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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최종적, 불가역적' 합의…위안부 문제가 북핵 문제?

[월드리포트] '최종적, 불가역적' 합의…위안부 문제가 북핵 문제?
● 버지니아의 나비상
 
워싱턴 DC에서 서쪽으로 40분 정도 고속도로를 달리면 버지니아주 페어팩스 카운티 청사가 나온다. 위안부 기림비가 세워진 곳이다. 푸른 나비 모양의 벤치와 함께 나지막한 비석이 서 있다. 지난 해 5월 14일의 일이다. 관공서 마당에 위안부 기림비라니.. 미국 사회가, 정부가, 자치단체가 위안부 문제에 얼마나 공감하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지난 3년 워싱턴 특파원으로 재직하는 동안 미국에서 보는 '한일 관계' = '위안부 문제'였다. 독도를 둘러싼 영토 주권의 문제와 동해 이름 되찾기 등 어느 하나 가벼운 것은 없었지만 위안부 문제만큼은 저 깊은 심연의 문제였다. 미국 조야가 공감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백악관에 오겠다하면 미국 의원들이 먼저 움직였다. 하원이 나서고 뒤질세라 상원도 뛰었다. 전시 여성인권 유린이라는 일본 제국주의의 만행을 규탄하고 사죄를 촉구하는 성명을 냈다.
 
2013년에도 그랬고 올해도 그랬다. 위안부 문제 해결에 앞장선 마이크 혼다 의원의 얼굴이 선하다. 워싱턴을 방문한 위안부 할머니와 오누이처럼 나란히 앉아있던 모습이. 의원들은 위안부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서한을 오바마 대통령에게 보냈다. 아베 총리가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을 인정한 고노 담화를 검증하겠다고 나서자 사사에 겐이치로 주미 일본 대사에게 연명서한을 보내 맞섰다.
 
지난 해 한국을 방문한 오바마 대통령은 기자회견장에서 솔직한 생각을 드러냈다. 위안부 문제를 묻는 질문에 "끔찍하고 극악무도한 인권침해"라고 답했다. 참모들이 써줬을 서면 인터뷰의 톤과는 확연히 달랐다.
 
그리고 2015년 올해 미국은 2차 세계대전 종전 70주년의 해로서 전쟁의 유제들을 정리하고 싶어했다. 식민의 흔적이 뚜렷한 한국과 일본의 관계에선 ‘화해(reconciliation)’와 ‘치유(healing)’가 키워드였다. 아베 총리의 방미를 계기로 진전을 원했고 상당한 압박을 가한 것도 사실이다.
 
아베 총리는 오바마 대통령 옆에 서서는 기존 입장보다 조금은 달라진 언급을 내놓기도 했다. 아무튼 한일 간 줄다리기가 이어져 위안부 문제 해결에 일단락을 짓자고 합의했는데 여기에는 미국의 역할이 작지 않았을 것이다.
● 미국 정부 ‘대환영’…혼다 의원 "환영하지만…"
 
서울과 도쿄가 바쁜 동안 워싱턴 외교가도 분주히 움직였다. 합의 직후 미 행정부의 고위 당국자가 한국과 일본 취재진을 상대로 전화 회견을 자청했다. 이어서 백악관의 환영 성명이 나왔다. 수전 라이스 백악관 국가안보 보좌관 명의였다. 국가안보 보좌관은 대통령의 핵심 참모로 라이스 자신의 이름으로 성명을 내는 일은 드물다.
 
오바마 대통령은 하와이에서 가족들과 2주간 긴 휴가를 보내고 있는데, 대통령이 이 사안을 보고 받고 환영 입장을 재가했다는 의미다.
 
라이스 보좌관은 한일 두 나라가 합의에 이른 것을 축하한다면서 2차대전 중 비극적인 위안부 문제를 '최종적으로(finally) 그리고 불가역적으로(irreversibly)' 해결하고자 한데 주목했다. 이번 합의와 함께 완전한 이행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국제사회가 환영할 '치유와 화해의 중요한 제스처(몸짓, 행동)'라고 평가했다. 라이스는 상호 이익과 공유된 가치를 바탕으로 지역과 글로벌 문제들을 해결해 나가고 삼각 안보협력을 증진하자고 매듭지었다.
 
직후 국무부도 존 케리 국무장관 명의의 환영 성명을 냈다. 케리는 바쁜 중동 외교 일정 틈에 잠시 휴가 중이었다. '위안부'라는 민감한 역사 유산에 관한 합의에 도달했다면서 역시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으로 해결할 것임에 주목했다. 한일 두 나라 정상에게 찬사를 보내면서 국제사회에 이번 합의를 지지할 것을 촉구했다. 경제적 유대와 안보협력 증진을 포함해 지역과 글로벌 현안에 두 나라가 협력해 나가기를 기대했다. 국무부는 정례 브리핑 첫머리에서 위안부 문제를 언급했다. 
위안부 문제 해결에 발 벗고 뛰어온 마이크 혼다 하원의원과 또 2007년 미 의회의 위안부 결의안 채택 때 의사봉을 잡았던 낸시 펠로시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 등 여러 의원들이 환영 성명을 냈다. 혼다 의원은 “완벽과는 거리가 멀다”면서도 “진정 역사적인 이정표”라고 평가 했다. 그러나, 일본이 더 이상 역사 왜곡을 하지 않겠다는 약속이 빠져있고, 아베 총리의 사과가 일본 내각의 공식 사과가 아니라며 실망감을 나타냈다. ( ▶ 마이크 혼다 하원의원의 환영성명 보러가기)
  
● "최종적, 불가역적"…위안부 문제의 CVID?
 
미 행정부의 성명들은 끝에서 안보협력 특히 한미일 3각 안보협력을 강조했다. 위안부 문제를 보는 미국 정부의 속내를 드러낸 것이리라. 물론 위안부 문제가 보편적 인권의 문제라는데 미국 정부에서도 이론은 없다. 오바마 대통령도 그랬고, 국무부 대변인들도 관련 질문이 나올 때면 강도 높은 표현을 동원해 비판했다.
 
또 하나는 과거사 문제 해결이 한일간, 한미일 3국간 안보 협력의 필요 조건일 수밖에 없다는 현실적, 경험적 인식이다. 그 중심에 위안부 문제가 자리하고 있다. 오바마 행정부는 아시아 재균형 (Asia Rebalance) 전략을 추진하면서 일본의 재무장과 한미일 3각 안보협력의 구현을 중요한 축으로 보고 있는데, 과거사 특히 위안부 문제로 두 동맹국이 삐걱거리는데 좌절감을 토로해 왔다.
 
위안부 문제를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으로 해결한다 했으니 앞으로 한미일 안보 협력에 속도를 내자는 뜻이다. 올해 미국은 일본과 방위협력 지침을 개정하고 동맹을 한 단계 격상시키면서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용인했다. 우리나라도 '한국 정부 동의 없이 자위대의 한반도 진출은 없다'는 조건으로 사실상 이를 추인했다.
 
곧 새로 밝을 2016년 한 해 미국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맞서, 또 중국의 팽창을 견제하는 차원에서 한일간, 한미일간 3각 안보 협력을 밀어 붙일 태세다.
 
'최종적이고 불가역적(irreversible)'이라.. 좀처럼 쓰지 않는 말이다. 북핵 문제 해법을 논할 때 쓰던 표현이다. 'CVID' 즉 완전하고 검증가능한 비핵화를 해서 '되돌릴 수 없도록' 해야 한다는 의미다. 워싱턴 정신대 대책위원회의 이정실 회장은 워싱턴 근교 비엔나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거듭 '돌이킬 수 없는'이라는 표현을 써 합의 내용을 비판했는데 바로 와 닿았다.
 
물론 일본 아베 정권에 말을 바꾸지 말라는 의미도 있겠지만, 한국 쪽에서 위안부 문제를 다시는 제기하지 말라는 의미가 더 커 보인다. 위안부 문제의 'CVID' - 그것은 일본 정부의 법적 책임 인정과 사죄, 배상을 요구해 온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 이번 합의를 인정하고 수용할 때에만 가능한 일이다.  

▶ [월드리포트] '불가역적인 해결'의 조건은?
▶ 아베 "'최종적·불가역적' 문구 안들어가면 교섭 중단하라" 지시
▶ "최종적 불가역적 해결"…기시다 "배상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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