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에 손톱만한 주머니가 생겼다가 자연히 없어지는 경우도 있고, 잘라내서 쉽게 치료할 수 있는 작은 림프관종도 있다. 한쪽 다리만 엄청나게 굵어지거나 혈관이 울룩불룩 튀어나와 치료가 어려운 환자도 종종 있다.
민하는 가장 안타까운 케이스다. 치료하기 까다롭고, 가장 눈에 띄는 부위인 얼굴에 림프관종이 자리를 잡았다. 의료진의 표현을 빌면 “얼굴에 림프관종 여러 개가 포도송이처럼 자라” 얼굴이 심하게 부풀어 올랐고, 식도와 기도까지 눌릴 정도다. 아이는 숨을 쉴 때마다 "쌕쌕" 소리를 낸다.
주치의인 서울아산병원 김대연 소아외과 교수의 소개로 민하와 민하의 어머니를 처음 만난 순간, 한 눈에 봐도 많이 힘들어하는 아이에 대한 안쓰러움과 함께, (부끄럽지만) 인터뷰가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퍼뜩 들었다. 사소한 질환이라도 알리고 싶어하지 않는 것이 인지상정인데, 하물며 내 아이가 아픈 모습을 방송에 내보내겠다는 부모는 많지 않다.
같은 질환으로 고통 받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설득해도, 대부분은 거절하고, 아주 드물게 몇몇 분만 모자이크 처리를 전제로 취재에 응한다. 그 심정을 충분히 이해하기에, 민하 어머니도 취재를 사양하거나 모자이크를 요청할 것이라고 지레짐작했다. 그런데 20대 중반인 이 젊은 어머니는 예상을 깨고 담담하게 말했다. 민하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촬영해도 되고, 인터뷰에도 응하겠다고.
"아이가 얼굴이 많이 부었잖아요. 많이 부어서 사람들이 쳐다보고 시선이 안 좋아요. 같은 아기인데도 그 아기가 민아 보고 울고 이상하다고 그러고. 한 번은 6인실을 썼는데, 민하가 사람들 눈치를 봐서 침대 밖으로 안 나가는 거예요. 그래서 안 되겠다 싶어서 1인실을 쓰는 거예요."
"민하는 또래 친구들 보면 놀고 싶어하는데, 애들이 민하 보면 도망가요, 얼굴 이상하다고."
"다른 분들은 림프관종이 안 보이는 데 많이 있더라고요. 근데 민하는 얼굴에 있다 보니까, 더 많이 아픈 아기가 아니라 이상한 아기라고 하세요. 어떡해요, 아픈 건데."
민하 어머니가 뉴스를 통해 말하고 싶었던 것은 그저 민하는 이상한 아이가 아니라, 아픈 아이일 뿐이라는 것이다. 다른 아이들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으로 민하를 봐달라는 거다. 민하의 사연이 나간 뒤, SBS 뉴스 사이트에 달린 댓글을 보면 사람들의 편견이 얼마나 무서운 무기가 될 수 있는지 짐작할 수 있다.
"민하 가족에게 비싼 치료비보다 더 무서운 게 사람들 시선입니다. 태어나서 첫 여행에서 지역 상인 때문에 마음 상해 돌아오고. 단지 병 때문에 얼굴이 부어 있을 뿐인데. 따뜻한 말 한마디는 바라지도 않습니다. 그냥 뒤에서 쑥덕거리지만 않아도 감사할 뿐입니다. 제 눈엔 항상 이쁜 조카라."
채진이 어머니도 이 희소한 질병을 알려 사람들의 편견을 없애고, 나아가 층판상 어린선이라는 질병에 대해 관심을 가져주길 바라는 마음에서 방송 출연을 택한 것이다.
질병과 싸우기에도 벅찬 이들에게 치료비로 인한 경제적 부담은 물론이고, 편견이라는 또 다른 부담을 지우지 않는 것이 우리 사회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배려가 아닐까. 민하와 채진이가 빨리 완치되는 것 못지 않게, 좋은 친구들과 따뜻한 이웃을 만나 존중 받고 사랑 받으며 행복한 아이로 자라길 바라고 또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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