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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112 신고 출동 수당? 이런 수당까지 왜 주지?

올해 공무원에게 지급될 봉급과 수당이 국무회의를 통과해 확정됐습니다. 봉급과 수당을 합한 공무원 총 보수는 3% 인상됐습니다. 의무 복무중인 장병들의 봉급이 2년 연속 15% 인상됐습니다. 특히 올해는 경찰이나 소방관들을 위한 수당이 확대됐습니다. 위험수당이 새로 생기거나 늘었고, 열악한 처우를 개선하기 위한 수당도 포함됐습니다.

● 와우! 112 신고 받고 출동하면 건당 3천 원?

올해 처음 등장한 수당 하나가 눈에 띕니다. 경찰에게 새로 생긴 ‘112 출동 수당’입니다. 이 수당은 야간 근무를 할 때 112 신고를 받고 주요 범죄 사건을 처리하기 위해 출동하면 건당 3천 원을 지급한다는 겁니다. 야간 근무는 밤 10시부터 다음날 새벽 6시까지 밤을 꼬박 새는 근무입니다.

그런데 막상 책정된 예산을 보니 고개가 갸우뚱 해집니다. 이 수당에 책정된 예산은 약 20억 원 정돕니다. 건당 3천 원을 기준으로 약 66만 회의 출동 건수에 대해 수당을 지급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그런데 지난 한 해 동안, 밤10시에서 다음 날 새벽 6시 사이 112 신고 출동 건수는 4백 만 건이 넘습니다. 만약 올해도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한다면, 6개월이면 예산은 바닥이 난다고 예측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112 신고 출동은 경찰 한 명이 나가는 게 아닙니다. 기본적으로 경찰 2명이 한 조로 함께 출동하고, 사건이 위중할 경우에는 경찰서 야간 당직팀 자체가 출동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 올해 책정된 예산으로 3개월, 적게는 1~2개월도 못 버틸 수도 있습니다. 약 20억 원 이라는 예산이 들어가는 정책인데 과연 효율성이 있는 지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그래서인지 정부는 ‘주요 사건을 처리하기 위한 출동’이라는 모호한 전제를 달았습니다. 강도나 강간과 같은 범죄 출동은 중요한 업무이고, 교통사고 처리와 같은 대민 업무는 중요한 업무가 아닐까요. 누구는 밤새 10번 출동하고 0원, 누구는 1번 출동하고 3천 원을 받는다면 형평성 논란은 없을까요. 경찰 내부도 일단 새로운 수당이 생겨서 좋기는 하지만, 지급 기준을 마련하느라 고민에 빠져 있습니다.
● "일단 발을 담그는 게 중요하죠."

예산 업무를 오래 담당했던 한 공무원이 예산 확보를 하는 과정에서 ‘발을 담근다’는 표현이 있다는 이야기를 전했습니다. 어느 부처든 예산을 따내기가 워낙 어렵다보니, 일단 단 1원이라도 해당 사업의 예산을 확보하는 게 큰 의미가 있다는 겁니다. 그런 의미에서 경찰에게 112 신고 수당 신설은 큰 의미가 있습니다. 예산이라는 게 항상 부족한 만큼 이정도 수준이면 나쁘지 않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그리고 지급 기준만 확실하게 설정해 놓으면 올해 인건비라는 큰 틀 속에서 융통성 있게 해당 수당을 추가로 지급할 수도 있다고 설명합니다.

● 경위와 일반직 6급은 동급, 그런데 기본급은?

충분히 의미 있다고는 하지만, 아쉬운 건 있습니다. 언급했듯 예산 집행의 효율성입니다. 그리고 경찰 공무원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한 조치라는 측면에서 더욱 그렇습니다. 지난 해 기준으로 경위는 같은 대우를 받은 일반직 6급보다 기본급이 2.6% 낮습니다.

경위는 현장을 뛰는 실무 계급으로 경찰 10명 중 4명은 경위입니다. 경찰 중 상당부분이 이런 처우를 받고 있다는 이야깁니다. 그것도 현장에서 가장 고생하고 있는 계급들이 놓인 현실이 이렇습니다. 그래서 처우 개선의 목소리도 나오는 겁니다.

외국과 비교해 봐도 한 눈에 차이가 보입니다. 일본 경찰의 기본급은 일반 공무원 보다 평균적으로 5.6% 높습니다. 미국도 일반 공무원보다 더 많이 받습니다. 미국 연방경찰의 경우, 우리의 경위와 같은 실무 계급은 연방 일반직 공무원에 비해 기본급이 최소 3%에서 최대 20%까지 높습니다. 프랑스도 동일 직종인 일반 공무원보다 경찰의 기본급이 평균 9.5% 정도 높습니다. (참고 : 경찰보수체계개선 / 한국능률협회 / 2011년) 

● "새로운 수당을 만들어 주면 티 나잖아요"

물론 경찰 공무원이 수당까지 포함하고, 모든 계급의 평균을 따져보면 일반 공무원 보다 총 보수는 더 많기는 합니다. 하지만, 당장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경위 계급의 기본급이 여전히 적다는 건,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처우가 아직은 열악하다는 걸 보여주고 있습니다.

 결국, 이런 처우를 보전하기 위한 정책이라면 가장 열악한 계급에 있는 계층들에게 실질적으로 적용되는 게 가장 효율적인 방법일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기본급이 상대적으로 적은 경위 계급의 기본급을 인상시키는 겁니다. 물론 20억 원의 한정된 재원으로 기본급을 올린다면 인상률은 매우 미미할 겁니다. 한 공무원은 이렇게 평가했습니다. “기본급을 조금 올려주면 티가 안 나지만, 새로운 수당을 만들어 주면 티가 나잖아요!” 물론 사견이지만 저도 모르게 고개가 끄덕여졌습니다.
● 경찰은 인프라 '투자' 필요…경찰도 변해야

경찰을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 않습니다. 우리나라 경찰에는 친일파의 잔재, 독재정권의 하수인, 시민을 억압하는 존재, 비리 집단 등의 이미지가 강하게 남아 있는 게 현실입니다. 그렇기에 경찰들에게 새로운 수당이 생긴 것, 내가 내는 세금으로 그들에게 더 많은 보수를 주자는 이야기가 그리 반갑지 않을 수 있습니다.

기자 생활 초년병 시절은 주로 경찰을 취재합니다. 경찰서를 돌며 각종 사건사고를 챙기는 것부터 취재를 시작합니다. 적지 않은 시간 가까이에서 경찰들을 봤습니다. 물론 자질이 부족한 경찰도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만난 대부분의 경찰들은 친일파의 잔재도, 독재정권의 하수인도, 시민을 억압하는 존재도, 비리의 온상도 아니었습니다. 그냥 누군가의 아버지였고, 누군가의 아들이었고, 누군가의 남편인 평범한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의 몸을 던져 시민을 지키고자 하는 최소한의 직업의식이 있는 사람들이었습니다.

경찰은 사회 인프라이기도 합니다. 사회를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인프라는 경제성보다 공공성이 강조됩니다. 철도나 다리, 도로, 항만, 공항과 같은 인프라는 투자가 필요합니다. 일반적인 투자가 이윤 창출이 주된 목적이라면 인프라에 대한 투자는 공익을 위한 목적이 강합니다. 경찰도 ‘사회 안정’을 위해 사회구성원들이 투자를 해야 하는 인프라의 하나입니다.

어차피 해야 하는 투자라면 목적을 제대로 살릴 수 있어야겠습니다. 비리가 가득하고 자질이 부족한 경찰들에게 내가 내는 세금을 내는 건 정말 아까운 일입니다. 반면 믿을 수 있는 고마운 경찰들에게 주는 세금은 아깝지 않습니다. 믿을 수 있고 고마운 경찰이 되려면 우수한 인재가 경찰 조직에 많아야 합니다.

그리고 경찰에서 근무하고 있는 조직원들이 생활의 안정을 찾아야 합니다. 그리고 유혹이 많은 만큼 흔들리지 않을 수 있는 보상이 필요합니다. 그러면 경찰은 자신의 역할에 충실할 수 있을 겁니다. 그래서 경찰에 대한 처우 개선이 필요합니다. 원하는 것을 얻으려면 투자를 해야 합니다.

정부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매년 경찰에 대한 처우개선을 위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 연장선상에서 이번 수당도 등장했지만, 아쉬움은 남습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예산의 효율성에 대한 아쉬움입니다. 올해 시행하고 나면 분명 현장의 목소리가 나올 겁니다. 그리고 평가는 나올 겁니다. 아마 돈은 돈대로 쓰고 좋은 평가가 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지금으로서는 높아 보입니다.

경찰도 더 나은 처우를 바라기에 앞서 지금보다 나아지기 바랍니다. 여전히 경찰 서비스에 대한 만족도는 낮습니다. 특히, 국민들은 국민의 입장이 아닌 권력의 입장에 서있어 보이는 경찰들의 처우 개선에 절대 동의하지 않을 겁니다.

공권력을 국민을 위해 사용하는 진정한 의미의 ‘민중의 지팡이’인 경찰, 그리고 스스로 경찰임을 자랑스러워하는 조직원, 그리고 그런 경찰들에게 고마움을 느끼는 국민, 이 이상적인 모습을 올해 초 꿈꿔봅니다. 경찰의 처우 개선은 꿈만 같은 이 이상의 실현을 위한 국민들의 ‘배려’일 겁니다.   

(사진=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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