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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공업도시 플린트의 비극…아동납중독 확산에 비상사태 선포

미국의 한 소도시가 납에 오염된 수돗물 때문에 비상사태를 맞았다.

미국 북동부 미시간 주 디트로이트에서 북서쪽으로 100여㎞ 떨어진 인구 10만 규모의 공업도시 플린트는 최근 납 중독 확산에 따른 비상사태를 선포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15일(현지시간) 전했다.

플린트 영·유아의 혈중 납 수치가 지난해 4월 이래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는 플린트 시 헐리 메디컬센터의 보고서가 지난 9월 나오면서 플린트는 충격에 빠졌다.

플린트 시는 원래 디트로이트 시의 수도에서 물을 공급받다가 물을 끌어오는 파이프 공사 때문에 지난해 4월 시내를 관통하는 플린트 강으로 수원지를 바꿨다.

현지 매체 미시간 라이브에 따르면 납 중독은 플린트 강물의 특성과 수도관의 납 성분이 접촉하면서 일어난 것으로 보인다.

플린트 시는 3만1천여 가구와 사업체에 수도를 공급하는데 이들 중 약 절반의 수도관은 연결 부위 납땜 등으로 납을 함유했다.

플린트 시 수도 처리장에서는 납을 검출하지 못했지만 플린트 강물이 디트로이트 수돗물보다 납을 더 잘 부식시키는 성질인 것을 밝혀낸 버지니아 공대 연구팀의 검사 결과는 물의 이동 과정에서 납 오염이 생겼을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강물 자체에 문제가 있었을 가능성도 여전히 농후하다.

플린트에 공장을 둔 제너럴모터스(GM)는 수돗물 수원지가 플린트 강으로 바뀐 지 6개월 만에 수돗물 때문에 기계에 녹이 생긴다며 사용을 중단하기도 했다.

수원지를 바꾼 이후 물이 탁하고 악취가 난다는 민원도 이어졌지만 당국은 물을 끓여 먹으라고 권고하거나 정수 필터를 나눠주는 등의 조처를 하는 데 그쳤다.

납 중독 관련 보고서까지 나오면서 사태가 악화하자 릭 스나이더 미시간 주지사는 내년까지 플린트 강물을 쓰려던 계획을 파기하고 10월 16일부터 다시 디트로이트의 수도를 플린트에 공급하도록 했다.

플린트 시민들은 만시지탄을 금치 못하고 있다.

4살배기 쌍둥이의 엄마로 자녀 중 한 명의 납 수치가 급증했다는 리앤 월터스는 "처음 그 사실을 알고 펑펑 울었다. 거의 미칠 지경이었다"고 분노했다.

월터스는 "아이들이 자라면서 문제가 생기면 '만약 오염된 물이 없었더라면 삶이 더 나아졌을까' 하는 질문을 끊임없이 하게 될 것"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납 중독은 외관상 확인이 어렵고 피 검사로 진단할 수 있다.

어린 아이가 납에 중독되면 처음엔 티가 안 나지만 두뇌 발달에 영향을 미쳐 학습장애, 이상 행동, 지능지수 저하, 주의 결핍 등을 일으킨다.

빈혈, 고혈압, 신장 장애, 면역 이상 등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신경과 행동에 미치는 납의 영향은 되돌릴 수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플린트 주민들은 지난달 스나이더 주지사, 주 정부, 시 당국 등을 상대로 납에 오염된 물 때문에 겪은 피해에 관한 집단 소송을 제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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