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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공정위 "삼성물산 주식 5백만주 매각하라"…순환출자 해소될까?

[취재파일] 공정위 "삼성물산 주식 5백만주 매각하라"…순환출자 해소될까?
지난 9월 미국계 사모펀드인 엘리엇매니지먼트의 반대를 뚫고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합병을 합니다. 통합 삼성물산은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사실상의 지주회사이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오너 일가가 그룹에 대한 지배를 안정적으로 가져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때문에 삼성의 전 그룹이 합병을 성공시키는데 매달렸었죠.
 
그런데 이 합병 뒤에 또 다른 숙제가 등장합니다. 바로 순환출자 문제입니다. 먼저 순환출자에 대해 잠깐 짚어 보겠습니다. 순환출자는 한 그룹 내의 3개 이상의 회사가 ‘A→B→C→A’ 식으로 서로 꼬리를 물듯 출자하는 방식입니다. 우리나라의 대기업들은 순환출자를 많이 해왔습니다.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데다, 새로운 사업에 진출하기도 쉽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총수 일가가 적은 지분으로 그룹 계열사들을 지배하는 수단으로 쓰이고, 또한 무분별하게 사업을 확장하면서 중소기업들이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커집니다. 때문에 정부는 지난 해 7월 신규 순환출자를 금지했습니다. 다만, 기존 순환출자는 건드리지 않았습니다.  
● 공정위 “3개의 순환출자 고리가 강화됐다”
 
삼성그룹도 여러 개의 순환출자 고리로 얽혀있습니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전 삼성그룹의 순환출자 고리는 모두 10개였습니다. 합병 이후 순환출자 고리는 7개로 줄어듭니다. 하지만 공정거래위원회는 ‘7개 고리 가운데 3개 고리가 합병 전보다 순환출자가 강화됐다’고 판단했습니다.
 
공정위가 문제로 삼은 3개 고리는 모두 삼성SDI가 포함된 것들입니다. 삼성SDI는 합병 전 제일모직 주식과 옛 삼성물산의 주식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삼성SDI에서 제일모직을 거쳐 다른 계열사로 이어지는 2개의 순환출자 고리와, 삼성SDI에서 삼성물산을 거쳐 다른 계열사로 이어지는 1개의 고리가 존재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제일모직과 옛 삼성물산이 합쳐졌습니다. 이에 따라 삼성SDI가 보유하던 주식들도 합병 비율에 맞춰 통합 삼성물산 주식으로 교환됐습니다. 사실 보유하고 있었던 것들이기 때문에 삼성SDI 입장에서는 크게 달라진 것은 없습니다. 하지만 삼성SDI에서 제일모직을 거쳐 다른 계열사로 이어지는 2개의 고리에서 보면 삼성물산 주식이 추가가 된 셈이고, 삼성SDI에서 삼성물산을 거쳐 다른 계열사로 이어지는 1개의 고리에는 제일모직 주식이 추가된 셈입니다.
 
공정위는 이처럼 삼성SDI의 통합 삼성물산 지분이 늘어난 것이 순환출자가 강화된 것이고, 신규 순환출자를 금지하는 법에 위반 된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면서 각 순환출자 고리에서 추가로 확보된 지분을 처분하라고 요구했습니다.

각 고리의 순환출자를 해소할 수도 있지만, 모두 삼성SDI에서 통합 삼성물산으로 이어지는 만큼 더 규모가 큰 부분, 즉 제일모직에서 통합 삼성물산 주식으로 전환된 5백만주, 전체의 2.6%에 해당하는 주식을 처분할 것을 권고했습니다. (합병 당시 합병비율은 제일모직 1주당 삼성물산 0.35주였습니다.)
 
이 5백만주를 시가로 따져보면 7천3백억 원에 달합니다. 공정위는 다만, 신규출자가 아니라 합병에 의한 것이기 때문에 6개월의 처분 유예기간을 주기로 했습니다. 지난 9월 1일 통합 삼성물산이 출범했으니 내년 3월 1일까지가 시한입니다. 
● 삼성 “아쉽지만 따르겠다”…오너 일가의 경영권은?
 
삼성그룹 측은 공정위의 결정에 대해 따르겠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아쉽다’는 속내도 감추지 않았습니다. 신규 출자도 아니고 합병으로 인해 늘어난 것인데 공정위가 좀 더 봐줄 수 있었던 것 아니냐는 것입니다.

삼성그룹의 관계자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거나, 강화된 순환출자 고리 가운데 규모가 작은 부분을 해소하는 것으로 예상했는데, 이렇게 결과가 나오니 당황스럽고 아쉽다"고 말했습니다. 또, 7천억 원 어치가 넘는 주식을 두 달 안에 팔아야 하는데 너무 시간이 촉박하다며 공정위에 시한을 연기해 줄 것을 요청하기로 했습니다.
 
그러면 삼성SDI가 통합 삼성물산 주식 5백만주, 2.6%를 팔면 삼성그룹의 지배구조에 영향이 있을까요? 통합 삼성물산은 현재 삼성그룹의 사실상 지주회사의 위치에 있습니다. 통합 삼성물산의 최대주주는 지분 16.4%를 보유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입니다.

아버지 이건희 회장이 2.84%를 가지고 있고, 이재용 부회장의 동생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은 5.47%, 이서현 삼성물산 패션부문장 역시 5.47%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들 주식만 합쳐도 30%가 됩니다. 여기에 다른 계열사들이 가진 주식과 삼성그룹의 백기사 KCC 지분까지 합하면 50%에 달합니다. 결국 지배구조에는 영향이 없다는 얘기죠. 
● 순환출자 해소 이번으로 끝?

업계에서는 삼성그룹이 큰 방향에서 순환출자를 모두 해소하는 방향으로 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삼성그룹 측은 2조원이 훌쩍 넘는 ‘천문학적인 비용’이 든다며, 부정적인 모습을 내비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승계를 앞두고, 삼성그룹은 소유 구조를 재편하고 재벌의 부정적 이미지를 없애야 하는 입장입니다. 따라서 이번 공정위의 결정을 계기로 어떤 행보를 보일지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 공정위 "삼성물산 주식 5백만 주 처분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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