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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대박 패딩' 유혹 쫓다 '쪽박' 찬 패션업체

[취재파일] '대박 패딩' 유혹 쫓다 '쪽박' 찬 패션업체
▲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합니다.

지난 해 11월, 중소 패션업체 W사는 겨울 성수기를 겨냥해 여성용 패딩을 개발했습니다. 중국 업체에 생산을 맡겼고 한 벌 당 가격은 11만9000 원으로 책정했습니다. TV 홈쇼핑을 겨냥한 상품이었는데 출시되자마자 불티나게 팔려나갔습니다. 1만 벌을 제작했는데 한달 간 방송 4회만에 4100여벌이 팔린겁니다.

추가 제작을 위해 생산을 맡겼던 중국 업체에 연락을 했지만 기한 안에 생산이 어렵다는 답을 받았습니다. 업체는 어쩔 수 없이 국내에서 추가 생산을 시작했습니다. 중국에서 생산하는 것보다 원가가 약 2만원 정도 더 들었지만 '대박 패딩'의 기세를 이어가기 위에선 어쩔 수 없었습니다.

방송에서는 '국내산 패딩'이라고 홍보했습니다. 국산인데 가격은 변함이 없다보니 방송을 할 때마다 1천여벌 이상이 팔려나가는 등 인기는 계속됐다고합니다. 추가 물량 제작이 필요해 국내 업체에 다시 생산을 의뢰했지만 기한 안에 생산이 어렵다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유혹은 여기서 시작됐습니다. 사실 국내에서 패딩을 생산하면 중국에서 생산하는 것보다 원가가 약 2만원 더 들었다고 합니다. 업체가 손에 쥐는 이익이 중국산 보다 적을 수 밖에 없습니다. 물량을 맞추기 위해 어느정도 손해를 감수하고 물건을 팔았는데 국내 생산업체가 생산이 어렵다고 나온 겁니다.

결국 이 업체는 1차로 판매했던 중국산 패딩 재고 물량에 손을 댔습니다. 반품 등으로 재고 처리 된 중국산 패딩의 라벨을 국내산으로 슬쩍 바꾼겁니다. 하청업체에 라벨 1개당 2천500원씩 주고 원산지 부분만 '중국'에서 '대한민국'으로 고쳤습니다.
홈쇼핑 코트 중국산
원산지 허위표시 사실을 감추기 위해 홈쇼핑 업체에 제출하는 송장도 위조했습니다. 이렇게 국산으로 둔갑된 중국산 패딩은 무려 3400벌이나 팔렸습니다. 돈으로 따지면 4억원 정도입니다.

경기 안양동안경찰서는 재고나 반품된 중국산 패딩을 '라벨갈이'해 국내산으로 판 혐의로 W사 대표 49살 지모씨 등 3명을 불구속 입건했습니다.

어제(16일), 기자는 경기도 안양 동안구에 위치한 이 업체를 직접 찾아갔습니다. 하지만 문은 굳게 닫혀 있었고 직원들의 모습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같은 건물에 위치한 다른 회사 직원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지난 달 중순부터 사람들이 보이지 않았다고 합니다. 경찰의 압수수색 등 수사가 본격화 하자 문을 닫은 것으로 보입니다.

수사를 담당한 경찰 관계자는 "도산 위기라고 들었다"고 전했습니다.'대박 패딩'의 유혹이 결국 '쪽박'으로 돌아온 셈입니다.

고객과의 신뢰를 지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 많은 사장님들께서 꼭꼭 기억해주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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