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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랑랑을 슈퍼스타로 만든 호기심과 책임감

피아니스트 랑랑과의 인터뷰

[취재파일] 랑랑을 슈퍼스타로 만든 호기심과 책임감
클래식계의 슈퍼스타로 불리는 중국인 피아니스트 랑랑이 화요일 내한 공연을 했습니다. 종종 한국을 찾고 있는 랑랑이지만, 독주회 무대는 5년 만이라고 합니다.
 
대형 오케스트라가 들어서는 예술의전당 콘서트 홀 무대 위에는 오직 랑랑과 그랜드 피아노 한 대뿐이었지만, 연주가 시작되자 그는 특유의 카리스마로 빈 공간을 채우고 2천5백 객석을 파고 들었습니다.

현란한 테크닉, 화려한 쇼맨십, 미스터치가 매우 드문 것으로 유명한 그의 뛰어난 집중력이 명성 그대로 드러나는 시간이었습니다. 연주가 끝난 뒤 시작된 그의 사인회에는 클래식 공연장에선 보기 드문 긴 줄이 이어졌고, 밤 11시 반을 훌쩍 넘겨서야 모든 행사가 마무리 될 수 있었습니다.
 
이토록 대중적인 사랑을 받는 그의 인기 비결은 뭘까요? 가장 큰 요인은 물론 뛰어난 연주실력에 있겠지만, 그의 철저한 자기관리와 대중 친화적인 태도 같은 인간적인 면도 중요한 이유가 아닐까, 공연 전에 가진 인터뷰를 떠올리며 생각했습니다. 


내한 공연을 하루 앞두고 진행된 랑랑과의 인터뷰는 1시간 가까이 이어졌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인터뷰를 하는 관점에서 랑랑의 인터뷰가 대단히 흥미로웠던 건 아니었습니다. 이 클래식 스타는 모든 질문에 예상을 벗어나지 않는 교과서 같은 답을 이어갔고, 민감한 질문은 유연하고 예의 바르게 피해갔습니다.
 
오히려 인상적이었던 건 그의 태도였습니다. 빽빽하게 짜인 각종 홍보와 행사 일정에 지칠 법도 했지만, 그는 활기차고 진지한 태도를 유지했습니다.

피아니스트로가 지녀야 할 능력과는 별개로, ‘음악 사절(musical ambassador)’로 불리고 싶다는 그의 바람이나, 현재 중국의 많은 어린이, 청소년의 본보기로 자리매김한 자신의 사회적 위치에 걸맞게, 프로다운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그는 자신의 직업은 클래식 곡을 연주하는 콘서트 피아니스트라고 선을 그어 규정하면서, 동시에 대중음악인들과 활발한 교류를 즐기는 데 대해서도 분명한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싸이나 인순이, 메탈리카 같은 대중음악 스타들과 다양한 협업을 즐기는 건 그의 잘 알려진 성향입니다.
 
지금은 21세기이고, 클래식 음악을 넘어서 다른 장르에도 매우 창의적이고 흥미로운 음악인들이 많이 있어요. 전 그들과 어울리는 게 좋고 그들에게서 영감을 받는 걸 즐깁니다. 때때로 함께 작업하면서 그들이 일하는 걸 지켜보고, 함께 연주하고,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게 즐거워요.

대중문화 무대에 이토록 활발히 등장하고 유엔 평화대사 등 다양한 대외활동을 이어가면서 동시에 일 년에 100회 이상의 연주 일정을 소화한다고 알려진 그에게, 그런 빡빡한 일정 속에서도 어떻게 ‘해가 갈수록 연주가 좋아진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는지 물었습니다.
 
직업 피아니스트가 된다는 것은 집중력이 필요한 일이에요. 더 나은 연주를 하기 위해, 더 깊은 해석을 보여주기 위해 집중력을 잃지 않아야 해요. 그건 지속적인 헌신이 필요한 일입니다.
 
어떻게 집중력을 잘 유지할 수 있는지, 압박감은 어떻게 관리하는 지도 궁금했습니다.
 
하루하루가 또 다른 도전입니다. 어제의 연주는 내일의 연주가 어떨지 말해주지 못하죠. 그래서 전 언제나 전보다 좀 더 나은 연주를 하고, 적어도 같은 수준의 에너지를 보여주기 위해 노력해요. 스트레스는 도움이 되지 않아요.…오늘 밤 완벽하게 연주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그 압박감은 끔찍할 거예요. 공연 전에는 최선을 다해 연습하되 공연이 시작되면 긴장을 풀고 음악에 집중하는 게 중요하죠.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평소처럼 하는 거예요.
 
랑랑국제음악재단을 만들어 지속적으로 어린 피아니스트를 지원하고 육성하는 데 열심인 것에 대해서도, 이 일이 그에게 갖는 의미를 물었습니다.
 
제게도 좋은 선생님도 있었지만 끔찍한 선생님도 있었어요. 9살 때 연주인생이 끝났다고 느꼈던 적도 있어서, 꿈 많은 열정적인 어린이가 절망에 빠질 때 얼마나 큰 고통을 겪게 되는지 잘 알아요. 그래서 그들을 돕고 싶은 거예요. 예전의 저처럼, 꿈이 있지만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재능 있는 어린이들을 돕기를 원합니다.
 
그는 하지만 자신이 어린 음악가들에게 일방적인 도움을 주는 건 아니라고 말합니다.
 
다음 세대의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주는 일은, 동시에 저에게 다음 세대로부터 많은 걸 배울 기회를 줍니다. 어떤 의미에서 우리는 서로를 북돋워 주는 거예요. 앞선 스승들에게 배우는 것처럼 더 젊은 세대의 음악가들에게서도 많은 것을 배우고 있어요. 그들은 제게 새로운 에너지와 예술적 영감을 불어넣어 줍니다.
 
정말 교과서 같은 대답이죠? 하지만 어쩌면 교과서 같은 그 대답 속에, 랑랑이 많은 어린이와 청소년의 역할 모델이 되고 있는 이유가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랑랑이 보여준 왕성한 호기심과 프로가 지녀야 할 책임감은, 음악적인 재능 외에 그의 성공을 설명해주는 또 다른 면모임이 분명해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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