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취재파일] 테러 뒤 기후변화협약 총회…허리띠 풀고 얼굴검색까지

[취재파일] 테러 뒤 기후변화협약 총회…허리띠 풀고 얼굴검색까지
130명의 무고한 목숨을 앗아간 파리테러의 여파는 현재 진행형이었습니다. 지난달 30일 개막한 제21차 파리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가 열린 드골공항 근처 브와제 컨벤션센터에는 사뭇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습니다.
 
140여개국 정상들이 참석했고, 4만 여 명의 정부대표단과 취재진이 몰려 한 치의 흐트러짐이나 빈틈이 있어서는 안 될 상황을 감안해도 피부로 느끼는 압박감은 컸습니다.
컨벤션센터 2~3km 밖에서부터 경찰이 배치됐고, 회의장 주변에는 무장군인이 삼엄한 경비를 펼쳤습니다. 보안검색은 컨벤션센터 입구 임시건물 안에서 이루어 졌습니다. 매일아침마다 회의장에 들어가려면 2중의 검색대를 통과해야합니다.
가방이나 옷 속에서 컴퓨터나 휴대폰을 꺼내 바구니에 담아야했고, 재킷과 점퍼, 코트 등 겉옷도 벗고 셔츠 차림이 된 뒤에도 허리띠까지 풀어놓으라는 요구를 받습니다. 허리띠에 달린 쇠붙이 안에 폭발물을 숨겼을 가능성 때문입니다. 잠재적 테러용의자로 의심받는 상태에서 검색대 앞에 서야합니다.
1차 검색대를 통과하고 나면 이번에는 얼굴 대조 순서인 2차 관문이 기다립니다. 출입증에 찍힌 바코드를 검색장비로 읽으면 모니터 화면에 사진이 확대돼 나타나는데, 이를 출입자의 실제 얼굴과 일일이 대조하는 것입니다.

회의장에 드나드는 출입자들은 두세 달 전부터 유엔기후변화협약사무국에 인적사항과 사진 등을 보내 이미 출입허가를 받은 사람들입니다.

그 과정에서 소위 테러 의심자를 1차러 걸러내고, 다시 현장에서 출입증을 달고 들어가는 사람들을 일일이 세워 옷을 벗기고, 허리띠 까지 풀게한 뒤 마지막으로 얼굴을 대조하는 보안검색을 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세계를 경악시킨 11월 13일의 밤 파리테러의 여파와 공포를 그대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혹시 출입증을 숙소에 두고 오거나 잃어버렸을 경우에는 예외 없이 다시 발급을 받아 검색대를 통과해야만 출입이 가능했습니다. 컨벤션센터를 잠시 나갔다가 되돌아올 경우에도 반드시 몸 검색대를 통과해야 돼 행사내내 하루 두 번 정도는 허리띠 풀고, 얼굴대조 하는 일을 되풀이해야합니다.
물샐틈 없는 경비와 보안검색 속에서도 테러용의자로 의심받아 출입을 제지당하는 사람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그 만큼 회의장에 참석한 각국 정부대표단과 출입기자들의 사전 검열이 철저히 이루어졌다는 반증인 셈인 것 입니다.
 
까다로운 보안검색을 통과한 뒤 회의장으로 연결되는 컨벤션센터로 들어서면 마음이 편해지고 불안감은 사라졌습니다. 만에 하나라도 어떠한 위험스런 일이 발생할 것 같지 않다는 생각, 그리고 혹 돌발 상황이 일어난다 해도 충분한 대처능력을 갖췄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회의장 뿐 아니라 시내에서도 강도는 덜했지만 경비나 보안 검색은 여전했습니다. 테러충격에 관광객과 유동인구가 줄었지만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공공장소에는 경찰 뿐아니라 무장군인이 곳곳에 배치돼 있었습니다.

공공 건물로 들어갈 때면 반드시 몸 검색을 해야 통과할수 있었습니다. 이런 보안 검색이 곳곳에서 수없이 되풀이됐지만 불평하거나 협조하지 않는 시민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오히려 불편을 감수하고 자발적으로 옷을 벗고, 휴대품을 내놓고 있었습니다.
 
파리는 회의 개막일에 맞춰 11월29일-30일 이틀간 버스, 지하철 등 대중교통 무료운행을 실시했습니다. 교통혼잡과 혹시 모를 위험상황에 대비하기 위해서입니다.

직장에서는 적극적으로 연차휴가사용을 권했다는 얘기도 들렸습니다. 그래서인지 파리 시내는 물론 외곽 고속도로의 통행량이 평소의 10%에 불과 할 정도로 곳곳의 도로는 인적이 끊겨 한산했습니다.

가로13km 세로 9km인 파리는 서울시 면적의 6분의1이고, 인구는 2백30만명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주변 수도권까지 포함하면 인구가 1천3백만 명이나 되고, 관광객을 포함하면 하루 유동인구는 1천만 명에 이를 정도로 북적이는 도시입니다. 그렇다보니 테러에 대한 대비가 엄격할 수 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 파리는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협력으로 테러의 긴장과 공포감이 서서히 누그러지고 평화와 안정의 따스한 기운이 솟아나고 있습니다.

어떠한 이념과 종교 갈등, 국가 이익도 인류의 고귀한 생명보다 앞설 수 없습니다. 지구를 살리자는 신기후체제 협약도 공동체의 평화와 생명존중의 정신을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