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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우여곡절 끝 변호사 시험 시행… 갈등 불씨는 ‘여전’

 어제 오전 전국 6개 고사장에서 제5회 변호사 시험이 일제히 시행됐다. 흐린 날씨 탓이었는지 고사장 앞에는 무언가 가라앉은, 하지만 어수선한 분위기가 내려 앉아 있었다. ‘인생의 큰 시험’이라는 생각에, 대학수학능력시험장 앞 분위기를 막연하게 머릿속으로 그렸던 나로서는 조금은 예상치 못했던 분위기였다. 로스쿨 재학생들이 준비한 ‘로스쿨 제도 정상화를 꼭 이루겠다’는 현수막, ‘사시 폐지 유예는 사법개혁 포기’라는 문구가 적힌 손수건이 수험생들을 맞이했다.
어제 오전, 전국 6개 고사장에서 제5회 변호사시험이 일제히 시행돼

 파행을 빚지는 않을까 우려가 컸던 탓인지, 어제 시험 고사장 앞에는 많은 취재진이 몰렸다. 지난 달 3일 법무부의 사법시험 폐지 유예 입장 발표 이후 로스쿨 학생들이 학사일정과 함께 변호사 시험 거부를 선언했기 때문이다. 전국법학전문대학원학생협의회(법학협)가 시험 등록 취소 위임장을 모으기 시작했고 여기에 2천 명 가까운 학생들이 동참했다.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들도 힘을 보탰다. 법무부가 주관하는 모든 업무에 협조하지 않기로 결의한 것이다. 변호사 시험과 사법시험 출제 업무도 여기에 포함됐다.

 사법시험 존치를 위한 고시생 모임과 대한법학교수회 등 사법시험 존치 찬성 측도 공세에 나섰다. 사시 폐지 유예에 반대하는 로스쿨생과 로스쿨 교수들에 대한 비판이 줄을 이었다. 기자회견, 1인 시위, 삭발식까지. 양측의 집단행동이 한동안 반복됐다.

 법무부 발표 1주일 뒤, 대법원이 입장을 내놨다. 사회적 혼란이 가중되고 있는 점에 우려를 표한다며, 협의체 구성을 제안한 것이다. 국회, 대법원, 정부 관계부처 등 관련 국가기관이 참여하는 협의체를 만들어, 사시 존치 여부와 로스쿨 제도 개선 등 법조인 양성제도 관련 현안을 논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었다.

 법무부의 사시 폐지 유예 발표 당일 어떤 사전 설명도 없었다며 우회적으로 불쾌감을 드러낸 뒤 나온 대법원의 첫 공식 입장이었다. 법무부는 대법원의 의견을 존중하며 협의체가 꾸려지면 참여하겠다고 밝혔고, 로스쿨 교수들은 이 협의체 구성안이 ‘의미 있는 진전’이라며 법무부 업무에 협력하겠다고 입장을 바꿨다. 집단 자퇴서를 제출하는 등 반발하고 있는 학생들에게는 협의체에서 합리적인 논의가 진행될 것으로 믿고 학업에 복귀할 것, 그리고 변호사 시험에 응시할 것을 권했다. 이미 변호사 시험 응시를 거부하기로 하고 응시 취소 위임장을 모으고 있던 학생들 사이에선 입장을 선회한 교수들에게 배신감을 느낀다는 얘기도 터져 나왔다.

 결국 위임장을 냈던 응시 예정자 가운데 절반 이상이 위임장을 철회했다. 사태를 위해 꾸려졌던 법학협 내 비상대책위원회는 더 이상 변호사 시험 거부와 관련한 절차를 단체로 진행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10여 일이 흐른 어제, 변시는 정상적으로 치러졌다.

 전체 응시 예정자 3천 115명 가운데 2천 864명이 시험에 응시해 전체 응시율은 91.9%를 기록했다. 지난 4회 시험 때인 94.7%나 3회 94.2%보다는 다소 낮았지만 시험 파행 사태가 빚어지진 않았다. 어제 새벽 0시까지 응시접수를 취소한 사람이 226명, 당일 시험장에 나오지 않은 결시 인원이 25명이었다. 응시 취소 사유로 ‘사법개혁’이나 ‘로스쿨 개혁’ 등을 적은 사람은 19명이었다.
변호사시험에 응시하려는 수험생들이 자신의 수험번호를 확인하고 고사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집단행동이 거듭되며 격렬하게 치닫던 갈등이 잠시 수그러든 듯하지만, 불씨는 여전하다. 양측 주장은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고, 사시 폐지 유예를 가능하게 하는 변호사 시험법 개정안들은 국회에 그대로 머물러 있다. 지난 달 3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에서는 법사위 내에 자문기구를 구성하기로 결정했다. 변호사시험법 개정 검토뿐 아니라 법조인 양성시스템에 대한 전반적인 논의를 하기 위한 기구인데, 그동안 언급됐던 ‘협의체’가 꾸려진 모양새다.

 하지만 결정된 건 이 ‘자문기구를 꾸리기로 했다’는 것뿐이다. 이 자문기구가 어떤 사람들로 구성될지, 어떤 방식으로 운영될지, 무엇까지를 논의할지 정해진 건 아직 없다. 법사위 위원장과 양당 간사 위원이 구체적인 논의를 위해 일단 권한을 위임받은 상태다. 몇 달 남지 않은 총선을 앞두고 국회가 해당 개정안을 통과시킬지, 혹은 19대 국회 임기 만료로 해당 법안들이 자동 폐기되는 수순을 밟게 될지 향후 전망은 안갯속에 놓여 있다.

 하지만 하나. ‘제대로 된 법률 서비스를 제공할, 실력이 있으면서 도덕적으로도 훌륭한 법률가를 양성하는 데 어떤 것이 좋을지 여러 가지 전후 프로그램까지 법무부와 대법원 등 관련 기관에서 고민을 했으면 좋겠다.’ 자문기구를 꾸리기로 결정한 날, 이상민 법사위원장이 한 말이다. 어쩌면 당연한 듯한 이 말을 하기까지 우리가 굉장히 먼 길을 돌아왔다는 건,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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