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 한 번 팽~ 풀고 버리는 휴지, 어떤 제품 사용하시나요? 굳이 브랜드 제품 쓸 필요가 있을까요. 하나의 브랜드가 탄생하기 위해서는 판촉 비용에서부터 그럴듯한 디자인, 포장 과정 등 상당한 투자가 필요합니다. 이 과정에서 가격에 다소 거품이 끼지만, 소비자들은 그렇게 쌓인 브랜드에 대한 믿음으로 별다른 의심없이 구매를 하게 되죠. 고객의 충성도를 높이려는 브랜드의 노력은 지금 이 순간에도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3-4년 사이에 충성스러웠던 고객들의 이탈이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양은 많지만, 그저 그런 싸구려로 인식되던 PB 제품이 품질을 바탕으로 저가 공략에 나서면서 벌어진 일입니다.
실제로 한 대형마트에 가서 카트 2개를 준비한 뒤, 화장지 30롤과 미용티슈 12개 묶음, 지퍼백, 우유 1천ml를 담아봤습니다. 한 쪽 카트에는 잘 알려진 브랜드 제품을 담았고, 다른 하나에는 PB제품만 택했습니다. 먹는 제품이야 먹어봐야 품질을 따져볼 수 있고, PB제품군 안에서도 '프리미엄' 로고가 붙으면 수 천원씩 차이가 났기 때문에 가급적 공산품으로, 같은 규격의 제품을 선정한 겁니다.
그러면, 이렇게 깐깐하게 따져서 아끼고만 사느냐. 이준영 상명대 소비자주거학과 교수의 의견을 물어봤습니다. 어려운 얘기는 뒤로 남겨두고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아니다. 쓰고 싶은 분야, 써야 할 곳에는 돈을 아끼지 않는다"였습니다.
구조조정이라는 것이 기업에서 뿐 아니라, 소비 분야에서도 일어나고 있습니다. 거품을 걷어내는 소비가 확산되고 있지만, 아끼는 소비는 생필품 분야에 집중되고, 여가 생활 등 삶의 만족도를 높이는 부문에서는 허리띠를 졸라매는 경향이 오히려 약화되고 있는 겁니다.
소비자들의 정보력이 강해진만큼, 선택 과정이 더 복잡해지고, 심지어 귀찮아지는 경향마저 있지만 소비자들은 현명하게 움직일 겁니다. 이 과정에서 기존의 기업들은, 브랜드들은 어떤 선택을 하게 될지, 또 새로운 시장을 개척한 유통업계는 또 어디에 집중하게 될 지, 궁금증이 남습니다. 남은 궁금증은 올 한 해가 또 저물때쯤 다시 되돌아보며 풀어보기로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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