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민간 잠수사들이 자체적으로 수색 작업을 했기 때문에 민간 잠수사 사망 사건의 책임도 현장에 있었던 민간 잠수사에게 있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세월호 수색 작업 현장의 관리 감독 책임은 정부에 있다는 당연한 상식을 확인했습니다.
사필귀정입니다. 하지만, 이 말 한마디로 이 사건을 정리하기엔 부족할 것 같습니다. 수사에서 기소까지의 과정에서 정부가 보여준 모습이 시사하는 바가 크기 때문입니다.
지난 해 5월 6일, 세월호 수색 작업에 나섰던 민간 잠수사 故 이광욱씨가 숨졌습니다. 이광욱 잠수사는 해경의 요청으로 지난해 5월 5일, 세월호 사고 현장에 도착했습니다. 그리고 다음 날 수색 작업을 위해 물 속에 들어갔다가 불과 몇 분 만에 변을 당했습니다. 안타까운 죽음이었습니다.
그런데 공우영씨를 비롯한 수색 현장에 있었던 민간 잠수사들은 5월 4일 대통령의 팽목항 방문을 앞두고 해경이 민간 잠수사 추가 투입을 얘기했지만, 검증되지 않은 잠수사 투입은 위험성이 커 반대했다고 합니다. 아무리 숙련이 된 잠수사라고 하더라도 진도 앞 바다의 물살에 적응되지 않은 사람이 수색 작업에 참여하면 효율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것도 반대의 이유였다고 합니다.
하지만, 결국 해경의 요구대로 잠수사들이 추가 투입됐고, 그 중 한 명이 이광욱씨였습니다. 사고 이후 이광욱씨는 잠수 자격증이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사고가 나고 약 3개월이 지난 8월 26일. 검찰은 이광욱 잠수사 사망 사건의 책임을 물어 공우영씨를 재판에 넘깁니다. 죄명은 업무상 과실치사. 공씨가 故 이광욱 잠수사 사망 사건의 책임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바꿔말하면 공씨가 세월호 실종자 수색 작업에 대한 관리 감독 책임이 있다는 의미였죠. 민간 잠수사들은 자체적으로 수색 작업을 했는데, 공씨가 민간 잠수사들의 감독관 역할을 했으니 민간 잠수사 이광욱씨 사망 사건에 책임이 있다는 논리였습니다. 검찰은 맹골수도 바지선 위에 있던 공씨에게 이광욱씨의 잠수사 자격 보유 유무를 확인하지 않은 책임도 물었습니다.
반면, 사고 당시 수색 현장을 감독했다던 해경 간부, 민간 잠수사들에게 업무 지시를 했던 해경 관계자들은 아무도 조사를 받지 않았습니다. 생각해 보면 이는 세월호 수색 현장에서 해경은 아무런 역할을 하지 않았다는 의미였습니다. 292구의 시신을 수습한 민간 잠수사들은 자발적으로, 또 자율적으로 수색 작업을 했고, 해경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음을 해경과 검찰 스스로 자인하는 것이었습니다. 세월호 수색 현장에 국가는 없었다는 얘기인 셈이죠. 무책임하고 어이없는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이광욱 잠수사가 사망한 다음 날인 지난 해 5월 7일. 범정부 사고대책본부는 검찰의 공소장에 적힌 내용과는 다른 말을 했습니다. 민간 잠수사 사망 사건과 관련해 수색 현장의 책임 주체가 누구인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정부 관계자는 “해경이 수색 작업 현장에서 전체적으로 총괄책임을 쥐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해경, 아니 국가가 실종자 수색 작업을 총괄한다'는 당연한 이야기를 한겁니다. 그런데 3개월 만에 왜 '국가는 책임이 없다'고 말을 바꾼 걸까요?
'세월호 수색 책임은 국가에 있다'던 정부, 그리고 불과 몇 달 후 '국가는 책임이 없다'며 말을 바꾼 정부. 둘 중 어느 쪽이 본 모습인지는 알 수는 없습니다. 다만, 분명한 건 '국가는 책임이 없다'며 이렇게 노골적으로 말한 건 이례적이었다는 겁니다.
내심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표면적으로는 어떻게든 국가는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는데 책임이 있다고 말해 왔던 게 익숙한 모습이었죠. '국가가 국민을 지켜준다'는 소시민의 생각이 상식의 지위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도 이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국가는 '책임이 없다'며 생경한 모습으로 불쑥 국민들에게 나타난 겁니다.
● 공무원에게 '영혼 없음'을 강요한 사람은 누구인가?
이런 변화의 이유를 추정할 수 있는 단서가 있습니다. 저는 이광욱 잠수사 사망 사건 취재를 하면서, 당시 수사에 참여한 정부 관계자들을 접촉했습니다. 한 관계자는 “(공우영씨에게) 많이 죄송하고, 억울하시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도 왜 공씨만 조사하고, 재판으로 넘겼냐는 질문엔 "수사를 하다보면 어쩔 수 없는 경우가 있다"는 답변을 내 놓았습니다.
또 다른 수사 기관 관계자는 수사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기자의 질문에 “이제 기소가 되었으니 사법부의 판단을 기다려 보겠다”는 말만 반복했습니다. 평소 같으면 어떠한 근거로 이렇게 판단을 했다거나, 수사에는 문제가 없었다고 적극적으로 반박하는 게 일반적이었지만, 이 때는 별다른 얘기를 하지 않았습니다.
이들을 '영혼 없는 공무원', '참 나쁜 사람들'이라며 욕하시는 분들도 있을 겁니다. 취재 당시 저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그들만 비판하고 넘어간다면 바뀌는 것은 아무것도 없을 것 같습니다. 공씨를 수사하고 재판에 넘긴 것은 수사 기관 관계자 개인의 판단이 아닌, 조직의 판단이었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그리고 그 조직은 한 때 '국가의 총괄적인 책임'과 '철저한 수사'를 얘기했었는데, 갑자기 모습을 바꾼 건 수사를 맡았던 정부 관계자 개인의 판단일리 없기 때문에 더 그렇습니다.
그래서 우리의 질문은 누가 이들을 이렇게 변화시켰나가 돼야 할 것 같습니다. 변심한 개인을 욕하기 보다, 변심을 조장한 사람이 누구인지를 찾는 게 문제를 해결 하는 데 더 도움이 될 것이기 때문이죠.
최근 과거에는 감히 하지 못했던 배설적인 발언과 상식에 반하는 행동들이 공공의 영역에 버젓이 얼굴을 내밀고 있습니다. 그런 말을 하고, 행동하는 사람을 일일이 찾아내 방벌해야 할까요? 이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할 뿐더러, 의식이 바뀌지 않는 한 자기 배설적인 말과 행동을 하는 사람은 또 나오기 마련입니다.
국가를 대리하는 공무원 세계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국가는 책임이 없다. 각자 도생하라'는 말을 버젓이 할 수 있는 정부라면, 그것을 조장하는 정부라면, 그 방침에 충실히 따르는 사람은 또 나오기 마련입니다. 물론, 그에 따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의 몫이 되겠죠. 이를 막을 방법은 영혼 없는 공무원에게 '영혼'을 불어 넣는 수 밖에 없을 겁니다.
"자신이 잘못한 것이 없으니 잘 될 것"이라고 얘기했던 공우영 씨. 하지만, 재판 내내 불안해 했습니다. "자신이 무엇을 잘못 했냐, 국가에 배신 당했다"며 억울해 하기도 했습니다. 그런 공씨는 재판에서 무죄판결을 받은 이후에야 웃음을 찾았습니다. "비정상이 정상화됐다." 1년 4개월 만에 상식이 상식임을 확인받고 기뻐했습니다.
하지만, 재판 기간 동안 공씨를 지켜본 저는 또 불안합니다. 공씨에 대한 검찰의 수사와 기소를 어쩔 수 없이 하게 만든 조직이 법원의 공씨에 대한 무죄 판결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 지 장담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혹시나 "정상이 비정상화 됐다"고 역정을 내고 있다면, 또 한번 비상식의 경쟁이 벌어지게 될 테니까요.
이런 변화의 이유를 추정할 수 있는 단서가 있습니다. 저는 이광욱 잠수사 사망 사건 취재를 하면서, 당시 수사에 참여한 정부 관계자들을 접촉했습니다. 한 관계자는 “(공우영씨에게) 많이 죄송하고, 억울하시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도 왜 공씨만 조사하고, 재판으로 넘겼냐는 질문엔 "수사를 하다보면 어쩔 수 없는 경우가 있다"는 답변을 내 놓았습니다.
또 다른 수사 기관 관계자는 수사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기자의 질문에 “이제 기소가 되었으니 사법부의 판단을 기다려 보겠다”는 말만 반복했습니다. 평소 같으면 어떠한 근거로 이렇게 판단을 했다거나, 수사에는 문제가 없었다고 적극적으로 반박하는 게 일반적이었지만, 이 때는 별다른 얘기를 하지 않았습니다.
이들을 '영혼 없는 공무원', '참 나쁜 사람들'이라며 욕하시는 분들도 있을 겁니다. 취재 당시 저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그들만 비판하고 넘어간다면 바뀌는 것은 아무것도 없을 것 같습니다. 공씨를 수사하고 재판에 넘긴 것은 수사 기관 관계자 개인의 판단이 아닌, 조직의 판단이었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그리고 그 조직은 한 때 '국가의 총괄적인 책임'과 '철저한 수사'를 얘기했었는데, 갑자기 모습을 바꾼 건 수사를 맡았던 정부 관계자 개인의 판단일리 없기 때문에 더 그렇습니다.
그래서 우리의 질문은 누가 이들을 이렇게 변화시켰나가 돼야 할 것 같습니다. 변심한 개인을 욕하기 보다, 변심을 조장한 사람이 누구인지를 찾는 게 문제를 해결 하는 데 더 도움이 될 것이기 때문이죠.
최근 과거에는 감히 하지 못했던 배설적인 발언과 상식에 반하는 행동들이 공공의 영역에 버젓이 얼굴을 내밀고 있습니다. 그런 말을 하고, 행동하는 사람을 일일이 찾아내 방벌해야 할까요? 이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할 뿐더러, 의식이 바뀌지 않는 한 자기 배설적인 말과 행동을 하는 사람은 또 나오기 마련입니다.
국가를 대리하는 공무원 세계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국가는 책임이 없다. 각자 도생하라'는 말을 버젓이 할 수 있는 정부라면, 그것을 조장하는 정부라면, 그 방침에 충실히 따르는 사람은 또 나오기 마련입니다. 물론, 그에 따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의 몫이 되겠죠. 이를 막을 방법은 영혼 없는 공무원에게 '영혼'을 불어 넣는 수 밖에 없을 겁니다.
"자신이 잘못한 것이 없으니 잘 될 것"이라고 얘기했던 공우영 씨. 하지만, 재판 내내 불안해 했습니다. "자신이 무엇을 잘못 했냐, 국가에 배신 당했다"며 억울해 하기도 했습니다. 그런 공씨는 재판에서 무죄판결을 받은 이후에야 웃음을 찾았습니다. "비정상이 정상화됐다." 1년 4개월 만에 상식이 상식임을 확인받고 기뻐했습니다.
하지만, 재판 기간 동안 공씨를 지켜본 저는 또 불안합니다. 공씨에 대한 검찰의 수사와 기소를 어쩔 수 없이 하게 만든 조직이 법원의 공씨에 대한 무죄 판결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 지 장담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혹시나 "정상이 비정상화 됐다"고 역정을 내고 있다면, 또 한번 비상식의 경쟁이 벌어지게 될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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