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6개월 만에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한 재닛 옐런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이사회 의장은 '정통파'로 꼽힌다.
직관이나 감각에 의존하기보다는 지표와 이론에 철저히 근거해 경기예측을 하고 정책운용을 하는 스타일이기 때문이다.
옐런 의장이 금리인상의 시점을 판단하기 위해 질적 고용지표를 담은 일명 '대시보드'(dashboard·계기판)를 활용하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특히 고용시장 회복이 인플레 압력을 촉발한다는 이론을 중시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실업률이 떨어지면 물가가 오른다는 1958년의 고전적 경제이론인 '필립스 곡선'이 그가 가장 신봉하는 경기예측의 틀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물론 경제계에서는 현재 미국과 세계경제가 지닌 '복잡성'으로 인해 이 같은 전통적 경제이론이 더는 통하지 않는다는 회의론이 적지 않다.
일례로 2008년 금융위기 당시 많은 경제학자는 실업률이 치솟자 물가가 떨어지리라 예측했으나 빗나갔고, 실업률이 떨어졌을 때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것이라고 봤지만, 이 역시 맞지 않았다.
그럼에도, 옐런 의장은 고용시장의 회복 움직임이 물가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이론적 확신과 '대시보드'를 토대로 이번에 금리인상을 단행했다.
당장은 미국의 물가상승률이 기대치를 충족하지 못하고 있지만, 현재의 고용회복세로 볼 때 곧 연준의 목표치(2%)를 넘어설 것이라는 게 옐런 의장의 판단이라고 할 수 있다.
로이터통신은 이런 옐런 의장을 "비정통시대의 정통파"(orthodox economist for unorthodox times)라고 평했다.
옐런 의장은 2013년 10월 연준 의장에 내정됐을 당시 '날카로운 비둘기'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뛰어난 경기예측력으로 정평이 나있었다.
비둘기파이지만 매보다 날카로운 예측과 분석능력을 갖고 있다는 의미에서였다.
2008년 금융위기를 가장 정확하게 '감지'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2007년 12월 연준 회의록을 보면 대다수 이사는 경기후퇴(리세션)를 피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옐런은 "신용경색 심화와 경기후퇴의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비관론을 내놓았고, 실제로 이듬해 세계 경제는 금융위기를 맞았다.
그러나 갈수록 불확실성이 커지는 경제현실 속에서 이론과 '데이터'에 의존하는 옐런의 경기예측력이 100% 정확하다고 보기는 힘들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때로는 정책결정권자로서의 직관이나 통찰력이 발휘돼야 한다는 주문이다.
특히 옐런의 정책운용 스타일이 1987년부터 네 차례 연준의장을 역임했던 앨런 그린스펀과 대조를 이룬다는 평가가 나온다.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인 1996년 9월 금리인상 여부를 놓고 그린스펀 의장과 옐런은 '이견'을 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연준 의사록에 따르면 옐런 당시 이사는 금리 인상에 찬성하며 "인플레이션 조짐이 있는 걸로 분석된다"는 의견을 냈으나, 그린스펀 의장은 금리 인상을 보류하는 결정을 내렸다.
당시 미국의 생산성이 올라가고 있는 사실에 주목했던 것이다.
실제로 금리 인상 보류 이후 물가는 계속 낮은 수준을 유지했다.
당시 연준의 이사였던 앨리스 리블린은 그린스펀 의장의 결정을 "직감"이었다고 평가했다.
이에 대해 2006년부터 2009년까지 옐런과 함께 일했던 연준 전 이사인 랜덜 크로스너는 "옐런이 전통적 모델 이론에 깊숙이 뿌리박고 있지만, 불확실성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다"고 변호했다.
그는 "기존 이론이 모두 잘못됐고 우리는 신세계에 살고 있다는 주장이 가능하기는 하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며 "옐런은 직감으로 결정을 내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어찌 됐건 이번 금리 인상을 계기로 옐런의 경기예측력과 그의 전통적 모델 이론이 중대한 시험대에 오른 것은 분명해 보인다.
앞으로 물가상승이 이뤄진다면 '대시보드'에 입각한 옐런과 경기예측 방식은 확실한 명성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추가적인 점진적 금리 인상 논의도 탄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금리 인상이 잘못된 결정으로 판명 날 경우 미국의 연준도 제로금리에서 벗어나려 시도했다가 실패한 유럽중앙은행이나 스웨덴·이스라엘·캐나다의 중앙은행들과 같은 처지로 전락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연합뉴스)
'미 금리인상' 시험대 오른 옐런…'비정통시대의 정통파'
직관과 감각 피하고 '데이터'와 전통이론 입각해 경기예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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