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있었던 가토 다쓰야 산케이 신문 기자에 대한 1심 재판은 판결문 낭독이 유난히 길었습니다. 50페이지에 가까운 분량을 일본어로 통역까지 하며 전달하느라 3시간이 넘게 걸렸는데요, 그러는 내내 재판장은 피고인을 벌 세우듯 세워놨지만, 판결문의 내용만큼은 쿨했습니다. 윤춘호 기자의 칼럼입니다.
선고문을 읽는 중간쯤, 변호인은 피고인에 대한 배려를 요청했습니다. 앉아서 들으면 안 되겠냐고 물은 겁니다.
하지만 이동근 부장 판사는 피고인이 나이가 많은 것도 아니고 몸이 아픈 것도 아니니 계속 서 있으라고 지시했습니다. 부탁을 무 자르듯 거절하는 이 대목에서 일종의 벌주기가 아닌지 감정이 느껴졌습니다.
산케이는 한국을 조롱하고 비웃는 악의적인 기사가 유난히 많으니 우리 국민들의 정서를 고려한 것인지도 모릅니다.
그렇지만 재판부는 단순히 이런 대일 감정에만 치우쳐 유죄를 선고하는 쉬운 길을 택하지는 않았습니다. 문제가 된 기사의 내용은 명백히 허위고 박근혜 대통령 개인의 명예를 훼손한 사실도 인정하지만, 비방할 목적이 없으니 무죄라고 판단했습니다.
무엇보다, 허술한 소문을 근거로 한국을 희화화하면서 팩트를 확인하려는 노력을 게을리하긴 했지만, 공적 존재에 대한 명예훼손의 경우에는 언론의 자유를 우위에 둔다는 법리를 따랐습니다.
이 사건을 대하는 청와대의 매운 눈초리를 생각하면 재판부의 부담이 컸을 텐데요, 그럼에도 적당히 타협하고 싶은 유혹을 떨쳐내고 용기 있게 정공법을 선택함으로써 언론자유는 한국과 일본의 구분은 물론 내 편 네 편의 차별도 없다는 원칙을 확인했습니다.
▶ [칼럼] 재판장의 산케이 기자 벌주기 "그냥 계속 서 있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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