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강원도 횡성 마옥저수지에서 발견된 피라니아가 화제가 됐습니다. ‘식인 물고기’로 알려진 이 외래어종의 등장으로 환경당국은 저수지의 물을 다 빼고 수색작업까지 벌였습니다.
피라니아는 바다건너 남아메리카 아마존 강에 주로 살고 있습니다. 그 먼 곳에 사는 피라니아가 어떻게 우리나라 강원도 횡성에 있는 시골저수지에서 발견됐을까요. 환경당국은 누군가 키우다가 몰래 버린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인터넷에서 ‘피라니아’라는 단어를 키워드로 검색해보면, 피라니아는 누구나 쉽게 사고팔고 있고, 피라니아를 키우고 있는 사람들의 흔적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결국 누군가가 피라니아를 국내로 들여왔기 때문에 가능한 일입니다.
● "피라니아 수입하거나 반입 마음대로 못 한다"
앞으로는 이렇게 피라니아를 수입하거나 국내로 가지고 오려면 환경부 장관의 승인을 먼저 받아야 합니다. 피라니아가 ‘위해우려종’으로 지정됐기 때문입니다. 만약 이를 어기면 2년 이하의 징역이나,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이 부여됩니다.
‘위해우려종’은 아직 국내 생태계에 유입돼서 흔히 보이진 않으나, 만약 유입될 경우 생태계 교란의 우려가 높은 생물종을 의미합니다. 이번에 환경부가 위해우려종으로 지정한 것은 피라니아를 포함해 7개종에 달합니다.
생물다양성 보전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제22조(위해우려종의 수입ㆍ반입 승인) ① 국내에 유입될 경우 생태계 등에 위해(危害)를 미칠 우려가 있어 환경부장관이 지정·고시하는 생물종(살아있는 것으로서 개체의 일부·알·종자 등을 포함하며, 이하 "위해우려종"이라 한다)을 수입 또는 반입하려는 자는 환경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환경부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 피라니아
▲ 엘리게이터 가아
▲ 레드테일캣피쉬
▲ 레드파쿠
▲ 마블가재
▲ 아프리카발톱개구리
▲ 머레이코드
● 지금 키우고 있는데…키우는 것도 안 되나요?
피라니아 같은 독특한 동물을 좋아하는 애호가들은 많습니다. 개인의 취향인 거죠. 제 고등학교 동창도 대학시절 파충류에 빠졌던 적이 있었습니다. 처음에 성남시장에서 구입한 백사를 시작으로 각종 도마뱀이 그 친구의 자취방에 가득했습니다. 누군가에게 징그러울 수 있는 동물이 누군가에게는 너무나 사랑스러운 친구일 수도 있는 겁니다.
피라니아를 지금 키우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피라니아가 생태계를 교란시킬 ‘우려’가 있는 어종이기에 앞서 너무나 친근한 애완동물일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위해우려종으로 지정된다고 해서 키우는 행위 자체가 불법은 아닙니다. 사고파는 행위를 규제할 수 있는 법적 근거도 아직은 없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건 함부로 버려서는 안된다는 겁니다.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
우리나라 한 영화의 유명한 대사입니다. 남녀간 사랑을 의미하는 대사이지만, 애완동물을 키우다 보면 이 대사가 가슴에 와 닿는 때가 있습니다. 더 이상 키울 수 없는 어떤 순간이 올 수도 있는 것입니다. 그래도 끝까지 생명에 대한 책임을 다해야 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가끔은 이런 도리마저 저버리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지난 7월 강원도 횡성 마옥저수지에서 발견된 피라니아도 누군가 키우다 버린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아직 이렇게 위해우려종을 키우다가 버리면 처벌할 수 있는 근거 법이 아직 없습니다. ‘동물보호법’을 근거로 애완동물을 방치하거나 유기하면 과태료 백만 원을 부과할 수는 있지만, 애완동물의 범주에 위해우려종까지 포함되는 지 여부를 놓고도 관련 부처 사이에 이견이 있습니다.
그래서 환경부는 내년 상반기 도입을 목표로 위해우려종을 함부로 버리거나 심는 행위를 금지하고 처벌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하고 있습니다. 생태계교란 종에 대해선 함부로 버리거나 심으면 2년 이하의 징역이나 2천만 원 이하 벌금이 부과되는 법이 마련돼 있습니다.
생물다양성 보전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제24조(생태계교란 생물의 관리) ① 누구든지 생태계교란 생물을 수입·반입·사육·재배·방사·이식·양도·양수·보관·운반 또는 유통(이하 "수입등"이라 한다)하여서는 아니 된다.
● 생태계를 보전하는 것은 ‘국가 생물 주권을 강화하는 것’
위해우려종은 이번에 지정된 것 까지 포함해 모두 55종입니다. 그리고 매년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서 생태계 교란 생물을 제거하고 관리하고 있습니다. 우리 고유의 생태계와 환경을 보전하기 위해섭니다.
그런데 일상생활에서 환경 보전, 생태계 보전과 같은 단어는 좀 낯설게 느껴집니다. 좋은 환경과 자연 생태계를 너무나 당연한 일로 생각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만약, 생태계를 보전을 통해 돈을 벌 수 있다면 체감 온도가 좀 높아질 수 있을까요.
2010년 일본 나고야에서 한 의정서가 채택됐습니다. 나고야 의정서라 불리는 이 국제적 합의는 50개국이 참가해 지난해 발효됐습니다. 나고야 의정서는 생물자원을 이용하려면 그 생물이 있는 나라에 통보하고 여기서 발생하는 이익을 나눠야 한다는 게 주된 내용입니다.
예를 들면, 신종인풀루엔자 치료제로 알려진 타미플루의 주성분은 중국에서 자생하는 팔각회향이라는 식물입니다. 재료는 중국에서 구하지만, 이 재료를 가공해서 약으로 만들어 파는 회사는 스위스에 있는 로슈 홀딩이라는 회사입니다. 지금은 약을 제조 판매하는 회사가 모든 수익을 가져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나고야 의정서가 발효되면 타미플루 판매액의 일부를 중국과 나누어 가져야 합니다. 즉 생물을 원재료로 상품을 생산할 경우 그 생산국과 이익을 나눠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이것이 나고야 의정서의 핵심입니다. (환경부 홈페이지 참고) 자국의 생태계를 보전해서 고유한 생물체계를 유지하고 이를 원재료로 2차 상품을 개발하는 것이 앞으로 새로운 산업이 될 수 있다는 얘깁니다.
외래종이 그나마 있는 우리의 생태계를 파괴하는 것을 방치하는 것은 앞으로 우리의 먹거리가 사라지는 것을 보고만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생태계를 교란하고 있는, 또는 교란할 가능성이 있는 외래종에 대한 철저한 관리 감독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