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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2016년 IS 기상도는?

[월드리포트] 2016년 IS 기상도는?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이슬람 수니파 무장세력 IS의 격퇴전이 힘을 내고 있습니다. 이라크 정부군은 수도 바그다드 옆 라마디를 탈환했습니다. 시리아에선 쿠르드족이 IS의 수도격인 락까 인근의 티쉬린 댐을 점령했습니다. IS는 올해 점령지의 14%를 잃었다고 합니다.

그럼 2016년엔 IS가 사라질까요? IS와 전쟁은 어떻게 될까요? 2015년 지구촌을 몸서리치게 했던 IS의 테러 위협은 줄어들까요? 신년 기획을 준비하다 이런 저런 자료도 뒤지고 전문가의 말도 듣고 했더니 이 참에 2016년 IS 기상도를 정리해 보고 갈 필요성이 생겨 글을 씁니다. (이미 많은 전문가와 지면. 방송을 통해 알려진 것과 크게 다르진 않을 겁니다.)

● 이라크 - '서서히 구름 걷힘'

이라크는 시간이 갈수록 팀워크가 짜여지는 느낌입니다. 격퇴전에 나선 선수들도 자신의 역할을 인지하면서 경기 흐름을 읽어가는 분위깁니다. 연말에 되찾은 라마디 전투가 그렇습니다. 라마디는 안바르 주의 주도(도청 소재지)입니다. 안바르 주는 IS에 대거 가담한 수니파의 근거집니다. 지난 3월 티크리트 탈환 때 시아파 민병대가 수니파 주민에 저지른 행각 때문에 반발이 심했는데 이번엔 시아파 민병대를 제외하고 이라크 정부군이 단독으로 지상전을 수행했습니다.

모술에서 도주할 때나 라마디를 내줄 때 '오합지졸'이란 오명을 안던 이라크 정부군은 이번에 달라진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미군이 그 동안 공들여 훈련시킨 덕도 있겠지만 IS에게 기습 펀치를 얻어맞은 충격에서 벗어나 비로소 전열을 가다듬은 분위깁니다. 미군은 7월부터 800차례의 공습으로 라마디 탈환을 지원했습니다.

미군이 공중에서 때려주면 이라크 군이 지상에서 마무리하는 ‘오바마식 전략’이 처음으로 성과를 낸 전투입니다. (국립외교원의 인남식 교수는 오바마 미 대통령이 IS를 ‘암’에 비유한 걸 빗대서 항암치료(공습)과 수술(지상전)이 조화를 이뤄야 IS를 궤멸할 수 있다고 했는데 정말 절묘한 비유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라마디 탈환작전이 항암치료와 수술이 잘 맞아 떨어진 경우죠.)
이라크는 다음 목표로 IS의 이라크내 최대 거점인 모술을 지목했습니다. 이라크 알 아바디 총리는 2015년은 탈환의 해였다면 2016년은 승리의 해라고 자신했습니다. 모술은 라마디의 4~5배는 큰 도십니다. 과정은 쉽지 않겠지만 지금 같은 팀워크라면 2016년에 탈환하는 건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라크 정부군이 중심을 잡고 쿠르드족의 페쉬메르가가 측면에서 지원하고 미군이 주도하는 국제동맹군이 공중에서 때려준다면 어렵지 않아 보입니다.

IS는 이라크를 40%까지 점령했다가 이제 20%로 좁아진 상태입니다. 모술까지 빼앗기면 이라크내에선 큰 힘을 쓰지 못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미 시리아와 이라크의 보급로인 신자르도 빼앗긴 터라 고립화는 가속화 될 것 같습니다.)

● 시리아 – 예측불허, '시베리아 북풍'이 변수

시리아에선 쿠르드족을 중심으로 성과가 하나 둘 나타나고는 있습니다. 쿠르드족은 시리아의 보급선인 터키 국경 알 아바야를 점령했고, 시리아와 이라크의 보급선인 신자르도 되찾아왔습니다. 여기에 IS의 수도격인 락까에서 22킬로미터 떨어진 티쉬림 댐도 점령했습니다. 티쉬린 댐은 시리아 북부의 전기와 식수를 공급하는 곳입니다. 그야말로 락까의 목줄을 쥔 셈입니다.

문제는 정부군이 중심을 잡고 통일된 작전을 수행하는 이라크와 달리 시리아는 선수들이 제각각 동상이몽을 꾸며 각자 움직이고 있다는 겁니다. 시리아 정부군, 수십 개의 반군 조직에, 알 카에다의 알 누스라 전선, 쿠르드족까지 각자 생각도 행동도 제멋대로고 심지어 서로에게 총구를 겨누기도 합니다.

2016년 시리아의 기상도는 과연 IS 격퇴에 모두가 힘을 모으게 할 통일된 주체를 만들어낼 수 있느냐에 달렸습니다. 희망적인 건 일단 내년 1월 25일 시리아 정부군과 반군연합이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습니다. 정부군과 반군이 휴전을 맺은 뒤 과도정부를 구성해 새 헌법을 마련하고 국민의 손으로 새 지도자를 뽑자는 게 국제사회의 해법입니다. 이렇게만 된다면 IS 격퇴전은 힘이 집중되면서 시리아도 '맑음'이 되겠죠.
시리아 내전 종식의 열쇠는 알 아사드 대통령의 거취에 달려있습니다.
문제는 대를 이어 시리아를 지배하고 정권을 지키기 위해 IS의 7배나 많이 자기 국민을 학살하는 알 아사드 대통령이 자기 권력을 순순히 내놓겠냐 입니다.

열쇠는 러시아가 쥐고 있습니다. 러시아는 아사드를 지켜주겠다며 IS뿐 아니라 미군이 지원하는 반군도 다 때려잡고 있습니다. 사실 러시아의 공습이 득인지 실인지 구분도 안 됩니다. 이런 러시아가 "그래, 우리는 시리아에서 친러 정권만 유지하면 돼. 아사드 가문의 안전과 재산만 보호해준다는 합의만 있으면 정권교체 가능" 이라고 하면 만사형통일 텐데, 현재 분위기는 난망입니다.

러시아 푸틴 대통령은 2017년에 치러질 차기 시리아 대선에 알 아사드가 참여할 수 있다고 뜻을 굽히지 않고 있습니다. 과연 국제사회가 러시아를 설득할 수 있느냐가 관건인데 현재로선 미국조차 시리아 평화협상을 진척시키기 위해 알 아사드 퇴진을 포기했다는 이야기도 흘러 나옵니다.

2016년 시리아 상황이 나아질 가능성은 20%도 안 된다고 보는 전문가도 있습니다.

● 북아프리카. 중동 – '더욱 흐려짐'

리비아가 아주 안 좋습니다. 중심을 잡을 정부가 없습니다. 아니 있긴 한데 이슬람 정부에 쫓겨나서 멀리 동부에서 형식만 갖추고 있습니다. 무정부 상태에 무장세력만 수백 개가 난립하고 있습니다. 이 틈을 IS가 비집고 들어와 북부의 노른자위 땅을 집어삼키고 있습니다. 북부를 차지하는 건 막대한 원유를 손에 쥐는 거나 다름없습니다. 본거지에서 위축된 IS에게 리비아는 기회의 땅인 셈입니다. 오죽하면 추종자들에게 리비아로 들어가라 하고, 리비아 곳곳에 훈련소를 세우고 있겠습니까?

IS가 리비아를 먹으면 북아프리카는 물론 지중해 건너 유럽도 안심할 수 없습니다. 시리아.이라크에 비견될 큰 혼란이 일어날 겁니다. 더구나 제가 사는 이집트는 왼쪽에 리비아, 오른쪽에 시나이 반도 사이에 끼어서 IS의 양면 공격을 받게 될 겁니다. 이집트는 이슬람 극단주의의 고향 같은 곳입니다. 가뜩이나 무슬림형제단을 박해하는 군사정권에 불만을 품은 극단주의자들이 함께 들고 일어날 지 모릅니다.
희망적인 건 국제사회에서 인정받는 리비아 토브룩의 과도정부 의회와 이슬람계 무장단체 '파즈르(여명) 리비아'가 통합 정부 구성을 위해 합의를 했다는 겁니다. 양측은 휴전과 함께 트리폴리에 과도 정부를 세우고 2년 안에 선거를 통합 새 정부를 구성하기로 했습니다.

이게 왜 중요하냐면 IS 격퇴를 위한 국제사회의 리비아 개입이 가능해지기 때문입니다. 국제법상 타국의 군사개입은 해당국의 요청이나 국제기구의 승인이 있어야 가능합니다. 지금까지 리비아에서 IS가 활개치고 있지만 미국 등 서방은 개입 명분이 없다는 이유로 군사행동에 나서지 못하고 있습니다.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지만 리비아는 절대로 IS에 넘어가면 안 되는 나랍니다. 원유도 문제지만 IS와 싸울 주체도 없는 상황에서는 더더욱 안됩니다.

● 아시아 – '맑지만 서서히 구름'

아프가니스탄 쪽을 빼고는 한국과 일본, 중국은 나름 IS 청정지역이었습니다. 우리나라도 지난 1월 김군이 시리아로 건너간 이후에나 IS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요. 그런데 최근 우리와 멀지 않은 동남아시아에서 불길한 소식이 들려오고 있습니다.

IS가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 필리핀의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을 규합해 새로운 지부 설립을 추진한다는 내용입니다. 이와 함께 필리핀 남부의 민다나오 섬의 정글에서 유격훈련을 하는 IS조직원의 동영상이 공개되기도 했습니다.

필리핀에서는 정부 전복을 노리는 이슬람 반군의 일부가 이미 IS에 충성맹세를 했고 IS 조직원들이 직접 파견돼 무장활동을 전개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아직은 최대 반군 조직까지 넘어간 건 아니지만, 충분히 위협이 확장되는 상황입니다. IS 세력 벨트가 북아프리카와 중동, 아프간을 넘어 동남아시아까지 동서로 확장되는 모양새입니다.
정글에서 훈련중인 IS 조직원, 필리핀 민다나오섬
● 지구촌 – 구름 사이 햇살 반짝, '천둥·번개 주의'

IS의 본거지인 시리아와 이라크에서 IS가 위축되고 있는 건 분명한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IS라는 발암물질을 가득 실은 태풍이 소멸되는 것이냐 하면 그렇지 않습니다. IS의 가장 큰 무기는 ‘사상’입니다. 사상은 국경을 뛰어넘습니다. 결국 태풍의 눈은 작아질지 언정 전 세계 곳곳에 이슬람 극단주의 사상에 물든 크고 작은 돌풍이 여전히 지구촌을 위협할 것입니다.

IS가 수세에 몰릴수록 건재를 과시하기 위해 추종 세력을 부추기거나 연계해 극단적인 테러전을 펼칠 가능성은 더 커지고 있습니다. 국립외교원의 인남식 교수는 IS가 시리아와 이라크를 중심으로 원을 그리듯 암처럼 곳곳에 전이되는 상황이라고 표현합니다.

그러면서 ‘풍선효과’를 제시합니다. 이미 리비아와 아프가니스탄이 가장 큰 위협이 되고 있다는 겁니다. 이어서 아랍과 동남아로 번지고 있고 나아가 유럽과 비이슬람 지역의 무슬림 공동체까지 스며들고 있다고 말합니다.

극단주의 정서라 자극을 받으면 언제 파리테러와 같은 악몽이 재현될 지 모르는 상황입니다. 새해를 맞은 지구촌 곳곳이 높은 수위의 테러 경계에 돌입한 상탭니다. 벨기에와 터키에선 테러를 모의하던 IS 조직원들이 체포되기도 했습니다.

인남식 교수의 표현을 빌리자면 ‘IS의 본거지는 위축되지만 지구촌의 테러 위협은 증가하는 역설 위기’라는 게  전문가들이 바라보는 2016년 IS의 기상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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