ML 규모 4.3>이란 얘기였고, 오후 13시 20분에 통보한 최종 규모 4.8은 <MB 규모 4.8>이란 얘기였습니다.

ML 규모, MB 규모는 생소한 용어이니 찬찬히 설명해 보겠습니다. ML 규모는 지진파의 최대 진폭을 기준으로 산출하는 방식입니다. 지진파에는 P파와 S파가 있는데요. 간단하게 설명하면, P파(Primary Wave)는 파가 매질과 같은 방향과 움직여 속도가 빠른 지진파고, S파(Second Wave)는 파가 매질과 수직방향으로 구불구불 이동해서 속도가 느린 지진파입니다.

속도는 P파가 빠르지만 위력은 S파가 강력합니다. P파에 맞으면 몸이 위아래로 흔들리는데, S파에 맞으면 위아래, 양옆으로 몸이 흔들린다고 이해하면 쉽겠습니다.

지진으로 인한 피해도 대부분 S파에 의해 발생합니다. 대부분 S파가 강력하기 때문에 자연지진은 S파를 기준으로 ML 규모를 산출하게 됩니다. 그런데 인공지진은 S파가 거의 없습니다. 따라서 P파를 기준으로 규모를 산출하는 MB 규모를 사용하는 겁니다.

ML 규모는 규모 1이 오를 때마다 위력이 32배씩 상승하는데요, MB 규모는 10~15배씩 상승합니다. MB 규모 0.1이 증가할 때마다 대략 1.3배씩 강해지는 겁니다. 이번 4차 인공지진의 규모는 4.8이고, 지난 2013년 3차 실험 인공지진의 규모는 4.9였으니까 지난번 실험이 이번보다 1.3배 정도 강력했던 겁니다.

그런데 왜 기상청은 처음부터 MB 규모로 발표하지 않고 ML 규모로 발표했다가 MB 규모로 수정한 걸까요? MB 기준으로 규모가 4.3에서 4.8로 수정된 건 위력이 3.7배 차이가 나는 겁니다. 또 4.3이면 2009년 2차 핵실험 인공지진 규모 4.5보다도 작은 수치여서, 초기에 핵실험 위력을 파악하는데 혼선이 많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 핵실험 1시간 45분 뒤 MB 규모 파악

기상청은 지진 정보로 핵실험의 시간과 위치, 위력을 분석해 유관기관에 통보합니다.

기상청은 11시 18분에 인공 지진은 <ML 규모 4.3>이라고 유관기관에 1차 통보했습니다. 매뉴얼대로라면 11시에는 1차 통보를 했어야 하는데, 18분 늦은 11시 18분에 통보했고, 핵실험이 의심되는데도 MB규모를 사용하지 않았던 것을 보면 당시 MB규모 분석이 끝나지 않은 것으로 해석됩니다. 핵실험 후 48분 동안 MB 규모 산출이 정확히 안됐다는 겁니다.

2차 통보는 12시 15분에 했는데 이때부터 MB 규모를 사용합니다. 규모는 MB 4.7이었습니다. 핵실험 1시간 45분 후에 MB 규모를 공식적으로 산출한 겁니다. 13시 20분에는 규모를 0.1 더 늘려 MB 규모 4.8로 최종 통보합니다.

사실 2006년 1차 실험과 2009년 2차 실험, 2013년 3차 실험 모두 처음엔 ML 규모로 발표했다가 나중엔 MB 규모로 수정했습니다. 10년 동안 MB 규모 산출 능력이 개선되지 않고 있는 겁니다.

우리와 같은 방법을 사용하는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기구(CTBTO)도 지진 규모를 초기에 MB 4.8~4.9로 계산했고, 계산방법이 조금 다르지만 역시 P파를 이용해 MB 규모를 발표하는 미국지질조사국(USGS)도 지진이 발생하자마자 규모를 MB 5.1로 발표했습니다.

역시 계산 방식은 조금 다르지만 MB 규모를 사용하는 중국지진센터와 유럽지중해지진센터도 각각 규모를 4.9와 5.1로 발표했습니다.
아마 5차 핵실험이 진행된다고 해도 상황은 마찬가지일 겁니다. 역시나 미국과 유럽에서 인공 지진 발생 정보를 가장 먼저 발표할 것이고, 기상청의 분석이 끝나기도 전에 이미 일반인들에게도 관련 소식이 전해질 겁니다. 북한과 가장 근접한 나라지만 다른 나라보다 핵실험 위력 분석에 시간이 더 오래 걸리는 셈입니다. 물론 가장 중요한건 정확한 분석이겠지만, 다른 나라들도 초기 분석 데이터와 최종 분석 데이터의 지진 규모가 0.1~0.2 밖에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이번 북한 핵실험 사태의 문제는 우리 정부와 국가기관들이 사전에 핵실험 정보를 포착하지 못했다는데 있습니다. 국방부보다도 속초 지진계가 핵실험을 먼저 파악한 겁니다.

다음에도 사전 정보없이 핵실험이 포착된다면 가장 먼저 위치와 시간, 위력을 분석할수 있는 최선의 수단은 지진 분석입니다. 그만큼 기상청의 어깨가 무겁습니다. 1차 핵실험 후 10년이나 지난 지금 인공지진에 대한 정확한 분석뿐만 아니라 신속한 분석능력 배양이 필요한 실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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