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저녁 한기에 몸이 움츠러드는 요즘이다.
따뜻한 장소와 음식을 찾는 것은 당연하다.
추위에 사람들만 고달픈 것은 아니다.
길고양이도 온기를 향해 이 골목 저 골목을 헤맨다.
길고양이는 겨울철 보금자리로 자동차를 선호한다.
주차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차량은 엔진룸과 바퀴 쪽은 따뜻하기 때문이다.
고양이들이 자동차 내 수면·휴식이 목숨을 담보로 한 위험한 행동이라는 것을 알 리가 없다.
길고양이는 사람들의 눈을 피해 차량에 숨어들었다가 목숨을 잃거나 크게 다치는 일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달 30일 오후 3시 청주시 흥덕구 비하동의 한 쇼핑몰 인근 자동차 주차장.
아기 울음 같은 소리에 차를 살피던 김모(33)씨는 깜짝 놀랐다.
자신의 1t 화물차 보닛 속에서 고양이가 몸을 잔뜩 웅크리고 있었다.
보닛이 닫혀 있었는데 어느 틈으로 들어갔는지 의아하기만 했다.
김씨는 차를 써야 해 청주 서부소방서 119구조대에 도움을 청했다.
119구조대원들은 이런 일이 익숙한 듯했다.
공기 실린더를 꺼내 작동하는가 싶더니 이내 고양이를 손으로 끄집어냈다.
서부소방서 안석균 소방사는 "공기를 보닛에 넣어 들어왔던 곳으로 빠져나가도록 유도했지만, 몸이 낀 듯 나오지 않아 안전장비를 착용해 손으로 빼냈다"고 말했다.
지난달 7일에도 청주시 비하동의 한 아파트 주차장에 세워진 승용차 보닛 안에서 밤새 울던 고양이 2마리가 구조됐다.
몸도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하는 새끼들이었다.
조금만 더 늦게 발견됐다면 죽었을 것이라는 게 동물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청주 유기동물보호소 관계자는 "구조대에 의해 발견된 고양이들은 그나마 치료를 받을 수 있으니 사정이 나은 편"이라며 "열기가 남아있는 보닛이나 바퀴 아래에 들어갔다가 움직이지 못하거나 바퀴에 치여 다치거나 죽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충북도 소방본부는 "119구조대의 겨울철 동물구조 가운데 차량 보닛 안에 있는 길고양이를 구조하는 경우가 가장 많다"며 "지난달만 해도 한꺼번에 여러 신고가 접수됐다"고 전했다.
'길고양이 사고'를 막자는 캠페인이 인터넷상에서 활발하게 펼쳐지고 있다.
일명 라이프노킹(life knocking)으로 불리는 이 캠페인은 자동차를 타기 전 보닛을 두드리고 차 문을 닫을 때 크게 닫고, 경적을 울리는 등의 방법으로 길고양이를 보호하거나 다치지 않도록 내쫓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런 캠페인이 길고양이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라고 얘기한다.
많아진 개체 수를 줄이는 정책이 병행 추진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목소리다.
청주 수 동물병원의 전귀호 수의사는 "길고양이들이 추위를 피하고자 아파트 주차장에서 떼로 지내다 병에 걸려 죽거나 위험한 장소에서 생활하다가 다치는 사례가 적지 않다"며 "개체 수를 효과적으로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충북 도내에서는 청주시가 유일하게 2013년부터 길고양이 중성화수술(TNR) 사업을 벌이고 있다.
성숙한 고양이를 포획하고 생식능력을 없앤 뒤 제자리에 풀어주는 사업이다.
시는 2013년 200마리, 2014년 700마리, 올해만 700여 마리 등 사업 규모를 늘리고 있다.
청주시 관계자는 9일 "겨울철 길고양이들의 안전문제뿐만 아니라 발정기 때 울어대는 고양이 때문에 민원인들의 신고가 많이 들어오고 있다"며 "중성화수술 사업을 강화해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온기' 찾아 차량 보닛에…길고양이의 애처로운 겨울나기
차량 보닛·바퀴에 숨어들었다 죽거나 다치는 경우 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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