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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국제기구 '의장국' 대한민국…그리고 '헬조선'

[취재파일] 국제기구 '의장국' 대한민국…그리고 '헬조선'
'헬조선'이라는 신조어가 자주 보인다. 지옥이라는 뜻의 'hell'과 '조선' 두 단어가 합쳐진 것이다. 우리 삶이 지옥과도 같다는 염세적인 혹은 냉소적인 반응이 빚어낸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가 헬조선이라고 부르는 이 나라, 모르는 사람은 몰라서 그렇지, 알고보면 그 생각보다 훨씬 국격있는 나라다. 

현지 시간으로 7일 오후 3시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UN인권 이사회 조직회의(Human Rights Council)에서 우리나라가 의장국으로 선출됐다. 의장직은 지역 순환 관행에 따라 전 세계 5개 그룹이 교대로 수임한다. 이번에는 아태 지역에서 의장국이 나올 차례였는데, 우리나라가 선출된 것이다. 형식적으로는 최경림 주제네바 대사가 1년간 의장직을 수임하게 된다.

인권 관련 국제기구에서 우리나라가 의장직을 수임하는 것은 정부 수립 이후 처음이다. 외교부는 우리나라가 지난 10년동안 인권이사회 이사국을 세차례 맡으며 세계 인권 증진에 기여해온 것에 대해, 국제사회의 평가가 반영됐다고 평가했다.

우리나라가 인권이사회 이사국을 무려 세 번이나 했었다는 사실도 누군가에게는 새로울 수 있다. 많은 이들이 잊고 있었지만, 이미 국제적으로 이런 위상을 가진 게 대한민국이다. 국제기구에서 의장직 맡는 것 자체로만 따지면, 사실 그리 새로운 게 아닐 수 있다. 이미 여러곳에서 의장국 역할을 잘 수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 Internatioanl Atomaic Energy Agency) 장관급 핵안보국제회의
원자력공급국그룹(NSG : Nuclear Suppliers Group)
미사일기술통제체게(MTCR : Missile Technoloy Control Regime)
경제사회이사회(ECOSOC : Economic and Social Council)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 (IPCC : Intergovernmental Panael on Climate Change)
장애인권리협약(CRPD : Convention on the Rights of Persons with Disabilities) 당사국 총회
자금세탁방지기구(FATF : Financial Action Task Force on Money Laundering)
다자기구성과평가 네트워크(MOPAN : Multilateral Organization Performance Assessment Network)

위에 적은 것은 우리나라가 이미 의장직을 수행하고 있거나, 내년에 의장직을 수임하게 될 국제기구들이다. UN의 임무가 크게 3가지로 나뉘는데, 1)평화 안보, 2)개발, 3)인권이라고 한다.

이번에 인권이사회 의장국을 맡게 되면서 이 3분야 모두에서 의장으로 활동하게 되는 셈이다. 1991년 UN가입 이후 어느때보다 주도적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취준생 청춘들은, 이력서에 적을 한 줄을 채우려고 얼마나 부던히 노력했던가. 대한민국 이력서는 줄줄이, 넘칠 지경이다. 스펙만 놓고 보면 '국격',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사실 외교부 당국자, 정부 관계자가 아니고서야, 이런 것까지 알고 기억하기, 쉽지 않다. 해외 소식을 접하긴 하지만, 일상을 살아가는 시민, 국민들은 국내 뉴스로, 주변의 일로, 우리는 대한민국을 판단한다. 

우리가 바라보는 우리 내부의 모습은 어떤가. 우리 사회의 인권침해는 '심각하다'. 한 설문조사에서 10명 중 7명이 이렇게 답했다. (법률소비자연맹이 지난해 12월부터 한달간 전국의 남녀 시민 2천 3백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검찰 등 수사기관의 출석요구에 대해 무조건 갈 것이라고 답한 비율은 8.9%밖에 되지 않는다. 

국가 인권위원회는 국제적 위상이 추락했다. '국가인권기구 국제조정위원회'에서 지난해 3월부터 3차례 등급 보류 판정을 받는 수모를 겪었다. 정부의 비정규직 종합 대책에 대해 인권위가 의견 표명을 보류한 것을 두고 인권위 노조가 비판 성명을 내기도 했다.

'노동이 인권위와 무슨 관계냐'는 일부 위원의 발언, 인권위는 조롱거리가 됐다고 당시 노조는 지적했다. 노조는 정권의 눈치를 보는 인권위는 인권위가 아니라고도 주장했다. 

논란이 있지만, 여전히 한해 600여명이 이른바 '양심적 병역거부'로 감옥행을 택하고 있다. 동성애자 등 성소수자를 배척하는 분위기는 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강한 축에 속한다. 동성애자 관용 수준이 낮은 것으로 치면 이슬람권인 터키 다음 두번째라고 한다. 

인권 뿐 아니라 다른 것들도 우리를 '헬조선'에 주목하게 한다. 근속 1년 미만 단기 근속자 비율은 35.5%로 세계 주요국 중 가장 많다. 임시직 비율도 최고 수준이다. 부의 불평등 현상은 점차 심화되고 있다. 상위 10%가 전체 부의 66%를 보유하고, 하위 50%는 전체의 2%만 가지고 있다. ▶ 관련기사 보러가기

내년에 국제기구 의장국 지위를 맡는 것만 10개쯤 된다. 2016년, 그런 측면에서 뜻깊은 해가 될 것이다. 다만,  누구에게 뜻깊은 해가 될 것인가. 이론의 여지가 있어 보인다. 어찌됐든 외화내빈은 아니길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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