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수진/사회자:
<홍혜걸의 메디컬 이슈>입니다. 체온과 면역력은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하는데요. 실제로 체온이 1도만 떨어져도 면역력이 30%나 저하되고 1도만 올라가도 면역력이 최대 5배에서 6배까지 높아진다는 연구결과가 나와서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오늘 관련한 말씀 좀 나눠보겠습니다. 홍혜걸 박사님?
▶ 홍혜걸 의학박사:
안녕하세요.
▷ 한수진/사회자:
안녕하세요. 어떻게 해서 이런 이야기가 나오게 됐을까요?
▶ 홍혜걸 의학박사:
그러게 말입니다. 요즘 언론이나 SNS를 통해서 막 돌고 있는데요. 처음 시작은 일본 의사가 쓴 책입니다. 사이토 마사시라고 하는 종양 내과 전문의인데요.
이 분이 <체온 1도가 내 몸을 살린다>는 책을 냈고, 이게 2010년 출간이 된 이래로 일본에서 80만 권이나 팔렸다고 하네요. 그 책에서 방금 말씀하신 1도 내려가면 면역력 30% 떨어진다, 이런 얘기 하고 있고요.
이런 얘기를 중심으로 메르스 환자가 왔는데 체온이 비정상적으로 많이 낮았다거나 폐암 수술로 완치된 분들 체온을 봤더니 과거보다 올라갔더라, 이런 얘기가 주요 언론에도 등장하고요. 그래서 이런 체온 면역설이 요즘 화두가 되고 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체온 면역설의 핵심 내용은 뭐라고 봐야 할까요?
▶ 홍혜걸 의학박사:
몸에서 열이 나는 게 좋다, 체온이 올라가야 한다. 특히 37도 이상으로 올라가는 게 건강에 좋다, 이런 주장을 하고 있는데요. 제가 보기에 이게 상당히 비판의 여지가 많은 주장이라는 말씀을 강조하고 싶어요.
아시다시피 인간이라는 게 항온 동물입니다. 그러니까 나의 의지나 춥고 덥고 외부 조건에 상관없이 체온은 항상 일정하게 유지가 되는 게 정상이라는 얘깁니다. 생리학 교과서를 보니까요.
몸의 중심부에서 재는 심부 체온은 굉장히 안정적입니다. 나체로 건조한 공기에 노출될 때 외부 온도가 11도에서 54도까지 올라가도 대개 플러스 마이너스 0.6도 안팎으로 항상 체온을 유지하도록 되어 있어요.
▷ 한수진/사회자:
변함이 없군요.
▶ 홍혜걸 의학박사:
네. 이 책에서 주장하는 대로 체온이 변한다는 건 올라가든 내려가든 그 자체가 비정상이고 질병이라는 얘깁니다. 그렇기 때문에 체온을 억지로 올리는 게 과연 바람직한가. 저는 그건 아니라고 봐요.
▷ 한수진/사회자:
일본 의사의 경우에는 체온을 1도 정도 올리면 암세포가 이걸 싫어한다는 거 아니겠어요?
▶ 홍혜걸 의학박사:
암 세포가 보통 인간의 체온이 36도를 살짝 넘잖아요. 암 세포는 35도에서 가장 잘 자란다. 그러니까 체온을 높여야 하고 37도가 되면 면역이 올라간다, 이렇게 주장을 하는데요.
체온이 1도만 내려가도 면역력은 30%나 떨어진다, 이렇게 했어요. 그런데 중요한 건 앞뒤에 아무런 설명이나 근거가 없습니다. 왜 20%도 아니고, 왜 40%도 아니고 하필 30%인지 아무런 논문이나 근거가 제시가 안 돼요.
반대로 체온이 1도가 올라가면 면역력은 무려 500~600%까지 올라간다. 5배~6배 올라간다, 이렇게 돼 있는데요. 여기에도 마찬가지로 아무 설명이 없습니다. 설명은 이렇게 합니다.
체온이 떨어지면 교감 신경을 활성화하고, 이것 때문에 백혈구 가운데 림프구가 감소하고 면역이 떨어진다, 이런 식으로 설명을 하는데요. 면역이라고 하는 게 림프구의 비율만으로 설명할 수 있는 게 아니거든요.
그리고 제가 더 중시하는 건 이게 원인과 결과를 혼동할 수 있다는 얘깁니다. 무슨 말이냐 하면 설령 이들의 주장을 100%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쉽게 얘기해서 체온이 떨어지니까 면역이 감소하는 느낌이 있다는 게 사실이라 하더라도 체온이라는 게 원인이 아니고 하나의 현상이나 결과에 불과할 수 있다는 거예요.
이게 뭐냐 하면 어떤 사람이 질병이 있거나 몸이 안 좋단 말이죠. 그러면 그런 분들이 대개 체온이 비정상적으로 살짝 떨어질 수 있단 얘기예요.
그런데 겉으로 볼 때는 체온이 면역이 떨어지는 중요한 원인으로 보인단 말이죠. 체온이 중요한 게 아니라 체온의 변동을 불러온 질병이나 건강상의 문제가 원래 내재되어 있었다, 저희는 그렇게 해석하는 거예요.
예를 들어서 너무 체온을 강제로 올리거나 내리거나 예민해 하실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 한수진/사회자:
무엇보다도 이게 어떤 입증된 의학적인 근거가 없다, 그 점이
▶ 홍혜걸 의학박사:
그렇습니다. 이게 이런 것만 있는 게 아니고 일본에서 이런 책들이 한두 권 돌더라고요. 돌고 그게 우리나라에 번역되어서 들어오면 사람들에게 그게 굉장한 진리인양...
그런데 잘 아시잖아요. 예컨대 수석 합격한 사람이 커피를 좋아했다, 예를 들면 말이죠. 그렇다고 해서 커피를 좋아하는 게 수석 합격의 비결은 아니잖아요. 그 사람의 개인적인 취향이잖아요.
그래서 어떤 의사나 박사나 대학교수가 가끔 보면 보편타당하지 않은 이색적인 주장을 하는 경우가 있어요. 실제로 제가 메델라인이라든지 전 세계에서 발표되는 논문을 몽땅 다 검색해봤어요. 이런 쪽으로.
이런 얘기가 전혀 안 나옵니다. 논문으로. 권위 있는 의학 잡지에 어디에도 검색이 아예 안 됩니다. 그리고 암세포가 35도에서 잘 자란다? 이런 쪽 이야기도 정설이 아니에요.
어디에서 뒤져보니까 근거가 박약한 사이트 어디 한두 군데에서 이런 얘기를 주장하는데 신빙성이 전혀 없단 얘기예요. 그래서 이게 뭔가 그럴듯하잖아요. 체온이 올라가면 면역이 올라가고. 만약에 그런 식으로 따지면 굉장히 더운 지대에 사는 적도지대 말이죠.
그런 분들이 오히려 저 북극 근처에 사는 북구라파. 위도가 높은 추운 지역 말이죠. 거기에 사는 분들보다 더 건강해야 하는데 실제로 보면 더운 지방일수록 대사가 너무 빨라져서 수명도 짧아지고 여러 가지 건강상 질병도 많이 생기는 걸로 그렇게 돼 있단 말이에요. 그래서 이건
▷ 한수진/사회자:
무턱대고 믿을 얘기가 아니네요.
▶ 홍혜걸 의학박사:
그렇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사실 요즘 이런 얘기 나와서 반신욕 하시는 분도 많은 것 같고, 어떻게든 몸을 데워보겠다고 말이죠. 그래서 온열 하는 관련된 기구들 이런 것도 상당히 인기인 것 같더라고요?
▶ 홍혜걸 의학박사:
반신욕이나 몸을 따뜻하게 하는 게 나쁜 게 아니에요. 근육도 이완되고 기분도 좋아지고 릴랙스되잖아요. 스트레스도 풀리고. 그건 좋단 얘깁니다.
그런데 설명이 면역이 올라간다, 심지어는 암까지 동원이 되고, 메르스가 어쩌고... 이렇게 강조는 그건 곤란하단 얘기예요. 반신욕을 하지 마시라는 게 아니라, 이거 뭐 하면 건강이 획기적으로 좋아진다, 그게 절대로 아니라는 말씀을 제가 강조하고 싶어요.
▷ 한수진/사회자:
면역력 높이려면 그러면 결론 삼아서 말씀을 해주시죠.
▶ 홍혜걸 의학박사:
재밌는 건 이분들이 내놓는 결론이 재밌어요. 체온을 올리기 위해서 이 분들은 운동을 해서 근육을 키워라, 이렇게 얘기합니다.
근육이 아무래도 열을 많이 발산하니까요. 체열 발산을 돕잖아요. 그러니까 엉뚱하지만 결론은 옳단 얘깁니다. 운동해서 근육 키우면 당연히 건강에 도움 되죠.
그런데 그 과정까지의 설명이 무슨 체열이 어떻고, 온도가 어떻고, 이걸 억지로 올려야 하고, 이건 절대로 아니다. 온도가 들쭉날쭉 올라가고 내려가는 그 자체가 질병이다. 그 점을 꼭 강조하고 싶어요.
▷ 한수진/사회자:
오늘 여기까지 말씀 듣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홍혜걸 의학박사:
감사합니다.
▷ 한수진/사회자:
홍혜걸 박사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