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취재파일] 만만치 않은 식당개업…절반이 1년 내 망한다

[취재파일] 만만치 않은 식당개업…절반이 1년 내 망한다
제가 사는 동네는 비교적 최근 아파트 단지가 우후죽순처럼 들어섰습니다. 처음에는 상가건물 대부분 비어있었는데, 거주 인구가 늘어나면서 언젠가부터 꽉꽉 차기 시작했습니다. 지금은 상권이 형성되서 주말이면 제법 사람들이 바글바글합니다.

이 동네의 발전과정을 보면서 눈에 띈 점이 하나 있습니다. 치킨집, 김밥집이 엄청나게 많이 들어온다는 겁니다. 거의 한 집 건너 한 집은 치킨집 아니면 김밥집일 정도로 많이 생겼습니다. 비단 치킨이나 김밥 뿐 아니라 여기에 고깃집, 칼국수집 등등 전체 음식으로 확대하면 거의 웬만한 가게는 다 음식점입니다.

이런 현상이 굳이 제가 사는 동네에서만 있는 일은 아닐 겁니다. 가장 만만한(?) 게 음식점이라고 은퇴 후 창업으로 가장 많이 하는 업종 중 하나가 바로 이 음식점입니다.

실제로 얼마전 통계청이 발표한 기업생멸 통계를 보면 신생기업 중 숙박음식점업은 전체의 20%를 차지해 도소매업에 이어 두번째로 많았습니다. 

창업건수도 늘어 지난해의 경우엔 총 16만9천건, 전년보다 21%나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요즘 취업이 어려워서일까요? 아니면 그만큼 다니던 직장을 그만둔 사람들이 많아서일까요? 어떻게보면 창업이라도 늘었으니 다행인 것처럼 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꼼꼼히 살펴보면 그건 아닌 것 같습니다.
통계 자료를 다시 보겠습니다. 재작년 기준으로 창업 이후 음식점업과 숙박업, 노래방 등의 생존율은 전체 업종 중에 가장 낮은 편에 속했습니다. 음식점업과 숙박업의 1년 생존율은 겨우 55%에 불과했습니다. 절반 가까이가 창업 이후 1년도 버티지 못하고 문을 닫은 셈입니다. 5년 이후 생존율은 더 떨어져서 17.7%밖에 안됐습니다.

창업한 지 5년 뒤면 10곳 중 1~2곳 빼고 모두 망한다는 얘깁니다. 노래방은 더 생존율이 낮아서 창업 1년 뒤 생존율이 54%에 불과했고, 5년 뒤 생존율은 14.3%까지 떨어졌습니다. 우리나라 전체 업종의 한 해 폐업하는 건수가 모두 66만4천 건 정도인데, 이 중 1/4이 이런 음식점과 숙박업, 노래방 등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리고 이런 업종이야말로 보통 서민들이 많이 종사하는만큼, 서민들의 삶도 팍팍했다고 봐도 될 거 같습니다.

다시 제가 사는 동네 얘기로 돌아가보겠습니다. 이곳 역시 그렇게 많이 생겨났던 가게들이 상당수 바뀌었습니다. 그리고 바뀐 곳 대부분이 음식점들입니다. 지금도 곧 문을 닫을 것처럼 보이는, 손님 없이 파리만 날리는 음식점들도 꽤 있습니다.

예전에는 그냥 그런가보다 싶었는데, 요즘은 아닙니다. 가족들의 생계를 위해 나름 창업 전 많은 고민과 준비를 하고 문을 열었을텐데 잘 안되는 걸 보면 한편으론 안타깝고, 한편으론 남일 같지만은 않아보입니다.

통계로 보나 주변을 보나 확실한 건 하나 있습니다. 역시 음식점은 결코 만만히 볼 업종이 아니라는 겁니다.

▶ 식당 절반 1년 안에 문 닫는다…무너진 창업의 꿈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